바닐라 프로스팅
“프로스팅[frosting] : 프로스팅(frosting)은 아이싱(icing)이라고 부르는 설탕으로 만든 달콤한 혼합물을 말하며, 케이크, 패스트리, 쿠키 등을 채우고 입히는 데 사용된다. 프로스팅은 버터나 생크림, 우유, 달걀, 파우더 슈가 등 다양한 향미를 혼합시...
2012-04-23
김진수
“프로스팅[frosting] : 프로스팅(frosting)은 아이싱(icing)이라고 부르는 설탕으로 만든 달콤한 혼합물을 말하며, 케이크, 패스트리, 쿠키 등을 채우고 입히는 데 사용된다. 프로스팅은 버터나 생크림, 우유, 달걀, 파우더 슈가 등 다양한 향미를 혼합시켜 크림상태로 만든 것으로 입히는 것에 붙을 만큼 두껍고, 바르기 쉽게 충분히 부드러워야 한다. 버터크림, 마시멜로, 캐러멜, 초콜릿, 퍼지(fudge : 설탕, 버터, 우유, 초콜릿으로 만든 물렁한 캔디), 코코넛 등을 주로 이용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듯이 이 만화는 제과, 제빵에 관한 만화이다. 음식을 만드는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소녀가 우연히 파티쉐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사랑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파티]라는 10대 초중반을 대상으로 하는 순정지에 연재된 작품이라서, 뭔가 어린 여자아이들의 환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었다. 처음 몇 장은 그랬다. “저는 잘 모릅니다. 지금 하려는 게 확실히 어떤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잘 알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데 목표나 각오 없이 하면 안된 다고 정해진 일이 아닌데도, 뭔가를 하려고 할 때엔 그런게 없으면 이상할 걸까요?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건 제겐 아직 무리일까요. 하지만... 무리일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섣부른 선입견에 불과하였다. 두 권이라는 짧은 분량이지만 10대인 주인공 아림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부분을 선명하게 잘 그리고 있다. 늘 입시에 시달리는 한국의 10대들에게 꿈이라든가, 장래 희망이라든가 하는 건 사치일수 있다. 그리고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의적인 의지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 가는 대로 10대에게 꿈과 희망이란 불확실함의 연속일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와 꿈에 대한 불확실함이 제과라는 소재를 매개로 잘 그려져 있으니, 작품이 어린 소녀들의 환타지만을 그렸을 것 이라는 생각은 나의 선입견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떤 사람의 향한 감정의 양은 정해져 있을까요? 좋아한다는 말에는 몇 개의 뜻이 숨어 있을까요? 저는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신기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으로 가득 채우고도 밖으로 넘쳐흘러서- 결국엔 좋아하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져 버리니까요. 그게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환타지도 이야기의 힘으로 중간에서 걷어내는 노력을 보여준다. 우연하게 만난 성격이 까칠한 왕자님과 투닥거리다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일종의 순정만화식 클리세의 길을 걷는가 싶었었다. 하지만 담홍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주인공이 아림이가 좋아하는 감정을 정리하는 순서가 나름 세련되게 그려지고 있었다. 결국 가치관이나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 10대의 어린 소녀들의 환타지가 가득 차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읽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 작품이었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너는 어떤 표정일까? 나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기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 물론 이야기의 시작이나, 마무리가 필자가 계속 언급하고 있는 환타지성을 벗어나진 않는다. 그래서 일까? 너무 빨리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어서 아쉽다. 소재도, 전개도, 작가의 가치관도 훌륭했는데, 그 모든 것을 엮어내는 에피소드들이 인상을 주지 못하는 편이다. 조금 더 작은 이야기에 힘을 키워서 순정만화의 아기자기 함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작가의 후속편, 매우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 작품의 연재 되는 매체를 떠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