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장례식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만화속 세상’에서 단편 연재로 시작한 ‘고양이 장례식’은 세편의 단편으로 나눠져 있다. 같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게 되자, 함께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만난 헤어진지 1년이 된 연인이 하루를 같이 보내는 이야기인 ‘고양이 장례식’을 시작으로...
2012-04-19
석재정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만화속 세상’에서 단편 연재로 시작한 ‘고양이 장례식’은 세편의 단편으로 나눠져 있다. 같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게 되자, 함께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만난 헤어진지 1년이 된 연인이 하루를 같이 보내는 이야기인 ‘고양이 장례식’을 시작으로 중년의 부장과 젊은 신입 사원의 유럽여행을 그린 ‘그 때 불던 그 바람’, 그리고 한가로운 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오늘의 커피’. 이렇게 세편의 단편이 한권에 담겨져 있다. “누군가 그랬다. 헤어진 연인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반드시 만난다고, 1년 여만에 우리는 장례식에서 만났다. ‘고양이 장례식’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를 읽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작은 감정을 잡아는 소소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잘 만들어진 단편 소설집을 한권 읽은 듯한 만족감이 몰려왔다.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서...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단 하루라도... 그럴 수만 있다면..” 1년 만에 만난 헤어진 연인, 사표를 낸 신입사원과 그의 중년 부장 상사, 그리고 한가한 커피전문점의 점장. 이렇게 모든 이야기들이 전혀 다르게 구성되어 있지만 섬세한 감정선으로 세 개의 단편은 얇게 이어져 있다. 물론 그러한 연결이 억지스럽거나 황망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 어느 지점에서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하나 하나 느낄수 있는 것이다. “처음 커피 볶는 냄새를 맡았을 때가 기억난다. 다시는 그 커피 향을 맡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향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향기는 기억과도 같아서 머릿속에 끊임없이 가공되고 추억되니까. 다시 과거로 간다면 또 다른 향기가 나겠지. 결국 기억 이란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변하는건 나니까. 오늘은 오늘의 향기만 있을뿐... 오늘의 커피는 오늘밖에 마실 수 없다.” 잊혀진 사랑을, 혹은 가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이미 놓쳐버린 사랑을 하나씩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잔잔히 읽다보면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홍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력으로 그려내는 그림과 가슴을 하나 하나 누르는 대사들이 여운을 더 짙고 깊게 만든다. “우리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또 있을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이 책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인쇄랑 편집 상태다. 웹툰으로 연재될 때의 빛나던 색감이 책으로 나오면서 많이 사라져서, 너무 어두운 분위기를 내는 대다가, 익숙치 않은 글자 편집이 책을 읽는데 방해를 준다. 웹툰을 그대로 출판하지 않고 출판에 맞게 재 편집한 시도는 높게 평가하나 조금만 더 완성도가 있었다면 더 훌륭한 작품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