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었을 때와 서른 살이 되었을 때의 감상은 퍽 달랐다. 20살에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새로 들어가게 될 대학과 어른이 되는 설렘에 가득 차 있었다면, 서른 살에는 피곤에 절어 종 치는 걸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스무 살과 달리 서른 살의 우리는 삶의 어려움과 이미 마주한 나이이기 때문일까.
<홍차 리브레>는 지친 서른 살을 위한 위로를 던진다. 위로는 결코 직접적이지 않다. 그냥 우리와 똑같이 서른이 된 주인공들의 삶을 잔잔하게 비춰줄 뿐이다. 그들의 삶은 우리네 삶과 마찬가지로 어렵고 괴로우며 또 일상의 잔잔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홍차영’, 남자친구와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소보리’, 인테리어 회사의 유능한 대리 ‘구슬아’. <홍차 리브레>의 주인공인 세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함께 해 온 친구 사이이다. 이제 막 서른이 된 세 사람은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오래 사귄 연인과의 사이가 멀어짐을 슬퍼하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어려움에 대응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영웅적이지 않다. 거창한 서사도 대응도 없다. 주변 사람들이 흔하게 그러듯 참고 견디거나 그러지 못하고 이별한다. 그럼에도 이 만화를 읽으면서 어떠한 위로를 얻는 것은 그 상황을 맞은 주인공들이 상황을 대하는 자세와 감정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이라도 그 때의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별 앞에서 ‘소보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더 이상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던 기억을 아쉬워한다. <홍차 리브레>의 위로는 딱 이렇다.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채 묻어버린 말들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치유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표현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럴 때는 누군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상의 힐링이 필요하다면 따뜻한 홍차와 함께 <홍차 리브레>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