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라든다는 말로 사라진 감성들이 있다. 한때 우리의 다이어리를 수놓았던 수많은 문구들과 그림들은 이제 되돌아보기 힘든 흑역사로 전락했다. 그때그때의 감정을 진솔하게 적은 하나의 역사임에도 그러하다.
대신 SNS에는 감성 대신 ‘갬성’이 등장했다. 예쁜 사진과 멋진 일상으로 가득한 SNS에는 항상 많은 샵(#)이 따라다닌다. #인사동#남친과함께#예쁜카페발견#숨은맛집...사진에 붙은 무수한 꼬리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일상을 자랑하는 ‘갬성’이 된다.
네이버웹툰에서 새로 연재를 시작한 <플랫다이어리>는 요즘 유행하는 샵한 이야기와 달리 플랫(♭)한 일상을 그린다. 이름부터가 #한 이야기를 좇다 점점 사라져가는 ‘나’를 위해 쓰는 남들의 일상포다 플랫한 이야기를 뜻한다.
이름처럼 <플랫다이어리>에 등장하는 자극적이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연속이다. 모두가 꼭 한 번 겪어본 상황, 꼭 한 번 해본 생각이 주로 소재로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그 평범한 소재를 특별하게 다뤄낸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상황에 대한 관찰과 통찰력을 통해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반성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플랫다이어리>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얼평’이란 것이 있다. ‘얼평’이란 ‘얼굴평가’의 줄임말로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제목만 봐서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에피소드일 것 같으나 실제 이 에피소드의 주소재는 ‘어머니’에 가깝다.
‘어릴 적엔 마냥 든든해 보였지만 사실은 여린 어머니’, ‘살면서 어머니로서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사실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인간으로서의 어머니’. <플랫다이어리>의 주인공이 갖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연민은 사람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 제목인 ‘얼평’은 주인공이 인간인 어머니에게 갖는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존재할 뿐이다.
흔한 것을 특별하게 표현하는 것.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는 일기. 흔한 것을 독자로 하여금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것에 <플랫다이어리>의 강점이 있다. 일상 속의 특별함을 찾고 싶다면 <플랫다이어리>를 펼쳐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