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어온 이야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전래동화이다. '옛날옛적에...'로 시작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수많은 이야기는 우리가 글을 모르던 시절부터 경험해 온 이야기 오락의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과함께’로 잘 알려진 주호민 작가가 그림을, 장희 작가가 글을 맡은 웹툰 ‘빙탕후루’는 우리가 어린 시절 들으며 자라난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이 전래동화는 결코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아니다. 잠에 들락말락 하는 아이들 머리맡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잔혹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웹툰의 제목인 빙탕후루는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설탕에 절인 산사나무 열매 꼬치를 가리킨다. 이렇게 말하면 귀여운 제목 같지만 빙탕후루는 사람을 잡아먹는 술법의 도구로 사용된다. 해당 술법은 빙탕후루의 첫 이야기인 장가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달콤한 악마의 과실이랄까.
꼭 그 제목처럼 빙탕후루에는 인간의 욕망과 그를 이용하는 요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명감을 가지고 팔귀를 무찌르게 위해 길을 나서는 모습은 ‘서유기’나 ‘바리데기’같은 고전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
캐릭터의 조합도 그렇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수염이 긴 도사와 그를 따르는 어린 소녀 여연 조합이 고전적이고 조화롭다. 특히 웹툰의 마스코트격인 여연은 도술에 관련된 능력은 거의 없지만 접촉한 사람에 관한 예지몽을 꾸는 능력이 있어 스토리를 흥미롭게 끌어간다.
빙탕후루는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전연령 작품이라고 하기엔 분명 잔인하다. 욕망에 빠진 사람들의 말로가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잔혹함 이면에는 어릴 시절 듣던 옛날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나이를 먹고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가 향유하는 이야기 오락의 범위는 크게 확장됐다. 동화책, 소설, 수필... 디지털이 발전한 후로는 인터넷 소설부터 이제는 웹툰으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하루에도 여러 편 소비한다. 수많은 이야기를 소비하는 만큼 기억 속에 남는 이야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어린 시절 듣던 전래동화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억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빙탕후루는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긴 어렵지만 이미 어른이 된 어린이들에게는 추천할만하다. 어린 시절 ‘무도사 배추도사’나 ‘은비까비’를 보던 어른이라면 빙탕후루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