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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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만화리뷰]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좀비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이야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좀비의 흥행은 서양의 (좀비와 외계인의 심의 규정이 낮다는 식의)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시원한 타격감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나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영화 등에서 좀비가 다수 등장하기 시작하며 좀비는 아주 흔해졌다. 90년대 죽음에서 돌아온 시체의 대명사가 강시였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좀비부터 떠올릴 정도이다.

2019-10-18 전종찬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좀비의 흥행은 서양의 (좀비와 외계인의 심의 규정이 낮다는 식의)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시원한 타격감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나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영화 등에서 좀비가 다수 등장하기 시작하며 좀비는 아주 흔해졌다. 90년대 죽음에서 돌아온 시체의 대명사가 강시였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좀비부터 떠올릴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좀비는 되살아나 식인을 하는 시체이며 느리고 둔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좀비 관련 콘텐츠가 많아지며 좀비 콘텐츠의 틀을 비트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역시 좀비를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다룬 만화이다.


모래인간 작가의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좀비 치료제의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치료제를 복용하면 좀비가 됐던 인간들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 좀비가 사람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세상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이들은 자신이 좀비로서 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한다. 내 가족, 내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먹었던 일까지 전부. 좀비였던 인물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사람으로 돌아온 좀비를 거부한다. 심각한 외상으로 치료제를 맞아 인간으로 돌아온다 해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하는 사람까지.

다른 좀비물에서는 최후의 희망이나 다름없는 치료제가 가져온 비극. 단순한 그림체로 클리셰를 비튼 신선한 소재도 소재지만 잘 짜인 구성과 심리묘사는 더욱 탁월하다. 여기저기 숨어있는 다채로운 복선은 작가가 짜놓은 퍼즐을 맞추기 위해 독자로 하여금 최신화와 이전 화를 여러 차례 읽게 만든다. 심지어 단순 개그인 줄 알았던 요소도 복선으로 등장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캐릭터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는 잘 짜인 스토리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단순하고 투박한 그림체마저 작품의 매력을 부가시키는데 기여한다.


최근 연재 중인 <좀비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가볍고 포근한 휴머니즘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좀비를 떠나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좀비물을 좋아한다면 꼭 추천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