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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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는 외박중

“그리고 우리가 연인이 될 필연적 인생의 DNA구조가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음을... 데스 메탈, 스키조이드 맨, 영혼의 안식, 무책임, 뻔뻔한 게으름 따위 알게 뭐야. 다만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이 순간은 내게 다시 올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일 테니까....

2012-04-09 석재정
“그리고 우리가 연인이 될 필연적 인생의 DNA구조가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음을... 데스 메탈, 스키조이드 맨, 영혼의 안식, 무책임, 뻔뻔한 게으름 따위 알게 뭐야. 다만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이 순간은 내게 다시 올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일 테니까...” 작가 원수연은 한동안 한국 순정만화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였다. 90년대 [풀하우스]라는 공전의 히트작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온 작가는 일본 만화이 점령한 안방극장도 정지훈(비), 송혜교 주연의 [풀하우스]로 접수하면 명실상부 한국형 순정만화의 대표 주자로서 자리 매김을 하게 된다. 이렇게 종이 잡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 활동에 익숙한 작가가 웹툰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조류에 맞서서 새롭게 연재 하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매리는 외박중]이다. “꿈의 결혼식... 완벽하게 꿈꾸어오던 것 그대로야. 작은 음악회처럼 연주가 끊이지 않고 신선한 밤바람과 유쾌함이 간지럽게 마음을 파고드는 젊음 그리고 자유가 있는 나의아름다운 결혼식....떨리도록 아름다운 나의 결혼식” 대부분의 웹툰이 화려한 컬러링이랑 마우스스크롤로 넘기는 형식이 주류인데 반하여 원수연 작가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웹툰에 도전을 하게 된다. 원고는 종이잡지 때와 똑같이 작업하면서, 웹툰에 업데이트를 할 때만 모든 칸을 새롭게 재 구성하여 업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다. 즉 기존의 웹툰작가 웹에 맞게 원고를 하고, 이후 책으로 발간할 때 재 편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원수연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바꾸어 웹을 위한 재 편집의 방법을 선택했다. “때때로...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막상 사라지고 난 뒤, 그것이 상상했던 만큼의 두렵움이 아니었을때 그 당혹스러움은 편안함 때문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는 삶 속의 많은 집착들도 막상 털어버리면 자유라는 선물을 마음속에 넣어줄지 모를 일이다” 형식만이 아니다. 이야기 역시 원수연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연애담의 정공법을 그리게 된다. 작가를 인기 반열에 올려놓은 [풀하우스]처럼 두 남녀가 티격대격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나가는 스토리로 웹툰 독자들을 만나기 시작한것이다. 주인공들의 면면과 사랑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기존의 이야기와 비슷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반응과 반대로 진부하다는 반응을 실시간 댓글로 확인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년동안 변정인과 강무결. 두 사람 모두와 결혼생활을 하는거에요. 그리고 2년 후에 정말로 누구와 결혼 할 건지를 매리가 결정하는 거예요! 하지만 작가의 내공은 만만치 않았다. 기존의 형식과 이야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보다 스피드한 전개와 흑백 만화속에서 포인트가 되는 컬러.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설정을 3권 분량에서 보이면서 이야기의 반전을 꾀한다. 여자주인공인 매리가 두 남자와 결혼생활을 하게 되다니! 단순히 계약 연애나 남자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두 개의 결혼생활을 하는 여자주인공을 등장시켜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펼쳐가게 된다. 이러한 작가의 기발한 발상은 드라마쪽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2010년 11월 장근석, 문근영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되었다. 드라마는 만화의 기발한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장근석이라는 핫 이슈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펼쳐 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풀하우스]라는 집을 둘러싸고 계약동거를 하게 된 커플의 사랑을 그린 전작의 인기를 과연 두 개의 결혼을 생활을 해야 하는 매리가 이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