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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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낭만적인 (too romantic)

학산문화사의 로맨스 전문 브랜드 “여우비”에서 내놓은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소설 “지나치게 낭만적인”을 만화한 작품이다. 원작의 출발선부터가 대놓고 로맨스다. 당연히 이것을 만화한 작품 역시 로맨스의 전통적인 공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어...

2012-04-06 김현우
학산문화사의 로맨스 전문 브랜드 “여우비”에서 내놓은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소설 “지나치게 낭만적인”을 만화한 작품이다. 원작의 출발선부터가 대놓고 로맨스다. 당연히 이것을 만화한 작품 역시 로맨스의 전통적인 공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어차피 이 세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결혼이건 인생이건 짜인 틀에 맞춰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현실로 다가오니,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화가 나는건- 어쩔수 없어-!!” 로맨스라고 이름 붙여진 장르의 클리세(Cliche, 진부한 표현이나 판에 박은 문구. 전형적인 수법. 표현.)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우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부잣집의 자제분들. 여기서 흔히들 캔디형 주인공으로 여자 주인공의 신분만 낮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작품 “지나치게 낭만적인”은 여자 주인공의 신분 역시 상류 사회로 잡아 놓고 있다. 그래서일까? 모든 장면이 화려하고 눈이 부시다. “여잔 그저 넘어야 할 산-. 밀고 당기는 신경전 따윈 귀찮은 절차에 불과했고, 만나서 서로 마음 맞음 속전속결 호텔로 가는게 보통이었는데-. 넘어오지 않는 여자에게 이렇게 매달리듯 유혹해 본적도 없지만. 이 여자, 기필코 내거로 만들어야겠어-!” 다음으로 생각해보는 클리세는 잘생긴 남자들의 퍼레이드. 아무리 개차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외모는 기본적으로 빼어나다. 그래서 모든 여자들이 남자주인공들만 보면 모두 첫눈에 반하게 되는 것이다. 아, 물론 늘 예외는 있고, 그 예외의 여자 주인공인 것이 바로 로맨스의 오래된 클리세다. “사랑은 참고 기다리는 것. 여유를 갖고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고 끝까지 배려하는 것. 이런건 세상 누구나 다 알지. 하지만 사랑에 빠질수록 여유 따윈 제일 먼저 잃어버리게 되는걸... 조급하고, 조급하고, 또 조급해져서- 사랑이란 꼭 하나여야 하는 건가? 혹시 순위를 매길 수는 없는 것? 그렇다면 난...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난 둘 다 좋은걸. 분명 더 좋아하는게 있을텐데... 내가 더 원하고 진짜 좋아하는 건-.” 이런 클리세 투성이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들의 감정에 독자들이 얼마만큼 빠져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래된 짝사랑과 지금 막 다가오는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주인공 아라의 마음에 독자들이 얼만큼 공감할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심리묘사가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러한 공감대를 생각보다 많이 끌어낼 수 있지만, 만화에서는 캐릭터의 모습이나 상황이 그림으로 연출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힘들어 질수 있다. 에피소드들을 하나 하나 설득력 있게 연결해하는 부담감은 그림을 통해 표현되었을 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게 이런거 였구나. 옳고 그름은 의미 없어.. 무엇 무엇 때문에 생기고 싶어졌던 감정은 이미, 그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 사랑은, ....임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는 그런 감정. 바보야. 용서하고 말고가 어딨어-. 내게 과연 그런 의지조차 있었나.. 의심스러운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거처럼...” 이 작품 “지나치게 낭만적인”은 이러한 공감대 형성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원작 소설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가져와 캐릭터들의 힘을 싣는데 성공한다. 남자주인공들의 모습 역시 소설에서 그려진 그대로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만화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의 매력을 기대한 것이 너무 큰 기대였던 것일까? 딱 그만큼의 클리세들 속에서 딱 그만큼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 것이 아쉽게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