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트리
이 작품은 2008년 “한국 현대시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만들어진 만화이다. 한국 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용운과 김수용, 김남조, 김용택, 안도현, 함종호 시인 등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24명의 시인들의 가슴 저미는 사랑시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2012-04-04
유호연
이 작품은 2008년 “한국 현대시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만들어진 만화이다. 한국 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용운과 김수용, 김남조, 김용택, 안도현, 함종호 시인 등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24명의 시인들의 가슴 저미는 사랑시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다. 이렇게 쭉 만화로 시를 풀어낸다고 해서, 대표시들에 만화적이 이야기를 삽입했나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의 기우에 불과 했다.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들을 그린 만화 이야기 속에 아름다운 시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하나의 멋진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어렸을때 그림책에서 사막을 보고는 아주 푹신한 바다처럼 느껴졌었어. 땅으로 내려 앉은 하늘처럼... 나이를 먹고 그곳이 생물이 희박한 죽음의 땅이란 걸 알게 된 후에도 나한테 사막은 단지 모래언덕의 연속이 아니라 신비한 뭔가를 품고 있는 장소 같이 느껴졌어” 이야기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아무것도 자라지 않지만 신비함을 품고 있는 ‘사막’과 달콤한 레몬 향기가 나지만 그 열매를 먹을 수 없다는 ‘레몬트리’라는 상징을 빌어서 풀어내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가슴에 품어보는 첫사랑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변기현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져서 가슴 저민 사랑의 기억으로 한권의 책을 만든다. “레몬트리 레몬트리, 사막에 귀 기울이며/ 나는 오래 흐르는 물 속에 있네/ 꽃과 함께/ 또, 죽음과 함께(함성호 ‘레몬트리’중에서)” 사실 만화만큼 시와 잘 어울리는 장르가 있을까 싶다. 모든 만화가들은 시인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을 만큼 대부분의 만화에서는 작가 자신들만의 시가 담겨져 있다. 나레이션이나 지문, 혹은 독백을 통해 캐릭터의 마음을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만화의 주요한 표현양식중 하나이기 때문일지라. 그래서일까? ‘레몬트리’에서 첫사랑의 아련함을 표현한 시들은 본래의 이야기와 잘 맞물려 떨어지면서 주인공들의 애절함이 더욱더 전해져 온다.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것/ 지치고 상처 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하고 싶다(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중에서)” 첫 사랑이란 결국 사막의 신기루 같은 것 이어서, 너무나도 향기롭지만 먹을 수 없는 레몬트리의 열매와 같은 것일까? 주인공들 어느 누구하다도 가지지 못한 첫사랑의 안타까움이 잘 전해지는 책이었다. 비록 “한국 현대시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제작된 책이기 하지만 이러한 잘 짜여지고 잘 만들어진 기획물이라면 몇 권의 기획물이라도 보고 살 의향이 생기는 작품집인것 같다. 특히 부록으로 본문에서 인용된 수많은 시들의 전문이 책 뒤편에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는 시를 읽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잠시 짬을 내어 한편씩 읽어보면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책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