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모든 것
“남부 출신의 카톨릭 신자인 엄마와 나는 남부 공업지대에 정착하여 살았어, 그 곳에서 당시 새 아빠인 로니와 새로운 가족이 되었지, 그 시대의 아이돌은 물론 마릴린 먼로” “탐미주의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일본 만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신예 나카무라 아...
2012-03-29
김진수
“남부 출신의 카톨릭 신자인 엄마와 나는 남부 공업지대에 정착하여 살았어, 그 곳에서 당시 새 아빠인 로니와 새로운 가족이 되었지, 그 시대의 아이돌은 물론 마릴린 먼로” “탐미주의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일본 만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신예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대표작 “J의 모든 것”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릴린 먼로가 되고 싶었던 소년 J의 이야기’다. 이런 종류의 만화뿐만 아니라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엄청나게 혐오하시는 분들도 가끔 있는 관계로 작품 소개에 앞서 미리 밝힌다. 이 작품은 만화계 용어로 ‘야오이’, 흔히들 말하는 ‘남성의 동성애’ 그 중에서 ‘소년들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새 아빠는 내겐 영웅이었어, 엄마는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매일이 즐거웠지, 하지만 행복이란 그리 오래 가지 않는 거야,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새 아빠는 해고됐어, 그 뒤엔 알코올 중독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갔어, 내가 13살이 되던 해...” 이 작품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권은 마릴린 먼로가 되고 싶었던 소년 J의 파란만장한 시련이 시작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다룬다. J의 영웅이었던 자상했던 새 아빠의 실직과 알코올 중독, 새 아빠와의 첫 섹스, 그 광경을 목도한 어머니의 정신적 충격과 그 직후 이뤄진 어머니의 총격으로 인한 새 아빠의 죽음, 어머니의 정신병원행과 J의 고아원행, 1년여 간의 실어증, 명문 기숙사학교 카렌즈버그의 이사장에게 양자로 입적 후 입학,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룸메이트이자 첫사랑인 폴과 애증관계를 엮어감, 선배이자 친구인 모건과의 만남, 여장남자로 지역의 클럽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 J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뉴욕의 극장주 아더와의 만남, 폴과 결별하고 뉴욕으로 떠난다. “난 남자가 아니야!” 두 번째 권에서 J의 뉴욕 생활과 리타와의 만남이, 세 번째 권에서 폴과 모건과의 재회를 거쳐 따사로운 해피앤딩으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은 표현수위도 굉장히 높고 자극적이며 이야기의 구성 자체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나카무라 아스히코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곤 했는데, ‘탐미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은 건 날카롭고 섬세한 느낌의 그림뿐만 아니라 이런 영화 같은 느낌의 작품성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당신은 그런 것들로부터 자신과 J를 지켜야만 해요, 참고 견디고 싸우면서 길을 찾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요, 그럴 각오가 돼 있습니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주인공인 J와 폴을 비롯해 모건, 아더, 리타, 에드 등 사실적이면서도 애틋하게 표현된 캐릭터들의 모습이었다. 두 번째로 좋았던 것은 마릴린 먼로가 살았던 시대의 미국을, 남부의 시골에서부터 뉴욕의 화려함까지, 아주 감각적이고 아련한 느낌으로 표현해낸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스토리 자체는 두세 줄의 시놉시스로 정리될 만한 흔한 여장남자(또는 게이)의 이야기라 생각되지만, 캐릭터에 몰입되도록 구성한 작가의 연출이 매우 돋보였다. 장르를 떠나 모두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수작(秀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