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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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텐파리스트

“이 이야기는 29세의 나이에 출산을 하고 하루하루 육아의 어려움에 허덕이면서도 그 모든 어려움을 다른 이들에게 의지해 넘기며 엄마로서의 자아를 확립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어느 만화가와 그 아들 고짱의 기록이다.” “텐파하다 = 초조하다, 허덕허덕...

2012-03-27 유호연
“이 이야기는 29세의 나이에 출산을 하고 하루하루 육아의 어려움에 허덕이면서도 그 모든 어려움을 다른 이들에게 의지해 넘기며 엄마로서의 자아를 확립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어느 만화가와 그 아들 고짱의 기록이다.” “텐파하다 = 초조하다, 허덕허덕하다, 허둥지둥 동요하다”라는 뜻의 일본어라고 한다. 즉 이 작품의 제목인 “엄마는 텐파리스트”를 우리 식으로 의역해보면 “엄마는 허둥거리는 사람”정도의 뜻이 될 것 같다. 원제는 “ママはテンパリスト(mama ha tenparist)”로 되어있는데, “엄마는 허둥지둥”으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이 만화를 그린 작가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패션걸 유카”, “해바라기 켄이치 전설”, “해파리공주”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순정만화가로 폭소, 코미디 만화에 일가견이 있다고 정평이 난 작가다.(우리나라에도 위의 작품들이 모두 한국어판으로 발행되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엄마는 텐파리스트”는 히가시무라 아키코가 자신의 육아경험을 소재로 그린 전형적인 에세이 스타일의 만화이며, 작가 특유의 재능인 ‘코미디’를 육아만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 엄청난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누계부수 100만부를 돌파하였고, 2009년 <이 만화를 읽어라!> 1위. 2009년 만화대상 노미네이트. 2010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3위를 차지한 히트작으로 슈에이사에서 발간하는 잡지 ‘코러스’에 연재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때의 난 상상도 못했어요, 육아의 혹독함, 어려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수유, 트림시키기, 재우기, 목욕, 착유, 이유식 만들기, 기저귀 갈기 등등 수도 셀 수 없는 아기 뒤치다꺼리가 만 2년이나 이어질 줄은...설마 이렇게 힘겨운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죄송합니다, 솔직히...애 키우는 걸 너무 쉽게 봤어요.” “혁명적 재미의 신세대 육아 에세이 만화!”가 이 만화의 마케팅 선전문구인데, 솔직히 내가 육아만화를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이 만화가 “신세대 육아 에세이 만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혁명적 재미”라는 부분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작가 스스로도 작품 중간에 스스로 밝히고 있는 이 만화의 특징은, 다른 육아 에세이와 달리, 육아법을 가르치거나 충고하는 만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실들만 재미있게 엮어 놓음으로서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이 작가가 원래부터 이런 폭소유발 코미디에 엄청난 재능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매일매일 마감에 쫓기는 만화가 엄마와 세상에서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왕자님 같은 남자 아이의 일상은 육아에 관심이 없는 남자들이라도 배꼽잡고 웃을 만큼 재미있고 기발한 일들로 가득 차있다. 그러니 육아를 직접 경험한 여성들에게는 이 작품이 어떻게 다가올지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가히 짐작이 간다. “고짱은 매일 같이 집안을 어지럽힙니다. 모든 집 애들이 다 그렇겠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10분이라고 하면 그 10분을 풀로 사용해서 그야말로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고짱이 얌전히 있는 건 자전거에 탔을 때와 잘 때 정도입니다. 고짱이 어지럽히는 것 중에서 가장 싫은 것은 역시....액체!!!” 이 작품은 한 에피소드 당 4~6p정도로 짧게 이루어진 에세이 형식의 만화인데, 현재 한국어판으로 발간된 1권에서는 13개의 본 에피소드에 ‘여인 풍림화산’이란 제목의 별도 에피소드가 3개, 번외 편과 뒷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13개의 본 에피소드는 ‘출산’, ‘찌찌’, ‘어지르기 대장’, ‘위로 놀이’, ‘젖떼기 프로젝트 전편’, ‘젖떼기 프로젝트 후편’, ‘젖떼기 프로젝트 그 후’, ‘목욕탕’, ‘고짱의 축제’, ‘귀여운 거짓말’, ‘멋내기’, ‘예상 밖의 한 마디’, ‘SNG 충격’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여인 풍림화산” 에피소드는 ‘먹는 것도 일’, ‘둥근 것’, ‘마이 붐’ 이라는 소재로, 번외 편은 ‘임신 중의 기호’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하지만 아들 녀석이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따지고 보면 엄마인 내가 젖을 떼어야 할 시기에 떼지 않았기 때문이니 이대로 가다간 고짱이 나중에 커서 츠루코처럼 밝히는 어른이 될지도 몰라 나는 드디어 뭉그적거리던 엉덩이를 들어 올려 젖떼기를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며 신나게 웃고 무언가 하나정도의 간단한 육아지식을 얻어가는 편집방식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두 번째 에피소드인 “찌찌”편에서는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작가인 엄마는 모유의 양이 엄청나서 수유 전에 일부러 한 번 짜내야 할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원래 모유수유에 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너무 적거나 많은 것은 암튼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모유의 양이 많은 것 때문에 벌어졌던 기상천외한 경험들을 별도로 소개한다. 모유패드를 넣는 걸 깜빡한 덕분에 티셔츠를 뚫고 모유가 흘러나온 일이나, 동네 개들이 젖 냄새를 맡고 떼거지로 달려든 일 등이 그려져 있는데 그야말로 ‘폭소대작전’을 방불케 하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마무리 멘트가 아주 예술이다. “동네 개도 그렇고 고짱도 그렇고 내 가슴은 나날이 더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갑작스레 시작한 고짱의 젖떼기 대작전 ‘츠루코는 안 돼!!’ 가슴에 고르고 13의 얼굴을 그려 어떻게든 고짱이 젖을 떼게 하려는 작전입니다!” 작가인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1975년 생으로 1999년에 “후르츠 박쥐”라는 작품으로 데뷔했으며, 2004년에 결혼, 2005년에 출산, 2008년에 이혼하고 현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이혼한 전남편은 배우이자 작가, 연출가인 IKKAN이며, 동생인 모리시게 다쿠마도 만화가라고 한다. 여기에 소개된 아들이 바로 이 만화의 주인공 ‘고짱’인데, 한문으로 쓰면 ‘고쿠우(悟空)’다) 작품 중간에 보면 담당 편집장이 아기 이름이 오공이라 출산축하선물로 ‘드래곤볼 호화본 전권’을 선물했다는 자잘한 에피소드도 나온다. (이 작가는 ‘속필(速筆)’로 유명해서 2011년 1월 현재, 주간, 격주, 월간 연재를 한 번도 휴재 없이 연재 중에 있다고 한다.) 두 살이 넘어서까지 젖을 떼지 못하는 아들 고 짱의 어리광, 풋사랑, 거만함, 예기치 못한 행동들을 유쾌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육아만화 “엄마는 텐파리스트”를 일상에 지친 당신께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