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아웃사이더의 시간여행, 김홍모의 ‘내 친구 마로’
김상희(만화평론가)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화는 여느 출판만화나 웹툰과는 다른 점이 많다. 교육목적이 중심인 학습만화와 아동용 그림책에서 칸과 말풍선으로 만화적 형식을 빌린 출판만화가 초등생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된다. 김홍모의 ‘내 친구 마로’는 모노톤에 가까운 컬러와 단순하면서도 만화적인 캐릭터 표현으로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졌다. 마로라는 신비로운 친구가 생긴 예빈이가 사랑하는 아빠를 잃어야했던 슬픈 기억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스토리가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펼쳐진다.
보통 어린이 동화 작가와 작화가가 아동 대상 만화를 그리는 것과 달리 ‘내 친구 마로’의 작가 김홍모는 만화가로써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내가 살던 용산’과 같은 사회고발 문제를 다룬 만화뿐만 아니라 ‘항쟁군 평행우주’와 같은 정통 SF만화, ‘두근두근 탐험대’와 같은 아동용 만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섭렵한 만화가 김홍모가 그린 어린이 만화에 신뢰가 가는 것도 이런 경력 때문일 것이다.
수묵화 전공이라는 작가의 특기가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써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선, 모노톤에 가까운 컬러가 ‘내 친구 마로’가 복잡한 설정의 시간여행 모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아빠를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예빈은 마땅한 친구하나 없이 체육시간에도 참가하지 않고 우울하게 지낸다.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예빈은 마로와의 만남으로 시간여행을 통해서 외부와 교감하면서 닫힌 마음을 열고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런 예빈이 마로와 함께 과거로 돌아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아픈 기억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예빈은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가 아니라 아예 반에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친구들과 벽을 두는 아이다. 주체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예빈은 친구를 사귀고 그 관계 속에서 사회성을 키워야하는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다. 스마트폰과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사귀기에 서투른 도시지역의 외로운 아이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갈등과 화해 속에서 성숙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을 익혀야하는 학교에서 오로지 더 좋은 상급학교, 더 돈 잘 버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들의 상처와 회복을 그리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스스로와의 싸움과 갈등을 부추기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살고 있다. 김홍모의 ‘내 친구 마로’는 과거로 돌아가서 실패와 후회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환상을 쫓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여서 평안함과 성숙함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