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의 구역에서 터지는 유쾌한 인간미, 마일로의 ‘여탕보고서’
김상희(만화평론가)
마일로의 ‘여탕보고서’는 2014년 11월부터 온라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작품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워 보이는 여탕에서 일어나는 일을 코믹하게 그린 웹툰이다. 가장 여성적일 것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무성적인 일상이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코믹하게 다가온다. 남성 독자들에게는 금지구역에서 일어나는 비밀 아닌 비밀을 엿볼 수 있고, 여성 독자들에게는 여탕을 더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다. 연재 당시 인기 웹툰 순위에 상위권에 올랐고 회당 댓글이 8천여 개가 넘도록 이어졌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캐릭터로 등장해서 여탕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남탕의 헤어드라이기는 무료지만 왜 여탕은 유료인지, 절수용 수도꼭지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법부터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고통스럽게 때를 밀어야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뜨거운 탕 속에서 피로를 푸는 현재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다. 벌거벗은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한국식 스파에서 마사지와 목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인간적인 부분이 감각적인 섹슈얼리티가 아닌 즐거운 휴머니티를 부각시키며 미소를 짓게 한다.
‘여탕보고서’의 특징은 이전 부천만화대상의 수상작 중 거의 드문 본격 코믹웹툰이란 점이다. 같은 부분에서 2014년 수상작은 박건웅의 ‘짐승의 시간’, 2015년 수상작은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리얼리티가 강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2016년의 ‘여탕보고서’는 스토리와 캐릭터, 주제와 표현이 이전 수상작과 판이하게 다르다. ‘독특한 소재와 만화적 발상을 깔끔하고 유쾌하게 표현한 수작’이라는 수상평가처럼 목욕이라는 매우 사적인 활동을 위한 여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가치가 돋보인다.
이렇게 ‘여탕보고서’가 큰 관심을 모은 것에는 최근 골치 아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사회를 견디기 위한 문화적 트렌드가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만화는 곧 웹툰으로 불린다. 거기에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의 상당수가 판타지 장르 만화, 학교생활을 소재로 하거나 평범한 일상을 단순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린 이른바 일상툰이 큰 인기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거의 무료로 국내 웹툰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빠른 시간에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는 눈요기로써의 스낵컬쳐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복잡한 구성과 현실적인 스토리에 비극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보다는 짧고 경쾌하면서 단박에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만화가 더 큰 호응을 얻는다. 이렇듯 ‘여탕보고서’는 여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웹툰의 대명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