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은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채롭고도 싸움 잘하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하면서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대적할 자가 없다 - 박지원 호질(虎叱) 中 -
아주 먼 옛날 동쪽 땅에 영험한 힘을 가진 큰 범이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신령스러운 범을 산의 왕이라 부르며 섬겼고 왕은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땅과 사람을 지켰습니다.”
-1화 中에서
살다 보면 아주 가끔,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라는 말을 인상 깊게 체험할 때가 있다. 평상시엔 세상에 그 존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어떤 계기로든 그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게 되면, 엄청난 내공과 실력을 갖춘 고수들이 세상 곳곳에 숨어 있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는 날이 있는 것이다.
이 진리는, 인간이 구축해온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다. ‘생활의 달인’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생활 속의 고수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체득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숙련도가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신기한 수준까지 이른 경우가 많다.
이 진리는 예체능 분야, 특히 타고난 재능이 상당 부분의 성패를 좌우하는 분야에서 더더욱 도드라진다. 이 진리는 당연히 만화라는 장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도대체 이런 고수가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라는 경탄을 내뱉을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웹툰 하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 작품은 바로, 네이버 웹툰 섹션에서 주 1회, 매주 토요일에 연재되고 있는 이상규의 <호랑이 형님>이다. 베스트 도전 때부터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유명한 만화였다고 하는데, 어쨌든 압권(壓卷)이라는 단어를 첫 회부터 내뱉게 만든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연재작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최강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만화다.
2015년 3월 20일에 첫 연재를 시작으로 10월 23일 현재 32화까지 게재된 <호랑이 형님>은 아직 완결도 되지 않았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도 않았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가 주관하는 오늘의 우리만화 심사에서 2015년 수상작 다섯 편 중 한 편으로 뽑혔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심사결과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호랑이 형님>은 필자가 정말 오랜만에 만난 고수의 만화였다.
“아니야... 너는 여길 벗어나야 해. 아랑사를 데리고 빠져나가라. 이제 너뿐이다. 산군, 아랑사를 지켜줘.”
-2화, 영응왕의 대사 中에서
<호랑이 형님>은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판타지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산군(山君)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호랑이다. 흔히들 한국의 정서와 특색이 잘 들어난 판타지 작품을 보고 한국형 판타지라는 말들을 하곤 하는데, 이 작품이야 말로 근간에 만들어진 판타지 웹툰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판타지가 아닐까 한다.
<호랑이 형님>에서 가장 먼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웰메이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양질의 작화다. 특히 주인공인 산군을 비롯한 호랑이들의 리얼하고 역동적인 묘사나 ‘추이’로 대표되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요괴들의 독특하고 세밀한 묘사는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가장 놀랐던 점은, 호랑이들을 비롯한 신수(神獸)들(여우나 늑대 같은)의 움직임을 표현할 때, 근육의 디테일한 변화까지 리얼하게 느껴지도록 그려진 것이라거나, 반인반수 요괴들의 전투장면 같은 것은 사람의 근육과 요괴의 외모가 합쳐진 독특함이 엄청나게 부각되면서, 만화만이 가진 최고의 장점인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스크롤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이 작품을 감상할 때,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긴장감 넘치는 스펙터클한 연출이다. 작가는 영화 같은 전투장면을 매 회마다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압도하면서도, 작품의 내러티브를 위해 일반적인 만화 연출을 적절히 배분함으로서 연출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 마치 프로야구에서 100승 이상 올린 베테랑 투수가 강속구와 변화구를 아주 절묘하게 섞어 타자들의 혼을 빼놓는 예술적인 피칭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첫 연재작이라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 이유다.
세 번째 장점은,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면서도 내러티브의 힘을 잃지 않는 스토리의 힘이다. 이 작품에서 딱 한 가지 필자의 불만 사항이 있다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듯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주 작은 불만일 뿐 이야기를 감상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고, 오히려 어떤 독자들은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판타지 스토리는 좀 빤한 구석(쉽게 얘기해서 거기서 거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호랑이 형님>을 보면서 그 선입견이 산산이 부서지는 생경한 경험을 했을 만큼, 이 작품은 정말 재미있고 긴?????감 넘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네 번째 장점은, 위 세 가지 장점에 비하면 조금 부수적인 것이긴 하지만, 작가의 수고와 창작의 자세가 아주 잘 돋보이는 탄탄한 시대고증이다. 이 작품의 시대배경이 조선시대이고, 중국과 경계가 맞닿은 함경도 지방을 무대로 전반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의 복장이나 말투, 생활상, 행정체계, 무역의 형태 등이 아주 잘 구현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착호갑사(捉虎甲士)’라는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호랑이 잡는 무사’들의 디테일한 묘사 같은 것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뭐시라?! 온 나라가 대국의 칙사 대접에 사활을 거는 판국에!!! 고을 수령이란 놈이 호피 몇 장을 구하지 못해 뒷짐 지고 구경이나 하겠다는 게냐?!! 이놈!! 지금 의주에서 한양에 이르는 천리에 은과 인???이 한 줌도 남지 않았다!!! 조정에선 이렇듯 국고의 반이 거덜 나도록 전쟁 치르듯 사신을 영접하는데!!! 네놈은 고을을 수탈하며 제 뒷주머니만 불리고 나랏일에는 한 푼이 아깝다는 말이렸다??!!...(중략)...이런...고지식한 사람을 봤나?! 내 언제 산에서 훨훨 날뛰는 범을 잡아 오라던가? 여기에는 물목이 남아 있지 않겠지만 국경 밀무역 시장을 뒤져보면 명나라로 들어가는 가죽이 있을 것이고 그것도 여의치가 않으면 야인(여진족)에게 줄을 대서 구하면 되지 않겠나?! 현감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칙사로 들어오는 환관 놈들은 바라는 것이 분명해! 빈손으로 맞을 수는 없는 게야. 접대에 소홀했다가는 임금 앞이라 한들 적당히 넘어갈 위인들이 아니란 말이야. 행여 칙사가 내 성(城)에 머무는 동안 심기가 상해서야 되겠는가?! 나랏님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말일세. 알아들었나?!...(중략)...평양에선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신들을 융숭히 대접하고 있을 게야! 평양은 그렇다 쳐도 다른 성(城)에는 뒤지지 않게 성의를 다해야지! 사신단이 올 때까지는 아직 말미가 있으니 호피는 차질 없이 구해 놔야 해!!...(중략)...칙사 영접은 국가적 대사야!! 영상 대감부터 말단 수령들까지 관리들은 발 벗고 나서서 나라를 위해 이 고생들을 하는데...백성들도 소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고통을 분담해야지! 안 그런가?! 현감 혼자 애쓰는 게 안돼서 하는 말??야...(중략)...내 듣자 하니 동문 밖에 있는 원(院: 여객들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는 일종의 여관 시설)에 조공물목을 뒷거래하는 착호갑사 놈이 머물고 있다 하니 줄을 대보시게.”
-5화 中에서
조선과 명나라의 국경 근처, 함경도의 작은 마을 까치목골에는, 신수(神獸)라 불리는 호랑이 ‘산군’이 지키는, 머리가 하얀 아이 ‘아랑사’가 홍 씨네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산군은 주기적으로 까치목골에 들러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놓고 가는 등, 수시로 아랑사의 안위를 살핀다. 산군은 자신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순찰하며 해로운 짐승들이나 아랑사의 안위에 해가 될 만한 무리들(요괴나 잡귀들)을 쫓아냄으로써 예전엔 삼 일에 두 끼 먹기도 힘들었던 까치목골은 산군의 가호에 의해 살기 좋은 풍요로운 마을로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수십 마리의 창귀호(?鬼虎: 사람이 호랑이에게 잡아먹??면 창귀가 된다고 하는데, 창귀가 들러붙어 제정신이 아닌 호랑이)를 이끌고 그들 무리를 조종하는 요괴 황요와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반인반수의 요괴 추이가 까치목골을 습격해 아랑사를 잡아가려 한다. 산군은 자신을 따르는 까치 ‘치치’에게 ‘푸른 늑대’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이르고, 엄청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마을로 침입하려는 수십 마리의 창귀호들을 혼자서 제압한다.
그러나 고군분투하는 산군 앞에 ‘흰 산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 ‘무커’가 창귀호로 변해 그에게 달려들고, 산군은 친구인 무커를 살리기 위해 무척이나 힘든 전투를 치른다. 어찌어찌 산군의 활약으로 자신의 몸에 붙은 세 마리의 창귀 중 두 마리를 떼어낸 무커는 겨우 정신을 차리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아들 무케를 비롯한 흰 산의 일족들이 황요 일당에게 전멸한 사실을 떠올리고 엄청난 분노에 휩싸인다.
그때, 산군과 무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요괴 추이가 번개 같이 마을로 내려와 무커를 한 방에 실신시키고, 무지막지한 전투력으로 산군을 제압한다. 하지만 산군도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추이를 당해낼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산군은 무두리의 술법을 써서 놀라운 속도로 추이를 공격한다. 산군의 매서운 반격에 추이의 목에 걸려있던 염주가 박살이 나고, 그 순간부터 봉인장치가 해제되어 버린 추이는 얼굴과 몸이 점차 본모습으로 변해간다. 분명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추이가 호랑이를 찢어서 먹고 산다는 자신의 본모습으로 변해가자, 산군은 어릴 적 처참하고 두려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꼬리를 내리고 전투의욕을 상실하는 듯했으나,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추이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이미 본모습으로 변해 봉인까지 해제되어버린 추이의 전투력은 산군이 당해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추이는 산군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내버린다.
여기까지가 7화 중반, 즉 과거 편으로 넘어가기 전의 스??리다. 연재를 거듭하면서 작품의 독자들로부터 주인공인 산군이나 산군의 친구 무커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악역, 반인반수의 요괴 추이(酋耳)는 본래 산해경에 등장하는 요괴로서 호랑이와 비슷한 모습을 한 호랑이의 천적이라고 한다. 참고로 무두리는 옛날 말로 ‘용(龍)’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인상적인 장면을 기점으로 <호랑이 형님>은 과거 편의 스토리로 진입한다.
작품의 초반부는, 마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압도적인 작화와 스펙터클한 연출로 호랑이와 요괴들의 싸움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면서, 입소문을 통해 많은 팬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아랑사의 가족들과 그들을 둘러싼 인간들의 비밀에 대해 몇 가지 떡밥을 뿌려놓는다.
“명심해라!! 뭉쳐야 살 수 있다!!! 저 초원의 늑대들을 봐라!!! 보잘것없는 놈들이 버르테의 명령에 똘똘 뭉쳐서 초원을 지배하고 왕을 세우지 않았느냐?! 헌데! 천하에 두려운 짐승이 없는 우리 추이들은 지금 멸족이 될 판이야!!! 추이의 천성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번만이라도 힘을 모아야 한다. 봐라! 저 날래고 영악한 범들도 함께 몰아서 잡으니 이렇게 수월하지 않느냐?! 니놈들도 알겠???만 우리가 살던 곳에는 더 이상 잡을 범도 없다. 이제 싫든 좋든 힘을 한데 모아 일을 치를 때가 온 것이야! 이번에는 기필코 흰 마귀를 잡고 흰 산을 넘는다!!!”
-9화, 추이의 대사 中에서
8화부터 19화까지는 과거 편이다. 19화의 맨 끝에 작가가 친절히 정리해 놓은 도표를 보면, 8화부터 19화까지의 분량이 이 작품의 첫 번째 클라이맥스로 여겨지는 항마전(降魔戰) 바로 직전까지의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산군의 과거, 일대의 짐승들에게 ‘영응왕’, ‘흰 마귀’ 등으로 불리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흰 산의 신령인 ‘아린’, 그런 아린이 추이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산군을 거두어 자신의 자식처럼 사랑하며 길러주는 과정, 무커와 산군의 첫 만남 및 둘이 친구가 되는 과정, 도통 속을 알 수 ??는 배신자인 것도 같고 모든 음모의 중심인 것도 같으나 또 한편으론 아린의 동생이기도 한 상당한 비밀을 간직한 인물인 약(藥)을 다루는 술사 ‘흰눈썹’, 아린과 흰눈썹의 스승(인간의 모습을 한 용으로 보임), 추이의 과거(일족의 전멸에 관한 영혼에 각인된 상처), 영응왕에게 목이 잘려 죽은 추이를 흰눈썹이 약을 써서 다시 살리고 황요를 시켜 붉은 산으로 보내 항마병(降魔兵)으로 추이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 수인화(獸人化)를 시킨 항마병을 길러내고 강한 짐승들을 잡아와 전력을 구축하는 등 오랫동안 항마전을 준비 중인 붉은 산의 세력, 붉은 산의 요괴들(구망, 바쿠 등),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어르신(붉은 산의 맹주), 아린이 데리고 있는 수인화가 가능한 호랑이 울라와 비라, 붉은 산의 세력과 연합해 항마전을 준비 중인 인간 세력, 아린의 아내이자 아랑사의 엄마인 구미호 ‘시호’, 현재 아랑사를 길러주고 있는 ‘아비사’의 엄마이자 홍 씨의 아내인 시호의 언니 ‘미호’(역시 구미호임), 홍 씨가 겸사복으로 한양에 살 때의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되도록 간단하게 압축해서 써봤지만, 이것??? 봐도 이 작품이 판타지로서 얼마만한 스케일로 기획되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스토리를 이끌??나가는 세력만 해도 네 개나 된다. 첫 번째는 산군과 산군의 주인이었던 영응왕의 세력들(동쪽의 흰 산을 영역으로 삼아 살고 있던 신수들과 짐승들?용, 호랑이, 울라와 비라, 구미호 등), 두 번째는 붉은 산의 세력들(서쪽의 붉은 산을 거점으로 한 요괴들-어르신, 구망, 황요, 바쿠 등의 요괴들과 흰눈썹, 그리고 추이 등), 세 번째는 인간 세력들(아마도 두 개로 나뉠 것 같다. 영응왕 쪽에 호의적인 인간 세력과 붉은 산과 연합한 인간 세력), 네 번째는 제3의 세력들(버르테가 이끄는 초원의 푸른 늑대들이라든가 북쪽의 검은 강에 사는 무커 같은 신수들)이 현재까지 드러난 작품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세력들이다.
기본적인 줄거리의 가장 큰 뼈대는, 아마도 아린(영응왕)과 시호(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난 ‘백발의 아이’(흰 마귀의 자식, 또는 영응왕의 아들로 불리는) 아랑사의 힘(아직 발현되지 않은)을 차지하려는 흰눈썹 무리들과 그들로부터 아랑사를 지키려는 산군의 이야기일 것이다.
과거 편의 매력은, 마치 ‘???지의 제왕’이나 ‘호빗’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붉은 산의 세력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현재 독자들에게 최대의 떡밥으로 불리고 있는 항마전에 관한 언급, 그리고 캐릭터의 매커니즘에 관한 설명일 것이다. 특히 항마병이라 불리는 수인화가 가능한 반인반수 요괴들이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으며, 그들이 어떤 원리로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 15화 같은 경우는 천천히 정독해야만 <호랑이 형님>의 줄거리와 특징을 파악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다.
“청구국(靑丘國)에 짐승이 있다. 그 모양은 여우와 같고 꼬리가 아홉 있으며 울음소리는 인간의 갓난아기 같고 사람을 먹는다 ?산해경”
- 21화 中에서
20화부터 현재(2015. 10. 27.) 32화까지 연재된 <호랑이 형님>의 이야기는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 아랑사를 지키려는 미호(구미호이자 아랑사의 이모)와 황요의 대결, 추이와 미호의 대결, 황요의 아???사·아비사 납치, 늙어버린 흰눈썹의 모습과 새로운 요괴들의 등장(무골과 표견 무리들), 수인화한 무커와 추이의 대결, 사신단에게 조공할 호피를 찾는 관리들과 착호갑사들의 짧은 에피소드, 홍 씨와 가우리의 만남, 푸른 늑대들의 등장, 미호에게 ‘여우구슬’을 받아먹은 산군의 부활까지 그려져 있다.
과거 편에서 돌아와 다시 현재로 돌아온 지금, 작품 자체의 여전한 힘과 변함없는 매력은 매주 토요일이면 <호랑이 형님>의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응왕과 항마전에 대한 떡밥은 하나도 풀리질 않았고, ‘3년 전 항마전’에 관해 아주 조금씩 힌트만 살짝 주는 작가의 방식에 팬들의 원성이 깊어지고 있다.
“이 영악한 놈 몸을 둘로 나눴냐?! 여기에 뭔가 대단한 게 있긴 있구나! 큰 범에 요사스러운 여우 그리고 영악한 구슬???지 이리 필사적인 것을 보니! 황요 따위가 나서서 처리하는 일이라 우습게 본 게 실수다. 너희가 그리 필사적으로 지키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겠다.”
- 26화, 추이의 대사 中에서
오늘의 우리만화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발표돼 20회 이상 연재되거나 출판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만화가, 교수, 비평가, 만화담당 기자, 온라인서점 MD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1차 선정위원회에서 18인이 10배수를 선정하며, 이후 10인이 3배수, 마지막 3차에서 7인이 최종 다섯 작품을 가려낸다.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최종 다섯 작품 안에 선정된 <호랑이 형님>은 ‘준비된 신인의 데뷔작으로 보기 드문 뚝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평을 받았고, 매주 토요일이면 꼬박꼬박 <호랑이 형님>을 챙겨보는 팬으로서 무척이나 축하할 만한 일이다.
???아이가 있는 곳에 무...무커를 데려갔단 말이냐!!”
- 28화, 흰눈썹의 대사 中에서
<호랑이 형님>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다. 그것도 사람 캐릭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특히 호랑이) 캐릭터를 얘기하는 것이며,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수인화(獸人化)한 호랑이(또는 요괴)다.
32화까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라면 당연히 주인공인 산군이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산군은 수인화를 하지 않았다.(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도 아직 모른다) 주인공인 산군 외에도 두 캐릭터가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하나는 산군의 친구였던 북쪽 강의 왕 호랑이 무커이고, 또 하나는 일족을 이끌고 흰 산을 침범해 호랑이들을 죽였다가 영응왕의 잔인한 보복으로 일족을 모두 잃고 항마병으로 다시 태어난 추이다.
추이 같은 경우는 32화까지 진행되는 동안 워낙 압도적인 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사연과 비록 악역이긴 하지만 멋지고 강한 모습(특히 전투장면에서), 그리고 가끔씩 보여??는 신사적인 대결 매너와 진한 동료애 같은 요소 때문에 팬들로부터 “작가님, 제발 추이 죽이지 말아주세요” 같은 응원댓글이 많이 달리는 인기 캐릭터다.
산군의 주인이자 아랑사의 아버지인 영응왕 아린에게 무모하게 도전했다가(사실은 그들이 살던 땅이 척박해져서 먹고 살 게 없기 때문에, 일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은 동족들을 결집해 흰 산의 경계를 넘은 것이긴 하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짓눌려 잔혹하게 죽었던 추이는, 흰눈썹의 계략에 의해 약을 먹고 다시금 살아나 붉은 산의 격투장에 던져진다. 항마병을 기르는 붉은 산의 격투장에서 관리자 바쿠에 의?? 다시 한 번 죽을 뻔했던 추이는 흰 마귀라는 단어를 듣고 다시금 각성, 관리자인 바쿠를 무지막지한 전투력을 발휘해 쓰러트리고 붉은 산 세력의 2인자인 구망에 의해 귀신???에 들어간다.
사실 추이는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다. 추이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시간을 벌어 아린의 손에서 살아남은 얼마 안 남은 동족들을 도망치게 해줬지만, 영응왕 아린은 자신이 부리는 수인화 하는 호랑이 울라와 비라를 풀어 나머지 추이들을 전멸시켜버린다. 분노한 아린의 잔인한 처사에 뼛속 깊은 원한을 품게 된 추이는, 항마병으로 다시 태어나는 혹독한 과정 속에서도 정신을 온전히 유지한 채 수인화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흰눈썹이 먹인 약의 효능까지 더해져 재생능력까지 겸비한, 말 그대로 붉은 산 최강의 전사 중 하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첫 등장부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 추이는 산군과의 대결, 구미호로 변한 미호와의 대결, 그리고 수인화한 무커와의 대결 등에서 멋지고 강한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많은 ??들에게 인기를 얻은 최강의 악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산군의 친구이자 북쪽 강 일대에서 최강의 호랑이로 군림하던 무커 같은 경우는, 과거 편에서는 귀엽고 호탕한 모습으로 산군, 아린과 인연을 맺는 모습이 그려졌고, 첫 화에서는 황요의 술법에 당해 사랑하는 아들 무케를 비롯한 일족을 모두 잃고 창귀호가 되어 친구인 산군과 싸우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산군의 기지로 몸에 붙은 창귀를 떼어내고 겨우 제정신을 찾은 무커였으나, 추이의 압도적인 공격에 의해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리며 나가 떨어졌다가, 28화에서 아랑사의 기(氣)에 반응해 각성, 수인화한 모습으로 변신해 추이를 일격에 쓰러트리는 극적인 부활을 이뤄내면서, 수많은 팬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무커는 수인(獸人)으로 변신한 후에 엄청난 힘과 전투력,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추이를 펀치 한방에 날려버리거나 화염체로 변해 연속적인 불 공격을 날리는 추이의 목덜미와 팔을 움켜잡고 쉽게 제압해버리는, 박???이 철철 넘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군, 무커, 추이 외???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넘쳐난다. 다소 산만하고 까불거리는 스타일의 요괴 황요도 가끔씩 보여주는 은근한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그가 흰눈썹으로부터 배운 것으로 보이는 ""약""을 제조할 줄 아는 능력이라든가, 술법을 통해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능력 같은 것은 추후 작품의 스토리 전개에 있어 황요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랑사의 이모이자 아비사의 엄마인 미호는, 엄마(또는 아내)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오랜 세월 구슬에만 정기를 모은 채 사람으로 변신해 살아가던 구미호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미호가 아랑사와 아비사, 그리고 시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황요, 추이와 여우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격한 전투를 치르는 장면이나, 자신의 구슬을 쪼개서까지 가족을 지키려는 슬픈 모습들은 많은 팬들에게 탄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곤 27화에서 그동안의 모?? 기억을 잃고 다시 미물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구슬을 쓰러진 산군에게 먹여서까지 아이들을 지키려는 진한 모성애를 보여주면서 많은 팬들에게 인상적인 캐릭터로 각인되었다.
과거 편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는 당연히 산군의 주인이자 아랑사의 아버지인 영응왕 아린일 것이다. 아린에 대한 것은 아직 일부밖에는 밝혀진 것이 없을 정도로 작품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는데, 일단 32화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자면, 흰 산의 주인이자 신령이며 그 일대의 신수들과 인간들을 다스리는 영응왕이자 그와 대치하는 적들에게는 흰 마귀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던, 아직까진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수(神獸)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으며, 산군을 자기 자식처럼 귀여워하는 모습이나 추이들의 습격에 일대의 호랑이들이 죽음을 당한 것을 보고 엄청난 분노를 발산하는 것으로 보아 호랑이들의 왕 또는 사신(四神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중 하나인 백호(白虎)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항마전 이전에도 자주 발작을 하며 병마에 침식된 모습을 보였으며, 항마전 이후에는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아직 밝혀지지 않???지만, 많은 팬들에게 지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스토리의 핵심으로 자리한, 매우 중요한 캐릭터다.
“신비한 힘을 가진 아이를 이용하여 세상을 지배하려는 반인반수 흰눈썹! 그리고 얼떨결에 아이의 보호자가 된 괴물 호랑이 빠르와 착호갑사 지망생 가우리! 이제 힘을 합쳐 흰눈썹으로부터 아이와 세상을 지켜라!!!”
-작품 소개 中에서
<호랑이 형님>은 현재 30화가 넘어갔는데도 작중의 시간 흐름은(물론 중간에 과거편도 연재되었지만) 1화의 까치목골에서 하룻밤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이 아직도 프롤로그라는 어이없는 말을 종종 할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한국형 판타지인 것이다.
또한 많은 팬들이 ‘호랑이 형님 공식카페’에서 열띤 설전을 벌일 만큼, 아직도 정체를 모를 메인 캐릭터가 하나 있다. 저 위에 발췌한 작품 소개에 나오는 괴물 호랑이 빠르는 도대체 누구일까? 주인공인 산군일까? 1화에 잠깐 언급되었던 북쪽 영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던 괴수 호랑이일까? 수인으로 변신한 무커일까? 추이가 산군의 편으로 돌아서며 또 다른 모습으로 각성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은 것일까?
적(敵)의 맹주인 흰눈썹과 착호갑사 지망생 가우리는 이미 등장했고, 신비한 힘을 가진 아이 아랑사, 아비사도 모두 나왔으나 괴물 호랑이 빠르는 그 정체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산군은 산의 왕, 무커는 만주어로 물, 울라는 큰 강, 비라는 작은 강, 빠르는 몽골어로 호랑이, 아린은 만주어로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든 캐릭터의 이름에 숨겨진 뜻이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괴물 호랑이 빠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호랑이 형님>은 아직 32화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최강의 재미를 자랑하는 웹툰이다. 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후회하기 전에 얼른 보시라, 네이버 웹툰이라서 이만한 퀄리티를 자??하면서도 심지어 무료이기까지 하다. 한 번만 보시게 된다면 아마도 매주 토요일이 얼른 오기를 목 놓아 기다리게 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