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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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희생자들에게는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2년 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좌익공신(佐翼功臣)에 오른 자들이지요.” - 1화, 성삼문의 대사 中에서건국당시 정도전의 신념에 힘입어 ‘왕권과 신권의 분리’를 추구했던 조선은 1910년에 일본에 의해 망할 때까지 500여 년의...

2015-06-09 김진수
“희생자들에게는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2년 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좌익공신(佐翼功臣)에 오른 자들이지요.” - 1화, 성삼문의 대사 中에서

건국당시 정도전의 신념에 힘입어 ‘왕권과 신권의 분리’를 추구했던 조선은 1910년에 일본에 의해 망할 때까지 500여 년의 시간동안 왕(또는 왕족)과 신하 간의 권력투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건국 7년 만에 벌어진 ‘왕자의 난’도 실상은 후계자 다툼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지만, 승자인 이방원 일파가 세상에 내세운 명분은 ‘왕을 농락하는 역적을 멸하고 빼앗긴 왕권을 되찾자’는 것이었고, 4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용상에 앉았던 영조도 ‘혈통’이 약한 자신을 왕좌에 앉혀준 노론의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광해군이나 연산군 같은 경우는 아예 신하들로부터 쿠데타를 당해 용상에서 강제로 내려와야 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다. 붕당 정치를 일부러 유도하여 신하들의 힘을 분산시켜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은 선조나 ‘환국’이라는 절차를 통해 정기적으로 신하들을 ‘물갈이’했던 숙종 같은 왕도 있었다. 건국부터 망국까지 총 27명의 왕이 있었던 조선은 왕좌가 바뀔 때마다 이러한 권력투쟁이 끊임없이 벌어졌고, 이러한 조선의 정치적 특색을 단 한 줄로 명기한다면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투쟁’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계유정난(癸酉靖難)은, 조선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다. 계유정난은 1453년(단종 1년)에 왕의 숙부인 수양대군(首陽大君)이 단종의 보좌 세력이자 원로대신인 황보인, 김종서 등 수십 인을 살해,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사건으로 정난 2년 후, 수양대군이 단종으로부터 형식적인 선위를 받아 왕좌에 올라 세조가 되면서 계유정난은 결국 ‘성공한 쿠데타’로 결말을 맺는다.  

왕의 숙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혈통의 정통성’을 가진 어린 왕을 폐위시켜야 할 정도로 당시 조선의 통치세력에 엄청난 과오가 있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점과 함께 쿠데타의 ‘적절한 명분’이 딱히 없다는 것이 ‘계유정난의 정당성’을 폄훼하는 가장 큰 약점이지만, 사실 그 문제보다도 이 사건이 후세의 정치가들에게 끼친 정치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큰 문제다. 

단종 바로 전대의 왕들인 문종과 세종의 치세를 볼 때, 왕과 신하들의 상호협조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면서 건국이념인 ‘민본(民本)’을 근근이 지켜나가던 조선 초기 정치의 건강한 속성이 이 사건을 계기로 ‘정도(正道)를 상실한 권력투쟁의 장’으로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한다는 점이, 계유정난이 후세의 역사에 끼친 가장 큰 악영향이 아닐까 한다.

정난 당시 수양대군의 편에 서서 쿠데타를 주도한 한명회, 권람, 신숙주 등의 이른바 ‘좌익공신’들은 그때까지의 관례를 무시하고 땅과 노비들을 마구 늘려가며 인사(人事)를 장악하고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단맛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공신들의 ‘삐뚤어진 권세’가 제약 없이 행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확실한 명분도 없이 조카의 왕좌를 찬탈한 수양대군의 암묵적 승인 즉, ‘정통성에의 두려움’이란 정치적 약점을 가진 최고 권력자의 ‘부적절한 비호(庇護)’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계유정난 이후로 조선은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을 맞이할 때마다, ‘왕의 약점’을 손에 쥐고 국정을 농단하는 공신들의 폭주를 제어하기 매우 어려워졌고, 이는 지속적인 왕권의 약화를 가져오면서, 후대에 가서는 아예 ‘세도정치’라 명명될 정도로, 건국 초기의 건강했던 사회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답답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정도를 잃은 정치가들의 권력투쟁에 의해 피해를 보는 건 항상 힘없는 백성들이었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엄청난 국난을 당했을 때도 조선의 통치계급은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올바른 정치이념이나 민생과 관련된 실체적인 개혁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권력투쟁의 승자가 모든 것을 손에 쥐는 것만이 정치의 유일무이한 목표가 되게 만들어버린 계유정난은 ‘명분 없는 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여한 역사적인 실제 사례로서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상징이자 조선을 병들게 만든 ‘첫 번째 바이러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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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여기에 소개하는 웹툰 <살생부>는 바로 이 ‘계유정난’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아 만들어진 팩션(faction)으로,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고 자극적이며 감동적이기까지 한 ‘성인극화(成人劇?)’다.

“죽은 자 위에 산 자들아, 피로 쓰인 명부가 뒤집혔으니 이번엔 너희들 차례다. 삶의 끝에서 내가 돌아왔으니, 부디 편히 잠들지 마라!”- 2화, 백이화의 대사 中에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살생부’는 계유정난 당시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야사에 등장하는, 한명회가 직접 작성했다는 명부(名簿)이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의 모사(謀士)로서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살려야 할 자와 죽여야 할 자’로 나누어 명단을 작성하였고, 실제로 그 명단에 따라 정적(政敵)들을 제거, 숙청하여 조정을 정난에 협조한 자들 위주로 구성하였다. 작품은 바로 이 ‘살생부’에 따라 제거된 백무한(당시 훈련관 최고위로 김종서의 인척이기도 한 ‘조선 제일검’이라 불린 무사)의 딸 백이화가 지옥 같은 수련을 거쳐 호랑이도 죽일 정도의 무술 고수가 되어 아버지의 원수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원한을 갚아나간다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백이화에게는 살생부에 적힌 인물들 중 정난 당시 ‘생(生)’측에 해당한 사람들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며, 작중에 등장하는 살생부는 긴 족자에 경계선을 반으로 그어 살(殺)과 생(生)으로 나뉜 명부로 묘사되고 있다. 백이화는 아주 독특한 무기(팔에 차는 짐승의 손톱처럼 생긴 강철 칼)를 착용하고 귀신과 같은 형상으로 공신들의 집에 잠입하거나 때론 과감히 습격하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나가는데, 그 지난한 과정이 매우 처절하고 드라마틱하다.

스토리의 뼈대가 되는 주된 갈등은 한명회와 백이화의 복잡하고도 처절한 악연(惡緣)이며, 양념처럼 다양하게 등장해 스토리의 살점이 되는 소소한 갈등(기녀들로 이루어진 김종서의 측근들, 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명회의 암살 부대, 사육신 등등)들도 아주 많아서 작품의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는 동시에 이야기에 감정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길도는 백무한의 수제자이자 한때 백이화와 결혼을 약속한 정혼자다. 장길도는 스승의 죽음이 어찌된 내막이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고 화재사고로 자신의 스승을 비롯해 사형들과 연인까지 모두 죽은 것이라 알고 있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한명회의 딸을 구해준 인연으로 그의 호위무사가 되어 옛 연인인 백이화를 추포해야만 하는 비극적인 운명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무협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이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인 장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자 주인공인 백이화에 비해 엄청나게 약하다는 것이다. 장길도는 남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백이화는 물론이고 한명회가 부리는 암살자들보다도 무예 실력이 한 수 아래이며,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스승과 연인의 원수가 한명회인 줄 알게 된 후에도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고뇌에 빠지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아직 작품이 한참 연재 중이어서 후에 어떤 모습으로 장길도가 변하게 될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39화에 이른 현재(2015.05.28.)까지도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무게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떤 때는 오히려 한명회가 남자 주인공 같이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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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속 역사적 캐릭터들


작중에서 악역인 한명회는 우리가 기존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 ‘칠삭둥이에 추하고 왜소한 외모를 가진 모사꾼’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한명회는 기골이 장대하고 무예에도 뛰어난 엄청나게 강하고 냉정한 남자로 그려지고 있으며, 뚜렷한 정치적인 신념과 함께 인간에 대한 통찰력까지 갖춘 상당한 ‘능???자’로 묘사된다.(오히려 수양대군이 간악하고 비루한 인물처럼 묘사되고 있다) 더군다나 한명회와 백무한은 어린 시절부터 두터운 교분을 쌓은 죽마고우(竹馬故友)로 설정되어 있어, 22화(시즌2)부터 시작된 등장인물들의 과거 에피소드로 돌입하면서 한명회라는 악역에 대해 독자들이 묘하게 감정이입을 할 정도로 매우 권력에의 의지가 강한, 설득력 있고 개성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색은 ‘성인극화(成人劇?)’라는 것이다. ‘19금(禁)’ 웹툰이어서 아이들이나 청소년은 이 작품을 감상할 수가 없다. 매우 잔인한 살인 장면이나 수위가 높은 남녀 간의 성애(性愛) 묘사도 자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가혹한 고문 장면이나 노골적인 강간 장면 같은 것도 여과 없이 묘사되어 있다. 무협 만화의 특징 중 하나인 ‘절대적인 강함을 지닌 남자 주인공’을 아예 포기하고, ‘아름답고 섹시한 아가씨에서 귀신의 형상을 한 무술 고수로 변모된 여자 주인공’을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우는 ‘신선한 역발상’을 작품의 특징으로 삼으면서, 매화마다 스토리의 흥미를 배가시키려 더더욱 자극적인 장면들이 강조되는 <살???부>만의 상업적 특성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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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주인공인 백이화와 장길도, 악역인 한명회 말고도 이 작품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속속 등장해 스토리의 재미와 긴장도를 높인다. 백이화의 아버지이자 장길도의 스승, 한명회의 죽마고우로 등장해 장렬하고 비장한 죽음을 맞는 ‘조선 제일검(朝鮮第一劍)’ 백무한이라든가, 형과 등이 맞붙은 형태의 샴쌍둥이로 태어나서 기괴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박해와 천대를 받다가 신체적인 특성을 활용해 자신만의 고유한 무술을 수련한 암사단(한명회가 부리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암살부대)의 두목 유혈목이라든가, 김종서가 북방에서 구해준 아이들이 기녀(妓女)로 성장해 색(色)과 독(毒)을 무기로 암살을 하는 살수(殺手) 집단 ‘화접몽’ 등 흥미롭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그러니 궐 밖은 공신세상이라는 말이 떠???는 것 아닌가, 세금도 걷지 않는 공신전(功臣田)을 자신들의 세력 유지를 위해 이토록 남발하니, 이대로 백여 년만 더 흐르면 조선은 세금을 거둬들일 땅이 부족해 큰 국고난이 올 걸세! 허면 국방은 무너지고 각종 핑계를 대면서 세금부터 올리려고 들겠지. 조선이 개국하면서 국유화되었던 토지들이 다시금 사유화되고 있네. 또다시 대지주들이 등장하고, 농민들은 농사 지을 땅이 없어 소작농(小作農)이 되어가고 있어. 생긴 지 반 백 년밖에 되지 않은 나라꼴이 벌써 고려말 망국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단 말일세! 자네는 작금의 사태를 어찌 생각하는가? 양반가에 태어났으니 자네도 마음속에 품어본 세상의 모습이 있을 터, 지금 우리 조선은 자네가 그리던 그런 모습이던가? 나의 스승께서 만들고자 하신 조선은 이렇지 않았네. 그분께서는 사농공상 모두에게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나라를 꿈꾸셨어. 나의 스승이자 은인이신 그분도 자네의 양친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네. 사실 이곳은 그분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일세. 바로 이 발 밑에... 효수되어 다 썩어간 수급을 몰래 바꾸어와 묻은 곳이지. 나의 스승께서는 이런 말을 하시곤 했네. 사람은 모두 다 어떤 ‘역할’을 띠고 ??상에 태어난다고. 신분의 고하를 말하는 것이 아닌 세상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말일세. 지금 이 나라에 자네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생각하나? 자네도 혼자 잘 먹고 잘 살다 가면 그뿐이다, 그리 생각하는가? 길도, 자네는 이 조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가?” -16화, 반석의 대사 中에서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연극,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계유정난’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매우 다양하며 찾기도 쉽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놓고 입장을 달리한 여러 관점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재해석된 소재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건 아마도 ‘권력의 향배’를 놓고 두 파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증폭된 갈등이 결국 폭발하면서 극단적인 사건들과 수많은 곁가지 사연들을 만들어내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내포하고 있는 ‘드라마틱한 내러티브 구조’ 때문일 것이다. 

계유정난은 수양대군과 한명회 일파의 편에 서서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들과 단종과 김종서 일파의 편에 서서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들로 크게 나뉘지만, 계유정난의 후일???에 해당하는 사육신(死六臣)이나 생육신(生六臣)의 이야기들도, 마치 한 편의 드라마가 시즌제로 맞물리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이는 피부병에 시달리며 불행한 가족사를 겪는 세조의 비참한 말년을 권력에 눈이 어두워 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충신들을 죽인 업보의 대가를 받는 것처럼 표현하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황표정사’로 불리는 전횡을 일삼으며 김종서를 비롯한 늙은 신하들이 어린 왕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횡포를 왕족의 일원인 수양대군이 젊은 충신들을 이끌고 전복시켜 정치를 바로 세운 것처럼 표현하는 이도 있다.

<살생부>는 1화부터 아주 명확하게, ‘명분 없는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고 나라를 망친 수양대군 일파를 거의 증오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한명회는 작품 속에서 타도해야만 할 ‘절대 악(惡)’으로 그려진다. 정난 당시 죽은 김종서를 비롯한 대신들과 정도(正道)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단종의 복위를 꾀하는 사육신 같은 신하들, 그리고 세종의 은덕에 보답하고자 이들의 ‘역모’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선(善)으로 그려지고, 보신만을 꾀하는 ???태를 개탄하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신들로 묘사되고 있다. 사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역사에 정답은 없다. 오로지 후손들에 의한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 그저 이 작품을 읽을 때는 굳이 독자가 ‘역사의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작가가 설정한 설계도를 따라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이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최대치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누가 더 의리와 충성의 상징인지, 역사적으로 무엇이 옳았는지를 독자가 너무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그래도 작가가 등장인물 모두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작품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지만, 작가가 묘사한 이 시기의 암울한 조선의 모습이 2015년 대한민국의 답답한 현실을 보는 것처럼 겹쳐져서 가슴 한 구석에 씁쓸함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라는 선인들의 말이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새삼 무겁게 다가오곤 한다.

<살생부>는 김종훈 작가가 매주 일요일에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 섹션에 연재하고 있다. 현재 39화까지 게재되었으며, 드라마틱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생활습관이나 거리풍경, 관료체계 같은 역사적 고증도 ??? 잘 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아무리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도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팩션’임을 절대 잊지 말기 바란다. 실제 역사에서는 정난공신 중 하나인 홍윤성이 자객의 습격을 받아 죽은 적도 없고, 한명회가 이끄는 ‘살수 부대’ 같은 것도 없었다. (19禁 이란 사실도 잊지 말기를, 이 만화를 보려면 로그인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