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요새
“이 세상의 룰이 변경된 거야...전 인류가 내심 바라고 있던 세상의 진짜 종말을, 목격할 가능성이 생긴 거지. 반드시 이 눈으로 보고 말겠어...세상의 최후를...” 중범죄를 저질러 교정시설에 갇힌 불량 청소년들과 죽여도 죽지 않는 ‘좀비’간의 격렬하고 처절한 ...
2014-03-26
석승환
“이 세상의 룰이 변경된 거야...전 인류가 내심 바라고 있던 세상의 진짜 종말을, 목격할 가능성이 생긴 거지. 반드시 이 눈으로 보고 말겠어...세상의 최후를...” 중범죄를 저질러 교정시설에 갇힌 불량 청소년들과 죽여도 죽지 않는 ‘좀비’간의 격렬하고 처절한 투쟁을 그린 액션 판타지 만화 한 편을 소개한다. 쿠라이시 유 원작, 이나베 카즈 작화의 “아포칼립스의 요새”다. 학산문화사를 통해 정식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으며 현재(2013.12.) 2권까지 나와 있다. “아포칼립스(apocalypse)”란, (세계의) 파멸, (성서에 묘사된) 세상의 종말, 대재앙 등을 뜻하는 단어다. 작품의 제목인 “아포칼립스의 요새”란, 작품의 주인공인 소년들이 수용되어있는 치바현의 청소년 교정시설 ‘쇼란학원’을 뜻하는 것 같다. 작품의 내용은 간단하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한다.(물론 안 변한 사람들도 있지만 극히 소수다) 좀비의 특성상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므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 지역 같은 경우 좀비로 변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범죄를 저지른 탓에 일반인들과 격리되어있던 120여명의 불량소년들은 시설로 침입한 좀비의 습격을 받아 몇몇이 희생되긴 했지만 꽤 많은 인원이 ‘인간으로서’ 살아남는다. “아포칼립스의 요새”는 도입부인 1권에서 주인공인 네 명의 소년을 중심으로, 교정시설 안에 침입한 좀비들과 소년들 간에 생존을 놓고 벌어지는 잔인하고 치열한 사투를 다루고 있다. “당분간은 여기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 “아포칼립스의 요새”는 그 설정이나 전개방식에 있어서 ‘좀비’라는 소재를 채택한 두 개의 작품과 상당 부분 유사한 점이 많다. 첫 번째는 만화가를 꿈꾸던 청년이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세계의 좀비화”에 대항해 동료들을 모으며 싸워나가는 “아이 엠 어 히어로”, 두 번째는 고등학교에 침입한 좀비들과 학생들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학원묵시록 Highschool of dead”다. “아포칼립스의 요새”는 좀비들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이라든가 살아남은 인간들끼리 갈등을 겪는 것 같은 드라마틱한 설정 등의 요소에서 “아이 엠 어 히어로”와 상당 부분 겹치고, 좀비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거나 소년들이 역경을 타개해나가는 극 전개방식에서 “학원 묵시록 Highschool of dead”와 상당 부분 겹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앞서 말한 두 개의 작품들과 상당 부분 유사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폭력에 익숙한 주인공들’ 때문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중범죄를 저질러 사회에서 격리된, 교정시설에 갇힌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좀비와 맞닥뜨렸을 때 숨거나 도망가는 것을 택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하는데 실제로 전투력도 상당하다. 이들은 각종 무기들을 비롯해 주위에서 조달할 수 있는 모든 도구와 방법들을 동원해 좀비들을 쓰러트리고 ‘스스로’ 생존의 길을 열어 재낀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스피디한 극 전개와 화려하면서도 잔인한 액션이 이 작품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사실 ‘폭력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작품의 인기에 상당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업적인 요소다. (특히나 표현수위에 제약이 없는 이런 좀비물 같은 장르는 그 비중이 더 크다) 그래서 이 작품은 ‘19금’ 빨간 딱지를 달고 있고, 그래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