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판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AD 2020 도쿄, 이 도시는 범죄급증도시. 어제와 오늘이란 시간 사이에 간단히 사람을 바꿔버릴 수 있는 도시...크레이지 파라다이스.” -애장판 1권 9~10p 中에서 발췌 일본 순정만화계의 ‘레전드’ 중 하나로 불리는 나카무라 요시키의 “도쿄 크레이지 파...
2014-03-14
석승환
“AD 2020 도쿄, 이 도시는 범죄급증도시. 어제와 오늘이란 시간 사이에 간단히 사람을 바꿔버릴 수 있는 도시...크레이지 파라다이스.” -애장판 1권 9~10p 中에서 발췌 일본 순정만화계의 ‘레전드’ 중 하나로 불리는 나카무라 요시키의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가 ‘애장판’으로 출시되었다. 1999년 정식 한국어판이 대원 씨아이를 통해 소개되면서 바다 건너 한국에서까지 수많은 열혈 팬들을 양산한 이 ‘전설의 작품’은, 2002년 ‘전 19권’으로 한국어판이 완결된 이후, 독자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2005년 ‘전권 BOX SET’로도 재발매 되었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 8년 만에 다시 나오는 ‘애장판’은, 2014년 4월까지 매월 두 권씩 발행할 예정으로 ‘전 10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난 어릴 때부터 엄마에 의해 남자로 자랐다. 옛날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강력범죄 중에서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살인 다음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경찰이던 엄마가 무참하게 상처를 입은 채 현장에 버려진 무수한 여자들을 보고 와서는 내게 말했다. ‘넌 강한 애가 되어야 해...부디 남자 따위에게 지지 말아야 한다...’, 난 딱히 오빠들, 친구들과 어울려 싸우는 게 싫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도 괴롭진 않았지만...” -애장판 1권 26p, 츠카사의 대사 中에서 발췌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스킵 비트”가 연이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일본 순정 만화의 저력을 온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작가 나카무라 요시키는 1993년 순정만화잡지 ‘하나또유메’를 통해 “꿈에서 만나는 것보다 멋져”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였다. “MVP는 양보 못해”, “Blue wars”,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스킵비트” 등의 작품을 발표한 그는 ‘순정만화 같지 않은 순정만화’를 그리는 ‘작가로서의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구축했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상업 작가’로서의 자신의 시장가치도 확실히 증명하였다. “넌 책임감과 정의감이 넘치는 경찰의 자식이잖아. 약속은 꼭 지켜야지. 안 그래? 빌린 돈은 내 경호를 해서 갚겠다고. 약속했던 것 같은데?” -애장판 1권 155p, 류지의 대사 中에서 발췌 나카무라 요시키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 된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는, 여성 독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순정만화치곤 특이하게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액션 장르에 고전적인 ‘남장여자 로맨스’를 결합시켜 성공을 거둔,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東京クレイジ?パラダイス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는 ‘クレパラ(크레파라)’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긴 했지만, 로맨스는 절대적으로 고전적으로, 캐릭터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살짝 비틀어 만든 인물들로, 장르적으로는 액션과 SF와 판타지를 순정 속에 담아냈다. 독특한 정체성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무려 6년간이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드라마틱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은 죽음을 불사하는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액션은 시원하고 사랑은 절대적이다. 진지한 드라마가 코믹한 설정과 함께 빠른 진행을 보인다. 야오이물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시작한 남장 여자에 대한 설정은, 이후 보이시한 여자의 섹시함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하나또 유메」라는 연재지의 암묵적인 법칙에 따라 철저하게 건전한 로맨스로 일관한다. 그가 이 작품에서 실험한 액션과 순정의 절묘한 황금비율은 순정만화의 색다른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서기은,『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2002년)』의 로맨스는 꽤 과격하다(2005.12.31.) 中에서 인용 애장판 1권 띠지에 수록된 ‘나카무라 요시키 인터뷰’에 보면, “본인에게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작가가 이렇게 답한다.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가 6년 만에 완결을 맞았을 때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만큼 정성을 쏟아부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그렸던 작품...이랄까요. 다만 그만큼 고민도 많았습니다. 만화가 인생 중 가장 큰 즐거움도, 가장 큰 괴로움도 맛보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구룡회 간부라면 날 모를 수 없을 텐데? 스몬 아사고. 구룡회 3대 두목 시로가미 류지의 아내가 될 여자지!!” - 1권 258p, 아사고의 대사 中에서 발췌 이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이 작품의 매력이 뭐인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 의외로 꽤 많은 이들이 여주인공인 츠카사의 ‘중성적 매력’을 꼽는다. 작가인 나카무라 요시키는 테즈카 오사무의 “리본의 기사”와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남장여자’에 대한 동경심을 품었으며,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인 코즈키 츠카사를 ‘두 작품의 장점을 한데 모은 여자 주인공’으로 창조해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작품후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남자를 능가할 정도로 남자다우면서도 여자로 돌아가면 누구보다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츠카사의 설정을 작품 속에서 충실히 구현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작가의 이러한 노력은, 매 화마다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거친 남자들을 맨주먹으로 쓰러트리는 강인한 전사(戰士)’지만 막상 여자로 돌아가면 ‘여성으로서의 내면적 매력도 지닌 화려하고 멋있는 코즈키 츠카사’라는 특별한 여자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느낌의 여자 주인공과 액션, 로맨스, SF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 매우 독특한 형태의 스토리는 수많은 여성 독자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렸고, 이 작품을 ‘레전드’의 위치에 올려놓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책의 홍보문구는 “전설의 열혈 학원 러브 액션물, 애장판으로 돌아오다!! <스킵 비트>의 나카무라 요시키의 원점 & 순정만화의 틀을 깬 파격적인 바이블”이다. “순정만화적인 오글거림은 덜어내고 코믹함과 드라마성을 듬뿍 가미한 저력있는 레전드”라는 홍보문구도 있다. 내 입장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소재와 형식에 있어 남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순정만화”라고 추가하고 싶다. 근미래, 야쿠자, 여전사(女戰士) 등 순정만화답지 않은 독특한 소재, 아기자기한 코믹함을 수시로 던져주는 수많은 ‘개그 컷’들, ‘남장여자’와 ‘순정마초’의 로맨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 등등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정말 많다. 이 세상에 수많은 만화들이 있지만, 10여년의 시간동안 ‘단행본→박스세트→애장판’의 순서로 계속 발간되는 작품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