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타가라스
“내 등의 삼족! 이름은 야타가라스!! 신화시대, 저 신무천황을 야마토 통일로 이끈 필승의 사신이다!! 야타가라스의 천명은 영웅을 이끄는 것! 야타가라스의 화신인 이 마고이치가, 너희를 승리로 이끌어주마!!” 온 나라가 육십여 개의 소국(小國)으로 나뉘어 천하의 ...
2013-11-20
유호연
“내 등의 삼족! 이름은 야타가라스!! 신화시대, 저 신무천황을 야마토 통일로 이끈 필승의 사신이다!! 야타가라스의 천명은 영웅을 이끄는 것! 야타가라스의 화신인 이 마고이치가, 너희를 승리로 이끌어주마!!” 온 나라가 육십여 개의 소국(小國)으로 나뉘어 천하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내전을 벌이던 일본의 전국시대에 철포(화승총)로 무장한 용병집단이 존재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사이카슈”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상징하는 문양은 “야타가라스”라는 “세 발 달린 까마귀”였다고 한다. 이들이 보유한 철포를 다루는 기술이 워낙에 뛰어났던 탓에 이들의 솜씨를 사서 전쟁에서 이기려는 다이묘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 기록들로 보아 “사이카슈”가 “전국시대”라는 특이한 환경이 배출한 “독특한 무장집단”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전국 야타가라스”는 바로 이 전설의 철포 용병단 “사이카슈”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 활극으로, 실제 역사에서도 “사이카슈”는 확실한 족적이나 업적보다는 다소 불분명한 행적을 보이는 전설적인 집단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용병”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어딘가에 확실히 소속되지 않고 이곳저곳의 전쟁터를 떠돌며 전투를 치르던 이들의 활약이 민간에서 과장이 섞여 전승되면서 후세에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놓았고, 요즘에 와서는 만화뿐만 아니라 소설, 게임, 드라마, 영화 등등의 인기소재로 활용되면서 세인들에게 더더욱 “환상적인 무장집단”으로서 여겨지게 만든 것 같다. 이 작품은 “사이카슈”라는 역사적 소재에 작가의 만화적인 상상력을 결합시킨 일종의 “팩션(faction)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남만보다 먼저, 이 일본 66개 나라를 다 집어삼킬 것이다!! 용과 싸울 수 있는 건 용뿐. 일본은 66개 나라라는 뱀에서 한 마리 용이 돼야만 한다. 남만을 능가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호룡이! 천하를 통일하고 내가 용이 된다. 그게 이 노부나가의 야망이다!!” 한국어판으로는 현재(2013.10) 2권까지 나와 있는 이 작품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전쟁터를 떠도는 철포용병단 ‘사이카슈’의 두목 사이카 마고이치가 “남만에 대항할 수 있는 용을 찾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전국에 명성이 자자한 역사적인 인물들을 만나러 다닌다는 설정을 갖고 진행된다. 1권에서는 키노시타 토키치로 히데요시(후일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타케나카 한베 등을 마고이치가 만나 전투에 참여하고, 시국을 논하며 2권에서는 아케치 미츠히데, 우에스기 겐신 등이 등장하여 작품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북쪽에 대비하라.” 주인공인 사이카 마고이치는 실제 역사에서 보여준 행적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미스터리가 넘쳐나는 인물이다. 혹자는 이 인물이 임진왜란 때 왜군으로 참전했다가 조선의 민초들에게 감동하여 자신의 철포부대를 이끌고 조선군에 투항, 항왜(降倭) 장군으로서 수많은 전공을 세워 선조임금에게 성과 이름을 하사받았다는 ‘귀화 왜장’ 김충선 장군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물론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작품의 구성이나 인물, 설정 등이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역사 활극”으로서의 장르에 충실한 재미있는 만화다. 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