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DMAT : 잔해 속의 히포크라테스
“2004년 다수 사상자 발생 사고나 재해가 일어났을 때, 현장까지 긴급 출동하여 ‘잔해 속의 의료’에 직접 종사하는 의료 조직이 도쿄에서 발족했다. 그들은 최신 의료시설 속에서 한 명의 환자에게 최대의 의료 행위를 하는 ‘응급 의료’가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부...
2013-10-14
석재정
“2004년 다수 사상자 발생 사고나 재해가 일어났을 때, 현장까지 긴급 출동하여 ‘잔해 속의 의료’에 직접 종사하는 의료 조직이 도쿄에서 발족했다. 그들은 최신 의료시설 속에서 한 명의 환자에게 최대의 의료 행위를 하는 ‘응급 의료’가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부상당한 많은 생명과 마주해야 하는 ‘재해 의료’ 전문가,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통칭 DMAT이다.” 재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생사(生死)의 순간들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이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인 색체를 띠지만, 서로의 운명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실존적인 휴머니즘이 거세게 발현되는 매우 드라마틱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만화산업계에서 놔둘 리가 없었고, 실제로 의료(醫療)를 소재로 다룬 수많은 명작만화들이 세간에 발표되어 왔다. 여기에 소개하는 “Dr. DMAT - 잔해 속의 히포크라테스”는 명작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재해현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소재로 한 의료만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생명의 가치는 지구보다 무겁다.” 타카노 히로시 글, 키쿠치 아키오 그림의 일본만화 “Dr. DMAT - 잔해 속의 히포크라테스”는 “재해현장”에 직접 출동하여 생사의 기로에 선 긴박한 순간의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의료팀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대원 씨아이를 통해 현재(2013.09.04.) 정식 한국어판으로 4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현재 구급차의 응급구조사는 재해 현장까지 평균 6분 안에 도착 가능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그들의 의료 행위는 법적으로 제한돼있어서 심폐 정지 상태의 환자에 대해서만 시행할 수 있는 특정 행위만 인정이 되고 있네. 하지만 의사의 의료 행위가 현장에서 이뤄진다면 기존에 살리지 못한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구할 수 있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신념으로 가진 의사 야쿠모 히비키다. 그는 아리스가와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내과의로, 의사로서의 실력도 자세도 훌륭하지만 피를 싫어하고 매우 심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작품은 ‘재해현장’같은 긴박한 장소에서는 성격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의사 야쿠모 히비키가 “DMAT”에 배속되면서 서서히 진정한 의사로 단련되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명을 살린다는 건, 나더러 어느 한 쪽을 죽이라는 거야?!” 이 작품은 “재해현장”을 배경으로 주인공 야쿠모 히비키를 비롯해 수간호사 하세가와 구미코, 소방청 구조기동대 소대장 사쿠라바 슈사쿠, 아리스가와 종합병원장 이세자키 쇼이치, 뇌외과의 이세자키 쿠미, 외과의 무라카미 등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작품의 스토리를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리얼리티에 치중한 탓에 드라마틱한 전개가 다소 약해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충분한 극적 재미를 주는 의료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