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오른손
“맞아, 뇌사자라네. 지금부터 이식 수술을 위해 신장을 적출할 거야.....정식 절차? 자넨 지금껏 정식으로만 수술을 해왔나?! 위선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아! 어떤가? 자넨 어차피 팔에 그런 문신을 했으니 갈 곳도 없지? 우리 병원에서 일할 마음은 없나?” 오른손...
2013-10-10
김진수
“맞아, 뇌사자라네. 지금부터 이식 수술을 위해 신장을 적출할 거야.....정식 절차? 자넨 지금껏 정식으로만 수술을 해왔나?! 위선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아! 어떤가? 자넨 어차피 팔에 그런 문신을 했으니 갈 곳도 없지? 우리 병원에서 일할 마음은 없나?” 오른손에 악마의 상징인 ‘타락천사 루시퍼’의 문신을 새긴, 솜씨 좋은 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 “루시퍼의 오른손”은 현재(2013.09.01) 한국어판으로 5권까지 출간되어있다. 작품의 작화나 연출, 스토리 모두 정통파 극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요코하마의 한 병원을 무대로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극적인 상황들을 에피소드로 엮어내면서, 자칫 평면적인 이야기로 흐르기 쉬운 스토리 구조에 묵직한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돈 때문이라면 어째서?! 돈도 낼 수 없는 환자를 진료하는 건 왜지?” “반대로 묻겠는데...자네는 어째서 해외에 의료 봉사를 하러갔지? 살리고 싶어서...자신의 기술로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지? 하지만 자네도 알 거야...세상은...봉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 어차피 갈 곳도 없잖나? 이런 문신을 했어도 여기서는 받아들여줄 수 있어. 어떤가? 이곳을...이 마을을 자네의 보금자리로 삼으면...?!” 작품의 주인공인 카츠미 유우는 뛰어난 솜씨를 가진 외과 의사다. 아프리카 모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던 중 반군 게릴라들에게 납치당하고, 혼란스러운 내전(內戰) 상황에 휘말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직접 총을 들고 살인을 저지른다. 사람을 살려야하는 의사가 도리어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자책감과 후회는 카츠미를 폐인으로 만들고, 요코하마의 밤거리에서 술에 쩔어 거리를 방황하던 카츠미는 작은 진료소를 운영하는 괴짜 의사 미나토노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뭘 망설이지?! 이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면, 이 손으로 그보다 많은 사람을 구하면 돼. 자네 손은 아직 타락하지 않았어.” 미나토노가 운영하는 작은 진료소는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최첨단 설비를 갖춘 수술실도 있었다. 미나토노는 요코하마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의사였지만 대학병원을 뒤로 하고 거리의 약자들에게 시선을 돌려 거의 무료봉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불법체류자나 노숙자들, 또는 사정이 있어 일반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미나토노 의원을 주로 찾는 환자들이었다. 돈이 없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진료를 해주고, 병원 운영을 위해 야쿠자들이나 범죄조직과 연계해 비밀수술 같은 불법 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료소의 운영비를 벌어들이는 괴짜 의사 미나토노는 마치 자신의 위험을 예견이라도 한 듯 자신의 후계자로 카츠미 유우를 낙점한다. 작품은 미나토노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엉겁결에 진료소를 운영하게 된 카츠미를 중심으로, 각자의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이 하나둘씩 진료소로 모여들면서 스토리를 점차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이 작품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좋은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나지만 스토리의 진행이나 연출방식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것 빼곤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