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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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블러드

“1865년 4월 9일. 아메리카 합중국.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에드워드 리 장군의 항복으로 남북 전쟁은 종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의한 남부 재건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5일 후 링컨 암살 사건이 발생하여 남북 간의 골이 메워지지 않은 채 산업자...

2013-10-08 유호연
“1865년 4월 9일. 아메리카 합중국.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에드워드 리 장군의 항복으로 남북 전쟁은 종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의한 남부 재건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5일 후 링컨 암살 사건이 발생하여 남북 간의 골이 메워지지 않은 채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뉴욕시 맨해튼 구. 뉴욕 항은 그 당시 ‘엘도라도’라고 불리며, 사회적, 경제적 압력에 의해 자국에서 배척당한 유럽 이민자의 배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민자들은 신대륙에서의 밝은 미래를 꿈꾸었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국과 다름없는 가난과 종교 차별에 시달려야 하는 힘겨운 생활이었다. 뉴욕에는 그런 그들이 자연스레 모여든 곳이 있었다. 워스(옛 명칭 앤서니), 백스터(옛 명칭 오렌지), 파크(옛 명칭 크로스), 세 거리가 만나 이루어진 교차점. 뉴욕 제 6 행정지구 ‘세계 최악의 슬럼가’라 일컬어진 땅. 파이브 포인츠.” “레인보우 2사 6방의 7인”의 그림을 맡았던 마사쓰미 카키자키의 신작, “그린 블러드”의 한국어판이 대원씨아이를 통해 출간되었다. 현재(2013.09.01.) 한국어판으로 3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 뉴욕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갱(GANG)들의 대립을 주요 줄거리로 삼아 역사의 격랑을 헤쳐 나가는 거친 남자들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뉴욕 제 6 행정지구, 파이브 포인츠. 그곳은 스무 개가 넘는 갱단이 존재하는 세계 최악의 슬럼가. 악취가 감도는 거리에는 술집과 사창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밤에는 강도나 강간을 당한 약자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친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거름 구덩이 같은 곳에서 브래드 번즈와 루크 번즈, 피를 나눈 두 형제가 씩씩하게 살아간다. 의지할 것 하나 없는 채로...” 마사쓰미 카키자키의 작화는 이미 전작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 작품의 품질에 대해서 불만이 느껴지는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그린 블러드”의 작화나 연출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세기의 뉴욕 뒷골목을 세밀하게 묘사한 부분이나 장엄함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진 전투 씬 같은 것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작품의 주인공인 브래드 번즈는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의뢰를 받아 사람을 암살하는 전문 킬러다. 그는 “그레이브 디거”라는 파이브 포인츠를 장악한 거대 갱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검은 롱코트를 휘날리며 “건소드”라 불리는 독특한 무기로 상대를 죽인다. 그는 적들에게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공포의 상징이자 슬픈 가족사를 지닌 비운의 킬러다. 브래드 번즈의 동생인 루크 번즈는 형과는 달리 아주 성실하고 올바른 소년으로,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모아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빈민가를 벗어나겠다고 다짐하는 순수하고 올곧은 성품을 지녔다. 이 작품은 서로 상반된 직업과 성격을 가진 번즈 형제를 주인공으로 삼아 19세기의 뉴욕의 풍경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품의 초반부는 거대 갱단 “그레이브 디거”와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거친 남자의 향기가 매 페이지마다 물씬 느껴지는 작품으로 이런 종류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