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교실
“안타깝군요. 오늘도 명중률 제로입니다. 숫자에 의존하는 전술은 개별적인 사고를 소홀하게 하죠. 시선. 총구의 방향.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 단순해요. 좀 더 머리를 쓰세요. 안 그러면...최고시속 마하 20인 선생님을 죽일 수 없어요.” 매우 독특한 컨...
2013-09-17
김현우
“안타깝군요. 오늘도 명중률 제로입니다. 숫자에 의존하는 전술은 개별적인 사고를 소홀하게 하죠. 시선. 총구의 방향.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 단순해요. 좀 더 머리를 쓰세요. 안 그러면...최고시속 마하 20인 선생님을 죽일 수 없어요.” 매우 독특한 컨셉의 일본만화 한 편을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누계 판매부수 400만 부를 돌파한 화제작, Yusei Matsui의 “암살교실”이다. 쿠누기가오카 중학교 3-E반을 무대로 펼쳐지는 판타지로 정부로부터 ‘담임선생님을 암살하라’는 특명을 받은 중학생들의 이야기다. 현재(2013.07) 한국어판으로는 학산문화사를 통해 2권까지 발행되어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1년 후 지구를 파괴할 때까지는 제가 여러분의 선생님입니다.” 학생들의 암살대상이 된 담임선생님은 일단 인간이 아니다. ‘죽일 수 없는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살생님’이라 불리는 3-E반의 담임선생님은 달의 3분의2를 하루 만에 파괴해버린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수수께끼의 초생물이다. 최고시속 마하 20의 스피드와 만능의 촉수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격수단이 통하지 않는다. ‘살생님’은 ‘1년 뒤엔 지구를 파괴하겠다.’는 경고를 각국의 수뇌진에 전달한 채 느닷없이 일본의 입시명문 중학교로 이름난 쿠누기가오카 중학교의 선생님, 그 중에서도 특별강화반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차별을 당하고 있는 3-E반의 담임선생님으로 재직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별의별 수단을 다 써서 암살을 시도해봤지만 마하 20의 속도를 가진 ‘살생님’을 스치지도 못했던 일본 방위청은 ‘성공하면 100억 엔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3-E반의 아이들에게 앞으로 1년 남은 지구의 운명을 맡긴다. “방위청의 카라스마라고 한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국가기밀임을 명심해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너희들이 이 괴물을 죽이기 바란다!!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어 미안하지만, 이놈이 하는 말은 진실이다. 달을 파괴한 이 생물은, 내년 3월에 지구도 파괴할 것이다. 이 일을 아는 것은 각국 수뇌뿐이며, 세계가 대혼란에 빠지기 전에...극비리에 이놈을 죽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즉, 암살이다. 하지만, 이놈은 좌우간 빨라!!... 둥근 달을 초승달로 바꿀 정도의 파워를 가진 초생물, 최고 속도는 무려 마하 20!! 즉, 이놈이 작정하고 도망가면, 우리는 파멸의 순간까지 속수무책인 것이다.” 최신예 전투기로 공격을 해도 음속으로 나는 전투기에 공중에서 왁스걸레질을 해주는 초생물, 점심시간에 일본에서 중국의 사천성으로 마파두부를 먹으러 가는 괴짜 선생(10분 걸린다), 이 무시무시한 생물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플라스틱 장난감 칼과 비비탄 장난감 총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가진 만화는 엄연히 지구멸망을 소재로 한 ‘다크 판타지’고, 입시에만 모든 것이 맞추어져 있는 학교의 시스템을 비꼬는 ‘블랙 코미디’다. 하지만 무척이나 재미있다. 톡톡 튀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매 회마다 웃음과 감동을 유발한다. 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수수께끼의 초생물이 도대체 왜 중학교의 담임선생님을 맡겠다고 했는지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미스터리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정말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