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만일 그때 내가 ‘네’라고 대답했더라면...아니...이제 와 무슨 상관인가. 그래, 뒤늦은 후회야. 어차피...오늘로 죽을 만큼 길었던 고교 생활은 끝난다.” “337박수!!”, “SOS 해상 특수구조대”, “내 이...
2013-08-26
김진수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만일 그때 내가 ‘네’라고 대답했더라면...아니...이제 와 무슨 상관인가. 그래, 뒤늦은 후회야. 어차피...오늘로 죽을 만큼 길었던 고교 생활은 끝난다.” “337박수!!”, “SOS 해상 특수구조대”, “내 이름은 해사” 등의 작품으로 다소 독특한 색깔의 만화적 재미를 선보였던 일본 작가 쿠보 미츠로의 신작 “어게인!!”이 학산문화사를 통해 정식 한국어판으로 발행되었다. 현재(2013.07) 5권까지 발행된 이 작품은 ‘타임슬립’이라는 SF적인 소재와 ‘고등학교 응원단’이라는 청춘 스토리를 결합시켜 특별한 재미를 선보인다. “우리 학교에는 1학년 무렵까지 응원단이 있었는데, 내가 그 모습을 본 건 입학식 때뿐이었다. 우리 학년 중에 신입부원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없어졌다고 소문으로 들었다. 구교사에 단실은 남아 있다는데...그대로인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는 물론 제대로 얘기하는 녀석도 하나 없다 보니.” 만약 고교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이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않거나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청춘 시절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자신의 뜻대로 녹록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생은 나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는 절대적인 진리를 깨닫게 될 때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상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설령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존재니까 말이다. “어게인!!”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3년 전 입학식 날로 타임슬립한 고교생, 이마무라 킨이치로를 남자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춘코미디물이다. 3년 동안 친구도, 동료도 없이, 그저 나른하고 지루했던 학창시절을 보낸 이마무라에게 딱 하나 강렬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게 있다면 입학식 때 보았던 응원단의 모습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홀로 열심히 응원을 하던 응원단장의 모습과 그녀의 입부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작품은 3년 전 입학식 날로 돌아간 이마무라가 ‘이번에야 말로 후회를 남기지 않으리라’라는 심정으로 응원단에 입부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하지만 3년 후의 미래를 알고 있다 해서 주위의 상황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이미 알고 있는 미래의 사실로 인해 주위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들에 조급해지고 짜증이 난다. 이마무라와 졸업식 날 사고로 엮여 같이 타임슬립한 여학생 후지에다 아키라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보단 자꾸 충돌만 일어난다. 하지만, 분명히, 3년 전으로 다시 돌아온 이마무라의 고교생활은 확실하게 달라져간다. 수동적이었던 태도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자신을 둘러싼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확실하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말이다. 독특한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권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