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하이큐!!

“발리볼(배구). 코트 중앙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두 팀이 서로 공을 친다. 공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잡아서도 안 된다. 세 번의 발리를 통해 공격으로 ‘연결하는’ 구기운동이다.”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처럼 읽기 쉬운 만화도 없다. 전형적이라는 이야기는 “너...

2013-08-20 김현우
“발리볼(배구). 코트 중앙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두 팀이 서로 공을 친다. 공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잡아서도 안 된다. 세 번의 발리를 통해 공격으로 ‘연결하는’ 구기운동이다.”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처럼 읽기 쉬운 만화도 없다. 전형적이라는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는 느낌도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시장에서 상업적인 실적이 증명된 “제작의 틀”을 잘 구현하고 있는, ‘룰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본 만화 “하이큐!!”는 배구를 소재로 한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다. 소재가 배구라는 것이 조금 독특할 뿐, 캐릭터도, 설정도, 스토리도, 연출도, 갈등구조도 매우 ‘전형적’이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눈앞을 가로막고 선 높디높은 벽, 그 너머는 어떤 광경일까? 어떻게 보일까. ‘꼭대기의 풍경’, 나 혼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보일지도 모르는 풍경” “엄청난 운동능력을 지닌 초보자”와 “삐딱하고 협동심 없는 천재”의 조합은 메가 힛트작 “슬램덩크” 이후로 아예 스포츠 만화의 공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어울리지 않는 두 명의 주인공 조합은 “팀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대부분의 스포츠 만화에서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구조가 되어버렸고, 작품별로 출연 빈도가 너무 높아서 이젠 아예 “장르의 공식”처럼 굳어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하이큐!!”의 두 주인공 히나타 소요와 카게야마 토비오 역시 이 공식에 충실히 따른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보았던 배구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인 ‘작은 거인’을 동경해 배구부도 없는 중학교에서 3년 내내 혼자서 연습한 배구광 히나타 소요, 어린 시절부터 ‘코트위의 제왕’으로 불리며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배구천재지만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까칠한 소년 카게야마 토비오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명의 주인공이다. 이 두 명의 ‘전형적인 주인공’이 카라스노 고등학교 배구부에서 한 팀으로 만나 배구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줄거리이다. 매우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의 캐릭터 구조이지만 “슬램덩크”와 조금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두 명의 포지션이다. 스파이커와 세터라는, 배구의 특성상 ‘서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인 두 주인공은 평상시엔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삐걱거리지만 일단 한 번 호흡만 맞으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무적의 콤비’로 진화한다. 비록 초보자지만 엄청난 점프능력과 동물적인 반사 신경을 지닌 스파이커 히나타와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토스를 올려주는 ‘천재 세터’ 카게야마의 조합은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선보이는 “최고의 공격 장면”일 것이다. 책 띠지에 “일본 현지 누계부수 100만부를 돌파한 조간소년점프의 인기작”이라고 홍보하는 걸 보면 일단 추천해도 욕먹을 작품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들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개성적인 디테일을 보여주는 좋은 구성을 지닌 작품이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슬램덩크 배구부 버전”이라고 할까? 킬링타임용으로 아주 좋은, 재미있는 스포츠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