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밴드
1900년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발표한 ""오즈의 마법사""는 총 14편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아동문학의 걸작으로 최근에는 원작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뮤지컬 등을 통해 대중에게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도로시라는 한 소녀가 수수께끼의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의 나라...
2013-08-09
페니웨이
1900년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발표한 ""오즈의 마법사""는 총 14편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아동문학의 걸작으로 최근에는 원작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뮤지컬 등을 통해 대중에게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도로시라는 한 소녀가 수수께끼의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의 나라로 가게 된 후 강아지 토토, 겁쟁이 사자,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허수아비, 심장을 얻고 싶은 양철나무꾼과 함께 신비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의 이 동화적 판타지는 비단 원작 그대로 뿐만 아니라 백여년의 세월동안 무수한 작품들에 직간접적인 모티브를 제공해 주었다. 영화만 하더라도 1910년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라는 13분짜리 단편 무성영화로 처음 제작된 이래 10여편에 육박하는 ""오즈의 마법사 관련영화가 발표되었으며 최근에도 샘 레이미 감독이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이라는 일종의 프리퀄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작품은 1939년 빅터 플래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인데, 주디 갈랜드가 도로시 역을 맡은 이 뮤지컬 영화는 영화사상 최고의 판타지라는 극찬과 함께 ""Over the Rainbow""라는 주제가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만화로서는 일본의 히로네 시이가 발표한 [오즈의 마법사들]이 있는데, 스토리는 대략 원작을 따라가고 있지만 도로시는 ""남자""고, 마법사 오즈도 주인공과 비슷한 연배의 소년이라는 설정의 패러디물이며 또다른 작품인 이츠키 나츠미의 [오즈]는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을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의 SF로 재해석한 작품으로서 다분히 순정만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국내에서는 손희준 작가의 [도로시]가 일본 코믹스풍의 터치로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하는데 도전했다가 연재중단이라는 불명예스런 결과로 원성을 산 바 있고, 백성민 화백이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만화로 옮긴 [오즈의 마법사]도 출간된 바 있다. 사실 너무나도 다양한 형태의 컨버전을 거친 작품이기에 더 이상 어떤 형태의 리메이크가 나온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지만 지금부터 소개할 한편의 만화는 순식간에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바로 [도로시 밴드]다. 이 작품은 2006년 Daum 커뮤니케이션의 만화속 세상에 웹툰형식으로 조용히 연재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오즈의 마법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어떤 작품보다도 기발하며 작화나 스토리의 짜임새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아 몇몇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주목받게 되었다. [도로시 밴드]의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과 비슷한데, 도로시라는 이름의 소녀가 어느날 회오리 바람을 타고 가상의 세계인 뭉크킨의 나라에 떨어지는 것 까지 비슷할 뿐 이후의 이야기는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원작에서의 강아지 토토는 남자친구로 바뀌었고, 그외의 인물들(사자, 허수아비, 양철나무꾼)도 동일하게 등장하지만 원작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캐릭터를 지녔다. 더욱이 이들이 오즈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함도 아니고, 개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도로시 일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공적인 ""빅 밴드""가 되는 것이다. 각자가 지닌 음악적 재능으로 의기투합한 ""도로시 밴드""의 일행은 오즈 레이블의 음반 프로듀서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수많은 난관들을 ""음악적 열정""으로 극복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렇듯 파격적인 설정의 변화와 리메이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마음껏 넘나드는 홍작가의 번뜩이는 센스만이 [도로시 밴드]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도로시 밴드]는 웹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뛰어난 작화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림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홍작가의 개성있는 그림체는 고사직전의 위기에 몰렸던 국내 만화계의 현실에 아직도 희망이 존재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타의 만화들에게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나름 진지하고도 풍자적인 주제의식과 촌철살인의 유머는 [도로시 밴드]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필수적인 요소다. 웹툰으로 시작한 [도로시 밴드]는 무난한 마무리에 힘입어 총 3권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비록 연재당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경쟁력과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초 프랑스로 그 무대를 옮겨 대망의 단행본 발행을 해외에서도 하게 되었다고 하니. 작품속 도로시처럼 더 넓은 곳을 향해 도전의 날개를 펼치는 홍작가의 근성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