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공수도
“언제부턴가 계속 찾고 있었다...나의 마음에 피는 한 송이 꽃...하지만 적어도 내가 걸어온 길에는...그런 건 피어있지 않았다...” 스포츠 만화에는 소위 정석(定石)이라 불리는 스토리 전개방식이 있다. ‘재미와 감동’ 면에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는 스포츠 ...
2013-07-13
김진수
“언제부턴가 계속 찾고 있었다...나의 마음에 피는 한 송이 꽃...하지만 적어도 내가 걸어온 길에는...그런 건 피어있지 않았다...” 스포츠 만화에는 소위 정석(定石)이라 불리는 스토리 전개방식이 있다. ‘재미와 감동’ 면에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는 스포츠 만화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이 정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만화를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캐릭터를 살펴보면, 주인공은 대개가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정서(반항아, 불량아, 괴짜, 왕따 등등)를 지닌 비범한 재능(엄청난 운동능력이라던가 동물적인 운동신경 또는 한 분야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적인 재능 등등)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타고난 천재형’의 주인공들은 작품 초반부에는 대개가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적재적소에서 발휘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방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슬램덩크”의 강백호) 그래서 이들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 대개가 그 분야의 ‘초보자 코스’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경기규칙을 잘 몰라서 허둥대거나 이미 이 분야에서 익숙한 다른 이들로부터 수많은 방해를 받는 등 아주 전형적인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이것은 ‘타고난 천재’인 주인공에게 적절한 장해나 핸디캡을 부여하여 ‘원석이 보석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선보임으로써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하고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아주 중요한 장치다. 이러한 ‘단련의 길’에서 주인공에게 부여되는 수많은 위기와 고난은 대개가 타고난 재능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극복하게 된다. 주인공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주인공의 라이벌이다. 이들은 대개가 이미 그 분야에서 실력을 입증 받아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엘리트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인공의 동료(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슬램덩크”의 서태웅)일수도 있고 꺾어야만 하는 적(敵)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둘 다 등장한다. 이 라이벌 캐릭터가 강하면 강할수록 작품의 재미는 배가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면 작품의 재미와 감동이 떨어지고 장르의 혼동이 온다.(스포츠 만화는 설령 판타지처럼 전개되더라도 사실적인 배경과 설정을 기본 틀로 유지해야만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다.) 주인공과 라이벌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대개가 ‘동료’ 또는 ‘스승’의 역할을 부여받아 주인공의 능력을 키워주고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거나 확실한 동기부여를 설정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잘 만들어진 스포츠 만화일수록 이런 주변 인물들의 설정이 매우 디테일하고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자리가 잡힌 후에는 캐릭터들의 조합을 통해 ‘대결의 장’을 마련하여 다분히 소년만화적인 ‘배틀물’의 형태를 띠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무대가 “전국대회 편”같은 것인데 주인공 또는 주인공의 팀과 대적하게 되는 “전국의 수많은 강호들”을 등장시켜 이들과 차례로 대결하게 하는 설정이 가장 대표적인 정석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소개하는 “한자의 공수도”는, ‘전설적인 일진’이었던 한자가 공수도(空手道)의 길에 들어서면서 진정한 공수도 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낸, 전형적인 스포츠만화로 총 13권으로 완결되었다. 위에서 분석한 ‘스포츠 만화의 정석’에 더없이 충실한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지만, 어딘지 좀 밋밋하고 재미와 감동이 다소 떨어지는 아쉬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