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의뢰 기간은...‘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예요!” 한국 만화가의 일본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도드라지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소마신화전기”, “아일랜드”의 양경일, 윤인완 콤비가 일본출판사를 통해 “신암행어사”라는 히트작을 내놓았고,...
2013-06-18
김진수
“의뢰 기간은...‘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예요!” 한국 만화가의 일본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도드라지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소마신화전기”, “아일랜드”의 양경일, 윤인완 콤비가 일본출판사를 통해 “신암행어사”라는 히트작을 내놓았고, “8용신전설”, “천랑열전”, “나우”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박성우 역시 일본만화잡지에 “흑신”이라는 작품을 연재하였다. 이 두 사람 외에도 “단구”의 박중기, “필링”의 박무직 등 많은 한국 만화가들이 일본만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역시 한국의 만화가가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하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스프리건”, “녹색의 왕” 등의 스토리로 유명한 다카시게 히로시가 맡았고, 작화만 한국의 만화가 송지형이 ‘Double-S’라는 필명으로 그렸다. 작화가인 송지형은 2001년에 시공사 공모전으로 데뷔하여 2003년 ‘부킹’에 “XS(엑세스)”라는 작품을 연재하며 2년 동안 단행본을 5권까지 냈지만 조기 종결하고, 2006년부터 일본의 만화잡지 “영강강”에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를 연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눈이 안 보이는 맹인 검객과 예지능력을 지닌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이 ‘하드보일드’한 작품은, 2013년 5월 현재 19권(한국어판으로는 16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었고,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잡지에서 벌써 7년째 장기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인기작품이다. “보수는 칼잡이를 죽이면 1억 달러, 여자 아이를 산 채로 잡아오면 5억 달러!” 첨단 과학 장비로 무장해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적과 전투를 벌이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맹인 검객’ 히지카타 마모루(암호명 “블레이드”)는, 한때 ‘고류검술계’의 기린아로 불리던 검술의 천재다. 스승이나 동료들에게 ‘검귀(劍鬼)’라 불릴 정도로 오직 검밖에 모르고 그 외의 다른 일엔 전혀 관심이 없던 그가 ‘실전’이라는 극단적인 수행방법을 택하게 된 것은 대련을 하다가 스승을 자기 손으로 죽이게 된 이후다. 스승의 죽음 이후 그는 ‘엘리먼트 네트워크’라 불리는 전 세계의 범죄피해자들이 결집해 조직한 대테러단체에 소속되어 전쟁터나 거리를 떠돌며 자신의 검으로 악인을 처단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이 작품은 1권 도입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히지카타 마모루에게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자신을 지켜달라며 예지능력을 지닌 소녀 하루카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하루카의 예지능력을 노린 범죄조직들과 하루카를 지키려는 히지카타 마모루가 수차례 충돌한 끝에 어느새 전 세계 범죄조직의 타겟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운명이 장대하고 격렬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위기를 극복해가는 두 남녀를 지켜보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재미도 있지만, 마모루가 소속된 대테러단체 ‘엘리먼트 네트워크’와 그에 맞서는 다양한 범죄조직들, 그리고 수많은 전투장면들에 등장하는 최첨단 장비들을 보는 맛이 매우 쏠쏠하다. “군사자료협력”을 별도로 받을 정도로, 세세한 디테일에까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작가의 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화려한 작화와 선 굵은 스토리가 잘 조화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