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콤비의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범죄 노트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 세기를 넘나들며 전 세계를 사로잡는 명탐정의 대명사. 그 이름만으로도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브랜드.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창조해낸 추리소설...
2013-06-13
원은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콤비의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범죄 노트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 세기를 넘나들며 전 세계를 사로잡는 명탐정의 대명사. 그 이름만으로도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브랜드.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창조해낸 추리소설의 주인공 ‘셜록 홈즈’는 탄생에서부터 슈퍼스타였고 13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슈퍼스타다. 셜록 홈즈라는 이 탁월한 캐릭터는 국경과 장르를 초월해 여전히 매력적이며 냉소적이고 괴팍한 천재 캐릭터의 원형으로 드라마, 영화, 만화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때로는 액션 활극의 주인공으로, 때로는 꼬마가 된 소년 탐정으로 또 때로는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21세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수없는 변화와 변종을 가져온 이 캐릭터는 만화가 권교정의 손에서 특유의 통찰과 재기를 통해 무척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되살아났다. 바로 1887년, 런던 베이커가 221B의 까칠하고 냉정하며 외로운 천재 셜록 홈즈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둘도 없는 파트너 존 왓슨 박사로 말이다. 19세기, 베이커가 221B의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 권교정의 만화 <셜록>은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셜록 홈즈의 에피소드를 원작에 충실하게 만화로 재구성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원작 소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의 심리와 홈즈와 왓슨 두 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원작을 훼손함 없이 잘 살리고 있다. 또한, 19세기의 복식과 건물, 거리, 배경 등 세밀한 부분에서 꼼꼼하게 디테일을 살렸고 캐릭터의 외모에서도 신경질적이고 무심한 셜록과 느긋하고 차분한 왓슨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만화 <셜록>에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다루어지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는 시작 단계이므로 이번 리뷰에서는 제외한다) <귀족 독신남>과 <보헤이마 왕국 스캔들>이다. <귀족 독신남>은 19세기 영국의 천재 탐정 셜록 홈즈의 장대한 모험담을 열어가는 첫 번째 이야기로 한 여자와 두 남자, 그리고 결혼식에 얽힌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다. 솔직히 <귀족 독신남>은 존 왓슨과 메리 모스턴의 결혼, (메리 모스턴은 <네 사람의 서명> 편에 나오는 의뢰인으로 후일 왓슨과 결혼하는 여자다) 거기서 시작된 셜록과 왓슨의 심리와 관계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작가의 캐릭터 설정에 필요한 에피소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장대한 연재만화의 포문을 여는 임무를 완수하기에는 심심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에피소드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만화 <셜록>에서는 홈즈와 왓슨의 탁월한 유대 관계나 앞으로 만나게 될 캐릭터에 대한 세밀하고 친절한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함으로써 추리만화로서는 평면적이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원작을 충실하게 재구성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창작 장면과 원작 스토리를 무척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인물에 대해 풍족하게 설명해낸 점은 권교정 작가의 특별한 능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능력은 두 번째 에피소드인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이 이야기에서 권교정은 코난 도일의 원작에서는 <네 사람의 서명> 이후 이름만 가끔 언급되는 정도인 메리 모스턴을 적극 활용해 그녀를 통해 홈즈와 왓슨, 두 캐릭터의 성격과 개성, 심리 등을 영리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관계에 대한 설명에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는 장치는 바로 ‘왓슨의 결혼’이다. 6년을 함께 해온 최고의 파트너이자 동반자인 존 왓슨의 결혼을 앞두고 홈즈가 느끼는 기묘한 상실감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어필함으로써 단순한 사건 기록인, 또는 조력자를 넘어서는 완벽한 파트너로서 둘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그러한 캐릭터 설정의 완벽함을 보여주는 두 개의 에피소드는 사실 단행본 2권 이상을 이끌어가기에 썩 적합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귀족 독신남>은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훌륭한 단편 중에서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 역시 셜록 홈즈 팬들에게 무척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기는 하나 유명세에 비해 추리소설로서는 단선적인 구조에 치밀함이 떨어지는 내용 전개로 한 권 이상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지나치게 단조롭다. 그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메리와 왓슨의 결혼 준비라든지 왓슨의 회상에 기대 홈즈와 왓슨의 만남 등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노력만으로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독자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이 만화가 연재된 잡지 <파티>가 아동지임을 감안한다면 복잡한 추리소설을 만화화 하는 것보다 단순명료한 사건을 작가의 유려한 창작력과 혼합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권교정의 <셜록>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셜록, ‘홈즈’이자 ‘셜록’이며 또는 그 누구도 아닌. 권교정의 만화 <셜록>은 셜록 홈즈를 셜록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팬 층의 입맛에 맞을만한 여러 설정을 차용하고 있다. 21세기형 뉴 셜록의 등장에 따라 유행처럼 불거지는 셜록과 왓슨의 관계에 대한 미묘한 설정은 ‘셜록’의 팬들에게는 더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며 반대로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친구이자 파트너로 생각하는 ‘홈즈’ 팬들에게는 분명 거슬리는 점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러한 부분을 희석하고자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을 두 번째 에피소드로 선택한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권교정은 ‘셜록’이란 캐릭터를 좀 더 인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바라보며 그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다. 마찬가지로 왓슨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보다 더 인간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 두 캐릭터의 소소하게 드러나는 표정이나 행동, 생각 등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특별한 설명 없이도 독자로 하여금 셜록을 차갑고 독선적이며 괴팍한 성격에서 감정적으로 덜 자라 까칠하고 외로운 인간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왓슨은 침착하고 온화한 성격에서 때에 따라 고집도 부리고 철부지처럼 불평을 늘어놓을 줄도 아는 귀여운 캐릭터로 재창조된다. 이러한 캐릭터의 재창조와 구성을 통해 권교정은 ‘셜록’의 심리를 성공적으로 묘사하고 작품을 자신만의 색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이 만화는 원작에 등장하는 셜록 홈즈를 무척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캐릭터에 디테일한 개성을 부여하긴 했지만, 이야기의 틀은 원작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또한, 원작을 차근차근 만화로 옮기는 대신 적당한 순간에 자신의 색깔을 집어넣어 연출함으로써 기존의 홈즈와 새로운 홈즈를 절묘하게 섞어 제 3의 홈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그녀의 강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바로 권교정 특유의 독특하고 진지한 시선으로 원작 훼손 없이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가는 능력이다. 즉,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빠져들 수밖에 없게 하는 뛰어난 연출과 행간 사이에 영리하게 숨겨놓은 진중하면서도 은근히 유쾌한 재기 발랄함 말이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균형을 누구보다 잘 살려내는 작가의 재능은 이 두 권의 만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로써 권교정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뛰어난 역량과 그것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연출자로서의 탁월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셜록>은 두 권 단행본 발간 이후 작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잡지 연재가 중단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매력적인 꽃미남 명탐정과 그의 완벽한 파트너의 추리 노트를 다시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