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평범한 왕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박경은 작가의 2009년 데뷔작이다. 은퇴한 뒤 애완견을 데리고, 작은 단독 주택에 사는 사내는 스스로 ""조르제티아 왕국""을 세우고, 그 왕국의 지배자로 살고 싶어한다. 일단 흥미로운 설정이다. 더 중요한 독서 포인트는, 이 만화가 흥미로운...

2013-05-21 박인하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박경은 작가의 2009년 데뷔작이다. 은퇴한 뒤 애완견을 데리고, 작은 단독 주택에 사는 사내는 스스로 ""조르제티아 왕국""을 세우고, 그 왕국의 지배자로 살고 싶어한다. 일단 흥미로운 설정이다. 더 중요한 독서 포인트는, 이 만화가 흥미로운 설정으로 반짝 빛나는 만화가 아니라 진지하게 인간의 관계와 내면을 비춰준다는 점이다. 120여 쪽이 안되는 짧은 페이지지만,「평범한 왕」에는 제법 복잡한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은퇴한 사내 루이 클레망과 딸 프로랑스, 딸 프로랑스와 남편 질, 장인 클레망과 사위 질. 하지만 이들의 소통은 늘 겉돈다. 각각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가면을 쓰고 대한다. 120쪽의 만화에서 이들의 관계는 위기를 거쳐 차분하게 정리된다. 그 과정에 작가의 상상력과 사실적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혹 한국작가의 작품이라고 무리해서 한국적인 어떤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평범한 왕」에서 한국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신 이 만화에는 우리의 모습, 즉 단절된 소통으로 괴로워하는 우리가 있다. 「평범한 왕」의 미덕은 낭만과 사실의 절묘한 조합이다. 동화적 낭만을 은퇴한 사내에게서 끌어내서, 그 동화적 낭만을 매개로 단절된 소통을 풀어낸다.
필진이미지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
前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책그룹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