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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獸王星 (수왕성)

“이것이 150광년 너머에 있는 우리의 모성(母星), 태양계 제3혹성인 지구입니다 약 350년 전 태양계에서 발칸성계로 이민이 개시되어 당초에는 태양계 연방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2156년에 발칸성계 연방으로 독립, 인류는 2대 성계 시대를 맞았던 것입니다. 이후 28...

2013-05-09 석재정
“이것이 150광년 너머에 있는 우리의 모성(母星), 태양계 제3혹성인 지구입니다 약 350년 전 태양계에서 발칸성계로 이민이 개시되어 당초에는 태양계 연방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2156년에 발칸성계 연방으로 독립, 인류는 2대 성계 시대를 맞았던 것입니다. 이후 280년, 두 성계는 우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만, 가장 위태로웠던 것은 2270년, 태양계가 무려 5광년에 이르는 고산소대에 침식당하여 50년 동안이나 통신이 불가능해졌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2320년 통신이 부활되었고 무사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50년 사이에 발칸성계는 보다 독자성을 강화했고 이후, 2270년이 제 2독립기념의 해가 된 것입니다.” “팔운성”, “데몬성전”, “카시카”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만화가 이츠키 나츠미의 “수왕성”은, 먼 미래에 지구를 떠난 인류가 정착한 “발칸 성계”라는 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SF 판타지다. 총 5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이츠키 나츠미 특유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는 캐릭터와 치밀한 설정,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구성된 재미있는 작품으로 2003년에 완결되었다. “발칸성계는 항성 발칸과 그 주위를 도는 10개의 혹성, 두 개의 콜로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항성 발칸과 타혹성 콜로니와의 크기의 차이나 거리를 잘 알 수 있겠죠? 발칸의 혹성은 모두 환경개조되어 인공적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별로 만든 것입니다. 혹성에서도 가장 개조에 성공을 거둔 것은 제 3혹성 레아, 발칸Ⅳ에서는 변경성역이라고 불리웁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스페이스 콜로니 ‘유노’입니다. 연방위원회도 유노에 위치하여, 이른바 발칸연방의 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츠키 나츠미란 작가는 정말 ‘작품의 틀’을 잘 짜는 것 같다. 대표작인 “팔운성”의 스토리구조- 주인공 미소년 둘이 대립과 화해, 갈등과 협조를 반복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 ‘진정한 파트너’로 변해가는 구조(은근히 ‘BL’분위기가 있다) - 라든가, 최신작인 “뱀피르”의 캐릭터설정- ‘샤먼’의 개념을 ‘반(半)만 죽은 자’라는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형해 독자들의 설득력을 높이는 설정 - 같은 요소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작가가 그려놓은 ‘지도’대로 별 생각 없이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읽는 이는 자연스럽게 ‘만화적 재미’를 느끼게 되는, 정말 만화가로서 ‘탁월한 재능’이다. “수왕성”에서도 이츠키 나츠미의 이런 재능은 빛을 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은하계 지도에도 없는 ‘미지의 행성’으로 추방된 소년 토르, ‘발칸성계의 사형수’들만 보내진다는 무법의 혹성에서 토르는 갖은 역경과 고난을 겪지만, 타고난 강인함과 명석함을 무기로 위기를 극복해가며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 진정한 ‘왕(王)’으로 성장해간다”는 스토리를 가진 이 작품은, 주인공인 토르를 비롯해 매력적인 남녀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드라마틱한 갈등구조를 엮어내며 작품의 재미를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맨 마지막 권에 ‘생명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토르의 출생비밀에 관한 반전’도 숨어있고, 작품의 무대가 되는 무법의 원시혹성 ‘수왕성’에 관한 설정들(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자들이 만들어낸 ‘링’이라는 독특한 사회시스템, 유전공학이나 환경개조 같은 과학적 기반에 근거한 SF적 설정 등등)도 매우 세심하고 치밀하다. 한 마디로 ‘Well-made SF fantasy’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