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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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히라 고교 궁도부

“난 누구에게 고백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에 소개된 니시 케이코의 작품 중에 주제, 소재, 배경, 구성, 형식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작품이 두 개 있다. “STAY”와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다. 이 두 작품은 같이 읽어보면 마치 ‘커...

2013-03-29 석재정
“난 누구에게 고백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에 소개된 니시 케이코의 작품 중에 주제, 소재, 배경, 구성, 형식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작품이 두 개 있다. “STAY”와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다. 이 두 작품은 같이 읽어보면 마치 ‘커플링’처럼 닮은, 한 쌍의 고리로 연결된듯한 느낌의 작품이다.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지만, 조금씩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랄까? “한 번도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앞서 이 지면을 빌어 소개한 “STAY”는, 여고생들로 이루어진 고등학교 연극부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들이 펼쳐졌다면,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는, (여학생도 물론 있지만)고등학교 궁도부의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1권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을 주인공처럼 하나씩 내세운 5개의 단편들을 엮어놓은 구성법을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개요를 독자들에게 인식시킨다. 그런데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 1권에서 작가가 쓴 이 구성방식은, “STAY” 1권에서 중심인물인 연극부원 5명을 소개할 때 쓴 연출형식과 그 구성법이 아주 똑같다. (이건 확실히 ‘우연’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권의 중반부부터 주인공인 켄이치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것도 “STAY” 2권의 주인공 미치루 때와 아주 유사하다. 더 나아가서 마지막 권인 4권에서 켄이치와 레오켄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동성 커플’로 프랑스로 떠나게 되는, 뜬금없는 “야오이”적인 결말까지도 “STAY” 3권과 그 형식과 구성에 있어 너무 유사하다. 이런 것 외에도 레오켄이 다니는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의 이름이 ‘카이메이학원’(“STAY”에서 등장한 아츠시가 다니는 입시 명문고)인 것, 켄이치와 토모카츠 등 주요인물들이 사는 마을이 한적한 바닷가가 있는 어촌 마을(“STAY”의 무대가 되는 마을이 확실하다, 심지어 “히라히라”의 켄이치와 “STAY”의 리카는 아버지 직업이 ‘외항선원’인 것까지 똑같다)인 것 등등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두 작품의 유사성과 연관성을 집요하게 찾아보자면, 이미 밝혀진 이런 점들 외에도 더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작가가 그렸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기엔 두 작품은 너무 ‘쌍둥이’ 같다. “뭐...하긴 우린...만년 현대회에서 그치는 그저 그런 부야. 궁도로 대학까지 가는 녀석들이 굴러다니는 그런 학교랑은 레벨이 다르지. 성실하고 꾸준하고 사이가 좋은 게 유일한 장점인 화기애애하고 느긋한 부...난 그런 우리 부가 너무 좋아.” 니시 케이코의 팬이라면,(특히 여성 팬이라면)무척이나 좋아할 작품인 것 같다. 키 크고 잘생긴 남학생들 여럿이 단체로 등장해서, 격식 있는 궁도복을 차려입고 멋지게 활을 쏘다가,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미묘한 눈빛’을 서로에게 보내는 청춘 만화라니, 거기다가 마지막 권에서는 미남 둘이서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펼치는 “BL”로 끝을 내니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가 무척 재미있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세련되고 정갈한 느낌의 청춘 스토리로서 세심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여고생 버전 “히라히라 고교 궁도부”라 할 수 있는, 같은 작가가 그린 “STAY”와 같이 읽어보시면 재미있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