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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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엑소시스트

“너는...악마의 자식이다. 악마가 사람에게 낳게 한...그것도 그냥 악마가 아닌, 사탄(魔神)의 사생아다.” 현재(2012.08) 한국어판으로 8권까지 나와 있는 일본 만화 “청의 엑소시스트”는, 악마와 인간의 대결구도를 그려낸 전형적인 판타지로, ‘사탄의 사생...

2012-10-02 유호연
“너는...악마의 자식이다. 악마가 사람에게 낳게 한...그것도 그냥 악마가 아닌, 사탄(魔神)의 사생아다.” 현재(2012.08) 한국어판으로 8권까지 나와 있는 일본 만화 “청의 엑소시스트”는, 악마와 인간의 대결구도를 그려낸 전형적인 판타지로, ‘사탄의 사생아’인 주인공 오쿠무라 린이 자신도 ‘악마’이면서 악마를 퇴치하는 엑소시스트의 길을 간다는 줄거리를 흥미진진한 ‘액션활극’으로 풀어낸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다. “나는 이 물질계, ‘아샤’를 갖고 싶다...널 만든 건 심심풀이였지만...뜻밖의 횡재였어. 아샤에 존재하면서도...게헤나의 신인 이 몸의 ‘불꽃’을 이어받은 자...! 너는 아샤를 손에 넣기 위해 꼭 필요하다!” “청의 엑소시스트”가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잘 만들어진 캐릭터에 있다. 악마와 인간의 혼혈아인 주인공 오쿠무라 린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이자 강력한 엑소시스트인 오쿠무라 유키오, 악마의 편인지 인간의 편인지 헷갈리는 미스터리한 존재 메피스토 펠레스, 귀엽고 순수하지만 엑소시스트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소녀 모리야마 시에미, 1권 초입에 죽어버렸지만 이야기 중간 중간에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최강의 엑소시스트(팔라딘)였던 주인공들의 양아버지 후지모토 시로 등 잘 만들어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촘촘히 끌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재미와 감동이 배가된다. “나는...이제 인간도 악마도 아냐. 그렇다면 엑소시스트가 돼주겠어!” 사실 ‘악마와 인간의 혼혈아’니, 엑소시스트로 이루어진 ‘정십자 기사단’이니 하는 이 작품의 설정들은 이 계통의 만화들에서는 흔하디흔한 경우다. 이런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과 가장 유사한 최근의 대표작으로는 연재 중인 “디 그레이맨”도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반요(半妖)’가 주인공인 “이누야사”나 고전명작의 위치에 있는 “데빌맨”같은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청의 엑소시스트”가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이런 ‘뻔한 이야기’를 ‘21세기 최첨단 스타일’로 세련되게 조합한데 있다. 아주 심플하고 속도감 있는 스토리, 세련되고 감각적인 작화, 역동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장면구성 등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법으로 하면, 한마디로 “간지난다”고 할까? ‘흔한 이야기일지라도 멋지게 만들면 성공한다.’는 전략이 아주 잘 구사된 경우다. “지금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형을 지키겠습니다.” 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21세기형 퇴마물”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만화 단행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도 나와 있다. 일본의 경쟁력 있는 만화산업 시스템이 만들어낸 웰메이드(well-made)상품으로 다음 권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