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풍운의 도적 고에몬)
“이 몸이 한 번 보물이라고 결정한 건 전부...내 거야!!” “풀어헤드 코코”로 판타지 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요네하라 히데유키의 신작 “바람처럼~풍운의 도적 고에몬”이 삼양출판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판타지 액션 활극’에는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2012-09-11
김진수
“이 몸이 한 번 보물이라고 결정한 건 전부...내 거야!!” “풀어헤드 코코”로 판타지 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요네하라 히데유키의 신작 “바람처럼~풍운의 도적 고에몬”이 삼양출판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판타지 액션 활극’에는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신작이라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구매하였으나, 예전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조악한 구성으로 다소 실망감을 느껴버린 작품이다. “달의 상자! 1년에 한 번 원하는 물건을 불러내지! 그게 바로 보물이야!” 이 만화는 제목에서 미리 밝히듯이, 일본전국시대에 존재했었다는 전설의 도적 ‘이치카와 고에몬’을 주인공으로 삼은 판타지 활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높은 역사적인 실존 인물로 그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만화 소설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치카와 고에몬이라는 인물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역사적으로는 분로쿠 3년(1594년)에 처형된 도적으로 알려져 있고 출생년도는 미상이다. 출생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하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고, 일설에 의하면 거대한 몸집과 힘을 가진 장사로 16세에 주군 가문의 보물을 깨뜨려, 보초 3명을 베고 황금으로 만든 큰 칼(太)을 훔쳐 달아났다고 하며, 에도지역을 중심으로 20여명의 도적단을 구성, 여러 지방을 돌며 도적질을 하다가 1594년에 체포, 교토에서 아들과 함께 끓는 가마솥에 넣어져 죽었다고 한다. 실존 여부조차 논란이 되었던 이 인물이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이 인물의 전설 같은 행적 때문인데, 당대의 최고 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려다 실패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끓는 가마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설, 부자들의 재물을 훔쳐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이었다는 설, 전설의 ‘이가 닌자’ 출신이라는 설 등등,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신비로운 행적들이 마치 ‘도시전설’처럼 존재한다. 원래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한 가십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민간설화처럼 뿌리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일본의 가부키에 이치카와 고에몬을 그리는 내용이 있으며, ‘쇠로 된 목욕통’을 그의 이름을 따서 부르고 있다고 한다. “나이는 열여섯, 내가 도적, 이시카와 고에몬이다.” 전설적인 도적을 주인공으로 삼은데 그치지 않고, 이 만화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타임슬립’의 판타지까지 결합시켜 기상천외한 스토리로 만들어 간다. 현대 일본에서 고등학생과 오토바이를 소환해 동료로 삼거나, 거대한 판다 곰과 스모를 하지 않나, 기름장수 출신이었다는 전국시대의 다이묘 사이토 도산이 사실은 휘발유를 비축해놓은 사람이었다든가 하는 중구난방의 판타지들이 지면 가득 펼쳐진다. 작화가 훌륭한 것은 이미 전작을 통해 검증된 부분이고, 캐릭터의 매력도 잘 살려내는 작가의 내공이 돋보이지만, 결정적으로 스토리에 매력이 없다. 그저 ‘정신없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뿐,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