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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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문

“무츠 원명류 천년의 역사 속에 패배라는 두 글자는 없어.” “해황기”의 작가 카와하라 마사토시의 출세작 “수라문(원제: 修羅の門)”은 ‘격투만화의 효시’, ‘이종격투 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형적인 격투기 만화다. 1987년에 강담사의 만화잡지 월간 소년매거진...

2012-08-14 석재정
“무츠 원명류 천년의 역사 속에 패배라는 두 글자는 없어.” “해황기”의 작가 카와하라 마사토시의 출세작 “수라문(원제: 修羅の門)”은 ‘격투만화의 효시’, ‘이종격투 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형적인 격투기 만화다. 1987년에 강담사의 만화잡지 월간 소년매거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97년까지 10년의 연재를 거쳐 총 31권의 단행본으로 완결되었다. 무츠 츠쿠모라는 일본 고무술 ‘무츠 원명류’의 계승자가 ‘최강’이란 무엇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격투장르를 가리지 않고 강자들을 찾아다니며 대결을 펼친다는 극히 단순한 스토리지만, 한 번 잡으면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보게 되는 잘 만들어진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수라문”은 한 종류의 격투기로 등장인물들이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유도, 권투, 공수도, 레슬링 등 수많은 이종(異種)의 격투기들끼리 최강의 칭호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는 설정으로 “이종격투기”의 세계를 최초로 그렸다는 점에서 작품의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지금은 수많은 아류의 이종격투만화가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무척 신선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이 인기를 얻으며 연재되던 당시 일본 격투기계는 이합집산의 혼돈을 겪으며 단체별로 활발한 교류전을 통해 새롭게 ‘최강’의 의미를 찾던 시대였다고 한다. 당시 최강으로 군림하던 극진회관(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최영의’가 창시한 실전 공수도, 방학기의 ‘바람의 파이터’ 주인공인 최배달의 모델이자 실존인물)이 안면타격 금지 등 스스로의 룰에 의해 정체기를 겪던 무렵 이에 대항해 나온 정도회관이 ‘글러브 공수도’를 통해 힘을 얻었고, 프로레슬링 쪽에서도 젊은 프로레슬러들을 주축으로 ‘쇼가 아닌 진짜 실전 레슬링’을 추구하는 UWF, 링스, 판크라스, 슈토 등의 단체가 속속들이 생겨났다.(킥복싱, 무에타이, 슛복싱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도회관과 링스는 정기적인 교류전을 열며 이종격투의 시대를 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했던 “K-1”이나 “프라이드 FC”같은 일본산 이종격투기대회가 생겨나게 된 밑거름이 되었던 시대였다.) 이런 현실에서의 시대적 배경도 한몫했겠지만, 이 만화는 큰 인기를 얻으며 총 4부(1부 신무관 편, 2부 전일본 이종격투기 선수권 편, 3부 복싱 헤비급 통합챔피언 토너먼트 편, 4부 발리투도 편)에 걸쳐 츠쿠모의 ‘최강이 되기 위한 여정’을 다룬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4부 마지막에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이야기 하는 부분(정확히는 레온 그라시엘로가 죽을 수밖에 없던 이유)을 당시 일본에서 벌어진 범죄사건의 관계자가 거론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반강제적으로 연재중단에 처해진다.(원래는 5, 6 부가 구상되어 있었으며 필살기인 사신(四神) 중 나머지 두 개가 나올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작품의 외전에 해당하는 “수라의 각”을 연재하였고 본편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수라의 각”은 ‘무츠 원명류’가 어떤 식으로 전승되어왔는지 그 역사를 다룬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은 카와하라 마사토시가 2010년에 “해황기”연재를 끝낸 후 월간 소년매거진에 2부에 해당하는 “수라의 문 제 2문”을 연재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아직 한국어판으로는 소개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