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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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와 하라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둥지를 떠나버렸다.” ‘스핀오프(spin-off)’란, 보통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화된 기업이 한 사업을 독립적인 주체로 만드는, 회사 분할을 말한다. 회사 분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며, 군...

2012-08-08 유호연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둥지를 떠나버렸다.” ‘스핀오프(spin-off)’란, 보통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화된 기업이 한 사업을 독립적인 주체로 만드는, 회사 분할을 말한다. 회사 분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며, 군살을 빼려는 의도로 실시한다. 둘째, 이전에 발표되었던 드라마, 영화, 책 등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새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CSI시리즈가 대표적인 스핀오프 작품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원이 자신이 참여한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가지고 창업할 경우, 정부 보유 기술을 사용하는 로열티를 면제해 주고 후에 신기술연구기금 출연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사전에서 인용) “BL(Boys Love)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동급생”, “졸업생(春, 冬)”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 작품 “소라와 하라”가 ‘(주)조은세상’을 통해 한국어판 정발본으로 출시되었다. “소라와 하라”는 이 작품의 원작에 해당하는 “동급생”, “졸업생”의 사이드스토리(side-story)로 원작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음악교사 하라 마나부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외전(外傳)’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얌마, 힘들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겠냐, 될 놈은 다 돼.” 원래 스핀오프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흥행에 성공한 스토리(원작)의 사이드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개가 원작의 주인공이 아닌 인기가 많은 조연의 시점에서 제작한다거나 원작에선 조연이었는데 스핀오프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소라와 하라”는 후자의 경우로 조연이었던 ‘하라 선생’을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이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졸업생”완결 후에 가장 많이 받은 메시지가 “하라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주세요.”여서 이 작품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은 스핀오프의 특성에 맞게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인물구성, 배경, 무대가 되는 학교까지도 원작인 “동급생”, “졸업생”과 아예 동일하거나 매우 비슷하지만, 교사인 하라 마나부를 주인공으로 삼았기에 스토리 전개방식은 원작과는 애초에 다른 시선에서 출발한다. “둘이서 행복해져요” “소라와 하라”는 원작의 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계열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열렬히 환영할만한 작품이다. 작가인 나카무라 아스미코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과 색깔을 확고하게 표현하는 작화스타일로 마니아층도 매우 두텁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 고유의 감수성을 발휘해 위태롭고 비밀스러운 ‘男男커플’들의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면서 세상의 소수자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과 응원을 보낸다. 일종의 고급스러운 ‘야오이’계열에 위치한 작품으로 교사와 학생의 러브스토리라는 점에서 통속적인 연애물과는 좀 다른 독특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작품 중간에 원작의 주인공인 사죠와 쿠사카베 커플도 깜짝 등장해 에피소드 하나를 채워주므로 원작의 팬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