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oRi 도도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세계의 소녀)
“씨를 남기지 못한 짐승이 가장 약한 것이다.” “분녀네 선물가게”, “DIY GIRL”의 작가 이은의 신작 “도도리”가 총 4권으로 완결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세계의 소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은, 묵시록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SF판타지라 하는...
2012-08-03
유호연
“씨를 남기지 못한 짐승이 가장 약한 것이다.” “분녀네 선물가게”, “DIY GIRL”의 작가 이은의 신작 “도도리”가 총 4권으로 완결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세계의 소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은, 묵시록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SF판타지라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매우 독특한 형태의 러브스토리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 작품의 스케일에 비해 그리 길지는 않은 이야기지만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유니크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도도리...넌 힘도 세고 사냥도 잘하고 건강해, 이 섬에서 가장 강한 암컷이야,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고비랑 짝짓기를 하고 싶다. 왜인지 모르겠지만...여기, 여기서 시키고 있어. 여기서 말야.” 작품의 제목인 “도도리”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대재앙’이라 불리는 사건 이후 세계가 괴멸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육지 “조타섬”에 소수의 인류가 살아남았다. 그러나 “조타섬”에 살아남은 인간은 누구나 어딘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모두 어딘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가뜩이나 여성에 비해 남성이 극히 적은 “조타섬”의 성비율 때문에 인류는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마저 점점 그 수가 줄고 있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장애가 없는 건강한 암컷이자 최강의 사냥 능력을 지닌 우수한 인류가 여자 주인공인 ‘도도리’다. 이 이야기는 도도리가 바다에서 사냥을 하다 얼음에 쌓인 채로 가사상태에 빠져있는 신비한 느낌의 남자 주인공 ‘우탄’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내가 너의 주인이다.” 1권의 마지막 작가후기 코너에 보면, 이 작품의 작가인 이은은 “도도리”의 초기 설정이 ‘단군 신화’에서 출발했다고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곰인 웅녀가 환인의 아들 환웅을 만나 인내와 끈기로 인간이 되고, 웅녀와 환웅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 왕검이 조선을 건국하지요, 웅녀와 환웅의 만남, 창조자와 피조물의 로맨스! 그런데 아쉽게도 신화의 히로인인 웅녀는 자신의 고유한 스토리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잡식성 곰이 어째서 쑥과 마늘만을 먹으면서까지 인간이 되고 싶어하였는지, 웅녀에게 발목이 잡힌 환웅은 그녀의 어떤 매력에 빠져버린 것인지 말입니다. (물론 둘의 관계는 일시적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여튼,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짐승 소녀와 생물학적 우수 유전자를 갖춘 인간 소년과의 만남, 이것이 “도도리”의 시작이었죠.” “너는 무엇이냐?” “도도리”의 시작과 끝은 매우 다르다. 처음에는 “조타섬”을 무대로 한 SF판타지처럼 진행되다가 도도리와 우탄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작품의 끝으로 가면 그간의 이야기 진행방향과는 전혀 다른, 예상치 못한 놀랍고도 갑작스러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독특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