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남자 찻집
“전통차와 서양차를 고루 갖춘 찻집입니다. 메뉴도 가게 앞에 놓아두었으니, 보고 괜찮으시면 들어오세요.” 맛있고, 편안하고, 기품 있고, 거기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미남(美男) 넷이 각각의 매력을 페로몬처럼 내뿜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찻집 “녹풍당(鹿楓堂...
2012-07-18
김진수
“전통차와 서양차를 고루 갖춘 찻집입니다. 메뉴도 가게 앞에 놓아두었으니, 보고 괜찮으시면 들어오세요.” 맛있고, 편안하고, 기품 있고, 거기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미남(美男) 넷이 각각의 매력을 페로몬처럼 내뿜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찻집 “녹풍당(鹿楓堂)”,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애인과 싸워 우울할 때, 삶에 지쳐 무언가 충전이 필요할 때 등등 각각의 이유를 품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동안 어느새 자신의 가슴 한 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던 짐 하나를 내려놓는 기쁨을 만끽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녹풍당의 미남자 네 명이 ‘손님을 위한 진심을 담은 서비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루리씨, 저희는 루리 씨의 애인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무엇보다도 그냥 찻집 점원입니다. 그러니 루리 씨께 뭔가를 강요할 자격은 없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 당신에겐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여길 권리가 있습니다.” 매우 생소한 이름의 일본 작가 시미즈 유우의 “감미남자찻집”이라는 작품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은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 즉 최초의 책이자 데뷔작인 셈이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여러분은 단 것을 좋아하시나요? 전 최고로 좋아합니다! 찻집에서 일하는 4명의 남자가 손님들의 마음을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폭신하게 달래는...그런 콘셉트를 품은 이 이야기”라고 작품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의 설명만으로도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충분히 설명되지만,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한다면 제목에 들어있는 ‘감미남자’라는 단어의 뜻은 한자로는 “甘美男子” 즉, “달콤하여 맛이 좋은 남자”라는 뜻이 되어버리는데, 어떤 식으로 읽으면 “달콤하고 아름다운 남자”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그것은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고, 간단히 설명하면 4명의 “감미남자(甘美男子)”가 경영하는 찻집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라 하겠다. “난 세상사람 모두를 웃는 얼굴로 만들고 싶어! 이건 내 꿈이야. 온 세상까지는 무리겠지만,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만이라도 모두 웃는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 작품을 소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4명의 주인공’일 것이다. 4명의 주인공이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은 작품 속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품의 기획의도 자체가 원래 이런 콘셉트였기 때문에 이렇게 주인공에게 많은 것이 편중된 형태는 이 작품의 “태생적 한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주인공은 토고쿠 쿄스이, 동료들에게 ‘스이’라고 불리는 미남자다. 우아, 기품, 냉정, 침착 등의 키워드로 표현될 수 있는, 녹풍당의 리더 격인 인물이며, 매력 포인트는 냉정하고 침착한 표정 뒤에 숨어있던 자상한 얼굴과 배려심 넘치는 태도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미소와 함께 드러날 때다. 안경이 아주 잘 어울리는 미남자로 평상시의 자세와 행동에 ‘신사의 품격’이 갖춰져 있으며, 유사시에 보여 지는 몸놀림을 볼 때 합기도나 유술의 한 종류로 보이는 무술실력도 상당한 고수의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정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토고쿠 가(家)’의 적자로 생김새는 똑같으나 성격은 매우 다른 쌍둥이 형제가 있다. 베일에 싸인 과거가 있는 남자로 그로 인해 풍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그의 매력을 높여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통차 담당이다. 두 번째 주인공은 ‘구레’로 녹풍당에서 커피를 담당하고 있는 남미풍의 미남자다. 어떤 때는 도가 지나쳐 다소 경박스러워 보일 정도로 밝고 활발한 느낌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주위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분위기 메이커다. 재능은 없지만 ‘라떼아트’에 집착하고 있으며 권투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 웬만한 남자 한둘쯤은 순식간에 해치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츠바키’로 녹풍당에서 디저트를 담당하고 있는 미남자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투나 태도는 퉁명스럽고 차갑지만 실상은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자상하다. 동서양의 디저트에 모두 통달한 ‘과자장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 번 맡은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완수해내는 책임감도 강하다. 어린 시절 안 좋은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어 보인다. 네 번째 주인공은 나가에 토키타카, 동료들에게 ‘토키’라 불리는 미남자다. 녹풍당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말수가 별로 없고 진중한 분위기를 풍긴다. 원래는 ‘환상의 도예가’로 불리던 전설적인 천재 도예가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부어 만든 작품들이 장사꾼들의 농간에 의해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한 후 도예가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스이’와의 인연으로 녹풍당의 가족이 되었다. 눈에 띄지 않게 뒤에서 자상한 배려를 해주는 타입으로 겉으로는 고요한 수면 같은 태도를 항상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뜨거운 불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다. “저한테 과자 만드는 법을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이 작품은 아무래도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 양과자점”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인 것 같다. 4명의 미남이 경영하는 찻집이라는 콘셉트, 각각의 매력과 특기가 있는 4명의 주인공, 주인공들의 과거와 손님들의 현재가 이어지는 연출법, 전체적인 큰 줄거리 흐름에 소소한 에피소드를 끼워 넣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까지 “서양골동 양과자점”과 매우 흡사하다. (물론 표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형식적인 면에서 매우 유사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종류의 만화가 대부분 다 유사한 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얘기겠지만, 어찌됐든 이 작품을 읽어보시면 누구나 한번쯤은 “서양골동 양과자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매우 다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장르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 ‘평범함’이 있으며, 표현수위나 공략법도 성인보다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있다. (“서양골동 양과자점”은 장르의 법칙에 맞춘 기준으로 보면 스토리, 캐릭터, 연출방식 등이 매우 파격적인 작품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에 큰 차이가 있는데, “서양골동 양과자점”에는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씁쓸한 어른의 맛도 있다면 “감미남자찻집”에는 달콤한 소녀의 맛만 있다는 차이점이 가장 클 것이다. 이런 종류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상당히 만족하실 것이라 생각된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