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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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메트러

“이 요란한 보디페인팅, 그리고 기묘하게 뒤틀린 시신의 모양...안녕하세요, 이번에 이 사건 담당을 맡게 된 경시청 수사 1과의 시마입니다.” ‘잔류사념’을 읽어내는 초능력자 아스마 에지가 한국의 독자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목은 “사이코메트러”, 이번에도 학...

2012-07-02 유호연
“이 요란한 보디페인팅, 그리고 기묘하게 뒤틀린 시신의 모양...안녕하세요, 이번에 이 사건 담당을 맡게 된 경시청 수사 1과의 시마입니다.” ‘잔류사념’을 읽어내는 초능력자 아스마 에지가 한국의 독자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목은 “사이코메트러”, 이번에도 학산문화사를 통해 한국어판이 발행되었다. 이 작품의 1부(?)격에 해당하는 “미스터리 극장 에지”는 한국어판으로 총 25권이 발행되었고 마지막 권이 나온 것이 2000년 11월이었으니까 거의 12년 만에 새 시리즈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2004년도에 “사이코메트러 에지”라는 제목으로 총 12권의 애장판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2부의 1권을 보니 작품의 주인공인 에지는 아직도 ‘유급당한 고등학교 3학년’이며 시간적으로도 1부의 마지막 사건이 해결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것 같다. (현실의 시간은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이 지났건만 만화 속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는 것이 왠지 슬펐다. 나만 나이 먹은 것 같아서 조금 억울하기도 했고^^) 에지와 시마의 아슬아슬한 수사 일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찌됐든, 반가운 일이다. 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에 빠져들었던 팬이라면 누구나, 장장 12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시작된 이 시리즈를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아스마 에지는 사이코메트러다. 사이코메트리란 물건이나 공간에 남은 인간의 잔류사념을 읽는 능력을 말한다. 에지는 경시청 수사 1과 시마 경감의 의뢰를 받아, 그 희귀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혹시라도 이 유명한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금 설명하자면, 주인공인 아스마 에지는 ‘사이코메트러’라 불리는 일종의 초능력자다. ‘사이코메트리’는 대상물에 접촉함으로써 거기에 남아 있는 ‘잔류사념’을 구체화시켜 읽어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같은 기본적인 감각은 물론이고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영감의 영역까지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는 능력자를 ‘사이코메트러’라 부르는데, 주인공인 아스마 에지가 바로 이런 ‘사이코메트러’이며 현장에 남아있던 증거품이나 단서가 될 만한 어떤 물건 또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주로 손을 댄다), 거기에 남아있던 잔류사념이 구체화되면서 일반적인 수사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사건의 진실’에 단번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능력이 완벽한 능력은 아니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이 능력을 현실로 구체화시켜주는 것이 작품의 여자주인공에 해당하는 시마 료코다. 그녀는 경시청 수사 1과에 소속된 엘리트 형사로 직위는 경감이며 ‘프로파일링’이 특기인 유능한 수사관이다. 조각조각 부수어진 단편적인 이미지들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에지의 사이코메트리에 비해, 시마의 프로파일링은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추리방식으로 사건의 기승전결을 맞추어나가는 능력이다. 에지가 찾아낸 ‘진실의 조각’들을 시마가 ‘완전한 진실’로 만들어가는, 일종의 ‘퍼즐 맞추기’가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방식이며, 이 두 개가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켜 미궁에 빠진 사건이 해결되는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종이랑 연필 줘 봐요.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그 다음에 여자 목소리로 ‘당장 나가, 그대로 발가벗고’라고 했어요.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커터가 보였고, 나무젓가락이 엄청나게 버려져 있었어요. 그것도 다 쓴 것들만” 이 작품을 만든 안도 유마(스토리)와 아사키 마사시(작화) 콤비는 ‘에지’시리즈의 성공 이후 에지의 고향 친구로 등장했던 무토 쿠니미츠를 주인공으로 삼은 정치(政治)활극 “쿠니미츠의 정치”(전 27권)와 ‘사신(死神)’을 보는 능력을 가진 ‘동안(童顔)’의 형사이야기 “시바토라”(전 15권)로 연이어 호흡을 맞추며 후속 작들을 연이어 히트시켰고 두 작품 다 드라마로 제작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안도 유마는 매우 유명한 스토리작가인 ‘키바야시 신’의 또 다른 필명이기도 하다. ‘키바야시 신(樹林 伸)’은 아기 타다시, 아리모리 조지, 아마기 세이마루, 아오키 유야, 안도 유마 등의 필명을 쓰고 있는데, 생년월일을 비롯한 일체의 프로필을 본인이 밝히지 않아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언론 인터뷰나 방송 등에서 쓰는 대표 필명은 아기 타다시라고 한다) 키바야시 신이 본명으로 강담사가 발행하는 만화잡지 ‘주간 소년 매거진’에서 다년간 편집자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만화 원작자 및 기획자, 소설가, 드라마 기획자로 활동하며 여러 필명으로 여러 장르의 작품을 냈는데 이 중 일부(특히 아기 타다시)는 누나(키바야시 유코)와 공동 필명으로 쓴다는 설이 있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시가키 유키의 “세계의 미스터리, 미스터리 조사반”의 주인공인 조사반장 키바야시가 ‘주간 소년 매거진’ 편집자 시절 이 사람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기 타다시 명의로 “사이코 닥터 카이 쿄오스케”, “신의 물방울”, “블러디 먼데이”, “시바토라”, 아리모리 조지 명의로 “아소보 오공”, 아마기 세이마루 명의로 “소년탐정 김전일”(김전일 소년사건부), “탐정학원 Q”, “리모트”, 아오키 유야 명의로 “겟 백커스”, 안도 유마 명의로 “미스터리 극장 에지”, “쿠니미츠의 정치”, “도쿄 80""s” 등이 있다. (어마어마한 작품들만 있군요.^^) 아무튼 이미 ‘확실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는, 명성 높은 두 작가가 다시금 만나 예전의 히트작을 다시 이어서 그린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이코메트러’의 한국어판 1권을 본 소감은 작화가 좀 미묘하게 변한 느낌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여전한 ‘작가의 관록’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특히 주인공인 아스마 에지와 시마 료코 뿐만 아니라 주연급 비중의 조연들(에가와 토오루, 타미야 쇼키치, 카사이 유스케, 의붓 여동생인 아스마 에미까지)까지 약간 변한 모습(토오루는 커피숍 사장, 유스케는 도쿄대 1학년 등)으로 모두 다 등장해서 한참을 기분 좋은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거의 일치해! 각도로 보나 높이로 보나...풍경으로 보나...” 돌아온 에지와 시마를 만날 수 있는 “사이코메트러”는 강담사의 만화잡지 “주간 영 매거진(週刊ヤングマガジン)”에서 연재 중이며 일본 현지에서는 단행본으로 4권까지 발행되었다. (2012.04.06) 한국어판 1권에서는 엽기적 행각을 벌이는 연쇄살인마 ‘피스’를 추적하는 7개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예전의 명성을 확인하고 싶은 만화 애호가들이든,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이든, 아예 이 작품의 존재조차 몰랐던 독자들이든 간에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12년이 지났어도 이렇게 여전한 재미를 주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