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슈거리스

“그게 뭐?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날려버린다. 그게 나야. 난 나이가 아래라고 얕보이는 게, 싫거든, 약육강식이 바로 쿠지마 고등학교의, ‘풍차’의 룰이잖아.” 얼마 전에 신간만화 정보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임재원 작가의 “짱”이 아직도 연재 중이...

2012-06-20 석재정
“그게 뭐?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날려버린다. 그게 나야. 난 나이가 아래라고 얕보이는 게, 싫거든, 약육강식이 바로 쿠지마 고등학교의, ‘풍차’의 룰이잖아.” 얼마 전에 신간만화 정보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임재원 작가의 “짱”이 아직도 연재 중이었던 것이다. 단행본 발행권수가 무려 66권 째, 연재가 시작되던 해가 1996년이었으니 벌써 16년째 연재중이다. 물론 일본에도, 한국에도 100권이 넘어가는 만화는 존재하고 일본에는 30년 넘게 연재하고 있는 작품도 있다. 내가 놀란 것은 “짱”이라는 만화의 장르 때문이다. “짱”은 인천의 한 고등학교를 무대로 벌어지는 소위 말하는 ‘일진’들이 벌이는 ‘권력투쟁’(?^^)이 기본 줄거리인데, 이런 ‘학원폭력물’ 또는 일본 ‘업계 용어’로 ‘경파물’은 권수가 많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 오랜 세월 연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놀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짱”은 학원폭력을 소재로 한 “럭키짱” 같은 판타지도 아니다.) “정상이라니, 시대착오적이야.” ‘싸움’으로 정상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에는 관심 없는 불량아들의 세계, ‘만화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10대 남자 아이들을 주요 타켓으로 한 이 만화장르에서도 많은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로꾸데나시 블루스”(한국어판 제목은 ‘비바 블루스’)나 “크로우즈” 같은 작품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드래곤볼”을 이어 “원피스”가 나오는 것처럼, 이 장르에서도 “로꾸데나시 블루스”나 “크로우즈”의 후예가 되고 싶은 작품들은 계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슈거리스”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다. “꼴통학교”라 불리는 쿠지마 고등학교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의 ‘투쟁의 역사’가 이 만화의 주요 줄거리인 것이다. “나는 단지, 마음에 안 드는 놈이 거슬릴 뿐이야, 식사를 방해하는 놈이나, 남의 발목을 잡는 놈처럼.” 이런 장르의 줄거리는 너무 뻔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를 이루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로꾸데나시 블루스”나 “크로우즈”가 성공한 것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조연들이 다 강렬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고, 자신만의 확실한 주관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뜨겁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슈거리스”에서도 작품 초반에 작가가 가장 주력한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확실히 살려주는 스토리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고고한 늑대’가 컨셉인 주인공 캐릭터 ‘시이바 가쿠’, 주인공의 듬직하고 두터운 ‘친구’ 컨셉의 캐릭터 ‘마루모 타이지’, 주인공의 만만치 않은 ‘라이벌’ 컨셉인 무카이 시로, ‘적’과 ‘동지’를 수시로 넘나드는 ‘동료’ 컨셉의 캐릭터 우라베 오사무, 그리고 이 모든 도전자들의 목표인 ‘절대강자’ 컨셉의 캐릭터 아라마키 이타루 등이 등장한다. 현재 한국어판으로는 2권까지밖에 안나와있어서 더 이상의 평은 힘들지만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그럭저럭’정도 될 것 같다.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아주 재미있지도, 아주 다르지도 않은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