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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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전문 의사선생님

“저는, 요괴를 치료하는 의사예요. 조, 조금 마이너...스럽죠...?” 아주 전형적인, 일본산(産) 판타지 만화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요괴전문 의사선생님”, 작가는 사토 유우키, 학산문화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고 현재 5권까지 나와 있다. ...

2012-06-12 김진수
“저는, 요괴를 치료하는 의사예요. 조, 조금 마이너...스럽죠...?” 아주 전형적인, 일본산(産) 판타지 만화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요괴전문 의사선생님”, 작가는 사토 유우키, 학산문화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고 현재 5권까지 나와 있다. 그림, 설정, 스토리, 연출 모두가 ‘일본 판타지 만화’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이나 연출은 왠지 토가시 요시히로의 “헌터x헌터”를 보는 것 같고 스토리의 진행방식도 기존의 ‘일본 판타지만화’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마치 일본만화제작의 매뉴얼을 통해, 잘 조정된 공장에서 생산된, 하자 없는 제조품을 보는 것 같다.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원피스”같은 강렬한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뿐이다. 하긴 모든 판타지 만화가 다 “원피스”같으면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거겠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박해를 해, 상처를 입혀, 배제하려고 하지, 그것이 인간이란 거니까.” 이 작품에서 딱 하나 다른 일본판타지만화들과 구별되는 확실한 개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직업일 것이다. 수많은 판타지만화들에서 등장하는 가장 흔한 직업 중 하나가 요괴나 귀신, 유령 같은 불가사의한 존재를 퇴치하는 퇴마사 또는 음양사일 것인데 이 만화의 주인공인 고코쿠지는 “요괴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다. 즉 고코쿠지에게 요괴는 퇴치하거나 없애야할 존재가 아니라 ‘치료’해줘야 할 대상인 것이다. “저는 요괴의 의사니까요, 요괴를 구하는 게 제 일이에요!” 주인공인 고코쿠지가 요괴와 인간의 피를 반씩 타고난 반요(半妖)라는 설정은 사실 너무 흔한 설정이어서 그렇게 큰 메리트는 되지 않는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요괴와 인간을 모두 사랑할 수 있고 그래서 요괴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다는 설정은 그리 흔하지 않고 분명히 메리트가 있다. 작품 속에서 고코쿠지는 항상 ‘인간과 요괴의 경계’에서 고민한다. 둘 다를 만족시키는 해결법이나 선택지는 사실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고코쿠지의 고민으로 인해 이 만화에 비로소 극적인 긴장감이 생기고 읽는 이의 정서가 조금씩 움직이는 장치가 된다. “결코 밝혀서는 안 된다. 인간들에게, 네가 ‘요괴 전문 의사’라는 것을” 이 독특한 설정을 뺀 나머지는 아주 익숙한 공식을 따라서 전개된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끝마칠 때마다 주인공에게 ‘동료’가 생기는 방식으로 만화의 스토리는 흘러간다. 가장 중요한 여자 주인공이 맨 먼저 고코쿠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같이 다니게 되고 그 다음에는 친구, 그 다음에는 요괴 등등이 동료로 가세한다.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하나씩 늘어가는 주인공의 동료들은 서서히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고 그 때마다 조금 더 강력한 ‘적’이 그들 앞을 막아서곤 한다. 참 전형적인 공식이다. 물론 ‘전형적’이라 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만화는 크게 흠잡을 곳 없이 잘 만들어진 수작(秀作)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쌓여진 만화제작의 노하우를 통해 생산된 꽤나 재미있는 일본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