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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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건강하고 개가 좋아

“윤회와 전생이라...내가 죽는다면...다음에는 어떤 동물로 다시 태어날까?” “쿄시로2030”을 통해 국내에도 적지 않은 수의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B급 만화의 대부’ 토쿠히로 마사야의 신작 “남편은 건강하고 개가 좋아”가 시공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

2012-05-17 김현우
“윤회와 전생이라...내가 죽는다면...다음에는 어떤 동물로 다시 태어날까?” “쿄시로2030”을 통해 국내에도 적지 않은 수의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B급 만화의 대부’ 토쿠히로 마사야의 신작 “남편은 건강하고 개가 좋아”가 시공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쿠히로 마사야라는 만화가가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스승으로 더 유명할 것인데, 실제로 오다 에이치로는 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만화가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해왔다. (그는 토쿠히로 마사야를 “진짜 프로”, “일생의 은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토쿠히로 마사야는 1959년 생으로 본인 말대로 진짜 ‘아저씨’다.^^ 1982년 “미녀는 고기 요리가 특기”라는 작품으로 제 17회 아카츠카상 수상, 1983년에 소년 점프에서 “쉐이프 점프”로 데뷔, 1988년부터 “정글의 왕자, 타”를 7년간 장기연재하며 야하고 저질스러운 개그코드와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를 섞는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함과 동시에 ‘격투’라는 새로운 장르까지 혼용하는 확실한 B급 정서‘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 후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집영사의 “슈퍼점프”에서 그의 대표작 “쿄시로2030”을 연재하게 되는데, 그는 이 작품을 야한 저질 개그, 따뜻한 드라마, 격투의 요소를 단순히 섞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부각시키고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B급 만화’의 대작으로 완성시킨다. 여기에 소개하는 신작 “남편은 건강하고 개가 좋아”는 2010년 9월부터 소학관의 “빅코믹 스페리얼”에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3년 전,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은 우츠노미야 일가 살인사건의 범인 쿠즈류 히로아키가 우리 오빠야, 아무런 원한도 관계도 없는 선량한 일가족을, 단순히 돈 때문에 무참히 살해한...바로 그 사건이지,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참혹하게...오빠의 무분별한 타락생활이 일으킨...강도 살인이었어. 그가 바로 내 오빠야.” 이 작품은 일단, 아주 표현수위가 높은 ‘성인만화’다. 책 표지에 “19금딱지”가 붙은 것이 당연할 정도로 저질스러운 개그와 야하고 선정적인 묘사가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한다. 그러나 야한 묘사나 저질 개그보다 더 ‘성인스러운’ 것은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의 ‘이야기’다. 오빠가 사형선고를 받은,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는, 잔인한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자살, 어머니는 행방불명되고 본인은 아무 죄도 없이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온 세상의 핍박과 따돌림을 받던 불쌍한 여자 주인공 마리가 우연한 계기로 만난 도쿄대 교수 미즈타 렌타로를 통해 ‘따뜻한 사랑’으로 구원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1권의 도입부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작가는 잔인하게도 ‘인과응보’라는 동양적 정서에 입각해 겨우겨우 ‘행복’이라는 것을 손에 넣은 여주인공 마리를 다시 한 번 절망과 고통으로 빠트리는데, 아무 죄도 없는 그녀의 남편 미즈타 렌타로를 마리의 오빠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유족의 손으로 죽여 버리는 대담한 변화를 준다. 사실 이때부터 이 작품의 진정한 스토리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데, 다시 한 번 잔인하고 무서운 세상으로 혼자 떨어진 마리에게 죽은 남편이 개로 환생해 찾아와 그녀의 곁을 지키며 다시금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아주 독특하고 대담한 설정의 판타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환생’이라는 동양적인 판타지를 섞어놓은 매우 유니크한 작품이다. 현재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