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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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마을 고양이마을

“고양이와 마녀의 만남은 신이 부여한 운명이라고 한다. 이 색다른 항구마을에선 고양이들이 ‘마녀’라 부르는 여자들만이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신기한 고양이와 살 수 있고, 행복해지기 위한 자그마한 마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한다.” 만화잡지 월간 “flowers...

2012-05-08 석재정
“고양이와 마녀의 만남은 신이 부여한 운명이라고 한다. 이 색다른 항구마을에선 고양이들이 ‘마녀’라 부르는 여자들만이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신기한 고양이와 살 수 있고, 행복해지기 위한 자그마한 마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한다.” 만화잡지 월간 “flowers”에 연재되는 나나마키 카나코의 “항구마을 고양이마을”은 ‘외로움’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작품이다. 따뜻하고 포근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느낌도 있는 이 ‘마녀와 고양이’이야기는 전형적인 ‘치유계’만화라고 할 수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쳐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이다. 아주 예쁘고 인정 넘치는 항구마을을 무대로 만들어진 훈훈한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자. “바보구나, 샤라,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어, 누군가의 온기를 느낄 때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법이니까.” 이 만화의 설정은 간단하지만 신비롭다. 언덕이 많은 어느 섬의 항구마을, 바다를 통해 온갖 사람들이 오고가는 이 섬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소년의 모습을 한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 이 특별한 고양이들은 가슴 속에 진정한 외로움을 품어서 다른 이들과 마음을 주고받지 못하는 ‘마녀’들에게만 그 모습이 보이고, 둘의 마음이 통하게 되면 고양이와 마녀간의 특별한 계약을 통해 그녀의 곁에 머물며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가 된다. “마녀가 왜 옛날부터 고양이를 옆에 뒀는지 알아? 마녀는 대개 외톨이거든, 즐거워 보이는 원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 자신은 모두와 다르단 걸 알아챈 사람, 난 혼자가 좋다고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들려줘야 하는 사람, 마녀는 다들 힘들어.” 이 작품은 하나의 스토리로 기승전결의 과정을 통해 결말로 달려가는 만화가 아니다. 매 회 에피소드마다 다른 마녀와 다른 고양이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옴니버스 식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풍성해지는 등장인물들 각자의 포지션을 매 회마다 적절히 활용해 읽는 이가 이 판타지세계 속으로 빠져들기 쉽게 배려해놓은 작품이라 하겠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개념은 외롭고, 살아가는 방식이 서툴고, 남들과 잘 교류하지 못하는 여자를 ‘마녀’라 설정해놓은 것이다. 이들만이 소년의 모습을 한 고양이들과 교감을 나누고 ‘행복해지기 위한 방편’으로서 ‘약간의 마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설정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해 읽는 이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마법’이 아주 대단한 마법도 아니라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남들을 이해시키는 게 서툰 사람, 그런 여자들을 고양이는 ‘마녀’라고 부르지, 왜냐면 마법이란 남에게 거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거는 거니까, 행복해지기 위한 아주 자그마한 방편이랄까?” 현재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나와 있는 이 작품은 누구에게 권해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만한 수작(秀作)이다. 외롭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