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 알랭
“집주인이 아니라...‘만능 해결사’ 지젤 알랭이 맡겠다는 거예요, 마담, 아주머니는 기념할만한 첫 번째 고객이세요.” 요 근래 읽었던 일본 순정만화 중에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 있다면, 모리 카오루의 “엠마”였던 것 같다. 소년만화뿐만 아니라 순정만화들마...
2012-03-15
석재정
“집주인이 아니라...‘만능 해결사’ 지젤 알랭이 맡겠다는 거예요, 마담, 아주머니는 기념할만한 첫 번째 고객이세요.” 요 근래 읽었던 일본 순정만화 중에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 있다면, 모리 카오루의 “엠마”였던 것 같다. 소년만화뿐만 아니라 순정만화들마저도 화려하고 기상천외한 판타지 장르가 대부분인 요즘 아주 고전적인 설정에 묵직하고 진중한 스토리로 승부를 거는 작가의 뚝심이 아주 인상 깊었고, 작품 자체의 퀄리티도 매우 높아서 꽤나 만족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마치 볼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릴수록 도망가는 변화구보다는 묵직한 직구로 정면승부를 걸며 위닝샷을 던지는 정통파 투수 같은 느낌을 받았달까? 그래서 “엠마”를 읽은 바로 다음날 모리 카오루의 신작인 “신부이야기”도 구입해서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고,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고 전작보다 더 좋아진 모습으로 날 아주 만족시켜주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본 순정만화 “지젤 알랭”은, 표지부터가 “엠마”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이미지에 제목마저도 19세기 유럽의 귀부인을 연상시킨다. 마치 “엠마”를 읽은 팬들에게 ‘비슷하게 생겼지? 나도 재미있으니까 한 번 읽어봐!’하고 소리치듯, 서점 전시장 한쪽 구석에 고고하게 놓여있었던 느낌이 좋아서 구입했다. 현재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나와 있는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해서 “엠마와 반 정도 유사한 작품”이다. 시대배경, 등장인물, 설정, 연출, 작화 등등 만화를 이루고 있는 상당부분이 “엠마”와 유사하지만, 스토리는 매우 다르다. “엠마”가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에 모든 것의 포인트를 맞춘 정통파 드라마라면, “지젤 알랭”은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의 다소 난감한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주면서 소소하고 따뜻한 감정을 쌓아나가는 가벼운 시트콤 같다고 할까? “음...‘지젤 알랭 만능 해결사’, 강아지 산책부터 야반도주 준비까지, 어려운 문제 대환영” 주인공인 지젤 알랭은 어느 유서 깊고 영향력 막강한 귀족가문의 영애로 어떤 사정에 의해서 현재 저택을 떠나 서민들이 모여 사는 허름한 거리 한 구석에서 주택임대업을 하고 있는 특이한 아가씨다. 세입자들은 작가 지망생인 다소 어수룩한 청년이나 나이든 외로운 할머니, 아빠랑 둘이 사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 등이고, 세상의 모든 것을 거의 ‘책’을 통해서만 배운 지젤 알랭에게 이런 환경은 매일 매일이 매우 즐겁고 신기한 일투성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호기심 가득한 그녀는 급기야 “지젤 알랭 만능 해결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당돌하게도 ‘해결사’ 일을 해보겠다고 나서지만 세상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세상물정 모르는 귀족 아가씨의 어설프지만 원칙 있는 행동이 서민들의 퍽퍽함이 드러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어느 순간 해결해주고, 살며시 그들의 힘든 삶에 한 줌의 기쁨과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이 작품의 재미있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작품들에 있어 핵심적인 포인트는 ‘캐릭터’의 비중이 80%이상을 차지한다 생각하는데,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당차고 기품 있는 주인공 “지젤 알랭”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다. 스토리도 소소한 재미가 있고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괜찮은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