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싶어서 (이우인 단편집)
“당신의 말을..... 바라봐줄게요.” 『이우인, 1983년 6월 3일생, 2002년 윙크 공모전을 통해 데뷔, 건축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고된 만화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성깔 있어 보이는 생김새와는 달리 햇살같이 따스한 온도를 간직한, 한국 순정만화계에선 희귀...
2012-03-05
유호연
“당신의 말을..... 바라봐줄게요.” 『이우인, 1983년 6월 3일생, 2002년 윙크 공모전을 통해 데뷔, 건축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고된 만화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성깔 있어 보이는 생김새와는 달리 햇살같이 따스한 온도를 간직한, 한국 순정만화계에선 희귀한 남자만화가 그는 기울어져 있다. 가장 약한 것들의 편으로, 지켜주고 싶은 것들의 편으로, 다정하지만 힘차게 기울어져 있다. 그를 닮은 그의 작품들은 모두 작고 깊고 강하다. 그래서 소중하다. - 책머리에서 발췌』 “나는...말해요....들을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당신의 말을...바라봐 줄게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신인 ‘순정’ 만화가 이우인의 첫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발표되었던 9편의 단편들을 묶은 작품집 “아름답고 싶어서”가 바로 그 책이다. 남성으로서 여성들의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순정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거라 모두들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어본다면 독자들도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오른 순정 만화가들이나, 오랜 동안의 작업을 통해 공력이 쌓인 기성 작가들에 비해, 세련된 맛이나 유려한 맛은 느낄 수 없겠지만, 아주 단단하고 포근한 이우인만의 감수성이 숨어있는, 그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느낌을 이 책을 통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나...이름이 뭐야?” 첫 번째 단편 “아름답고 싶어서”는 농아학교에 다니는 순수한 여학생과 바로 옆 학교에 다니는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불량남학생의 사랑이야기로, 서서히 감정을 쌓아나가던 둘 사이에서 어떤 계기를 통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결말로 마무리한 감각적인 단편이다. ‘윙크’ 2011. 10. 1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게 있기는 있겠죠?” 두 번째 단편 “GRAVITY SANDWICH”는, 사랑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알레르기 ‘그래비티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병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코믹스러운 단편으로 일종의 달콤한 판타지라 할 수 있다. ‘윙크’ 2008. 12. 15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어쩌면 이렇게 보잘 것 없이 작기만 하다는 것을.” 세 번째 단편 “ON THE ROAD”는, 라스베가스를 향해 사랑의 도피를 한 동행녀에게 갑작스러운 사기를 당하며 한 순간에 인생의 ‘길’을 잃은 한 청년의 비참하고 쓸쓸한 이야기로 마지막 결말부분을 일부러 유쾌하게 만든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윙크’ 2010. 5. 15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불편한 당당함을 나는 그 애만큼 견뎌낼 수 있을까?” 네 번째 단편 “그 여름의 스틸레토”는, 뜨거운 여름, 일상의 구질구질함에 푹 담가져 짜증이 최고치에 달한 어느 여대생의 이야기로 우연히 만난 동창생과의 맥주 한 잔을 통해 일상에 숨겨진 ‘어떤 것’을 깨닫게 된다는 깔끔한 느낌의 단편이다. ‘윙크’ 2010. 8. 15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괜찮아, 나는 괴물이 아니야.” 다섯 번째 단편 “PLASTIC TRANCE”는, 성전환 수술을 앞둔 어느 트랜스젠더의 우울한 이야기로 마지막 장면에서 그(또는 그녀)가 자신의 소박한 소망이 담긴 꿈을 꾸면서 죽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람을 심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윙크’ 2011. 5. 1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무서운 우리 언니, 미운 내 가족” 여섯 번째 단편 “SISTER SISTER”는, ‘경호원’이라는, 여자치고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언니를 둔 얄미운 여동생이 언니와 티격태격하는 일상을 가볍게 다룬 이야기로 마무리의 산뜻함이 읽는 이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단편이다. ‘윙크’ 2011. 2. 1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난 쿨하지 못해.” 일곱 번째 단편 “120% COOOL”은, 양다리를 걸치고도 너무도 당당하기까지 한 남자에게 상처를 받은 어느 ‘쿨’하고 싶었던 여성의 이야기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윙크’ 2010. 10. 15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행복해지고 싶어. 아무런 기준 없이...” 여덟 번째 단편 “MILK & HONEY”는, 같은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두 명의 ‘게이’들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 커플이 된다는 이야기로 중간의 독백이 무언가 묵직함을 가슴 한 구석에 남기는 완성도 높은 단편이다. ‘윙크’ 2011. 6. 15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제는...내가 지켜줄게” 아홉 번째 단편 “나의 집사 레오”는, 이 책에 실린 아홉 개의 단편들 중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는 단편으로, 마지막 결말이 매우 돋보이는, 집사 로봇과 주인 소년의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다. ‘윙크’ 2010. 12. 1일자에 수록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