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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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술꾼 우츠호

“몰래 숨어들어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빼앗는 자를 도둑, 화술로 상대를 속여 빼앗는 자를 사기꾼, 폭력으로 상대를 쓰러뜨려 빼앗는 자를 강도, 그 전부가 극에 달한 자, 숨어들고, 속이고, 쓰러뜨리고, 빼앗는다....그러한 가장 흉악한 직업을 사술(詐術)꾼이라 한다.”...

2012-01-20 김진수
“몰래 숨어들어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빼앗는 자를 도둑, 화술로 상대를 속여 빼앗는 자를 사기꾼, 폭력으로 상대를 쓰러뜨려 빼앗는 자를 강도, 그 전부가 극에 달한 자, 숨어들고, 속이고, 쓰러뜨리고, 빼앗는다....그러한 가장 흉악한 직업을 사술(詐術)꾼이라 한다.” “김용”의 “영웅문”시리즈로 대표되는 중국의 무협판타지는,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무림(武林)의 고수들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주인공은 반드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기연을 얻어 역사의 대의명분을 지켜내야만 하는, “영웅(英雄) 탄생”을 테마로 하는 판타지다. 넓게 보면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삼국지”나 “초한지”, 특히나 “수호지”나 “서유기”같은 경우, 이러한 중국 무협 판타지의 원형이자 본질이며 그 자체로 이상적인 완성형이기도 하다. 모든 중국의 무협소설은 위에 열거한 작품들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이자 목적이며, 위의 작품들을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들이 모든 무협판타지의 원형이자 본질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중국의 역사를 모티브로 한 명작고전들은 한국이나 일본의 무협판타지 장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난세(亂世)를 무대로 인간이라 믿기 힘든 능력을 갖춘 영웅들이 힘없는 백성 편에 서서 악한들이나 탐관오리들을 물리치고 ‘협(俠)’의 정신을 만천하에 구현한다는 무협판타지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중국과 비교해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작품의 소재, 역사적 배경 등의 세세한 디테일은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위의 큰 틀을 벗어나서 창작되는 무협판타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무협판타지만큼 만화로 옮기기에 적합하고 잘 어울리는 장르도 없다. 위에 열거한 고전들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무협판타지들이 만화라는 매체로 각색되어 세상에 나왔고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나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삼국지, “창천항로”같은 경우는 거의 원전에 비견될만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고 평생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으니,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우츠호에게만은...정직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옳은 것이라는 것을, 일깨울 필요가 있었다. 그 아이가 깨달았으면 했다. 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그 아이는 그저 정직하게 살았을 뿐인데, 그것을 어찌 탓하겠나, 나는 우츠호가 이해하기를 바랐다. 네가 자신을 책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사술꾼 우츠호”는 전형적인 무협판타지 장르로 “사술(詐術)”이라는 특이한 아이템을 만화의 중심소재로 삼은 이야기다. 사실 일본산(産) 무협판타지 장르라면 닌자, 무사와 함께 꼭 등장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사기꾼”이나 “도둑”인데 주인공 주위의 조연으로서 활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자체가 ‘사기꾼’과 ‘도둑’, ‘강도’를 하나로 합쳐놓은 직업, “사술꾼”으로 이 작품이 기존의 무협판타지들과 다른 점은 주인공의 직업이 “사술꾼”이다 보니 반전의 묘미가 있는 대사와 전개가 무척이나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년독자들을 위한 화려한 액션 장면도 담뿍 담겨있으니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독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