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앤드 A
“태어나고 자란 동네, 6년 만에 돌아온 집, 출근한 아빠 안도 코이치(43세), 아빠의 전근 때문에 이 집을 비우게 된 6년 전 겨울, 사고로 죽은 형 안도 히사시(향년 11세) 통칭 큐짱, 청소 중인 엄마 안도 레이코(40세), 사고로 죽은 형… 옷 갈아입는 중인 ...
2012-01-13
김현우
“태어나고 자란 동네, 6년 만에 돌아온 집, 출근한 아빠 안도 코이치(43세), 아빠의 전근 때문에 이 집을 비우게 된 6년 전 겨울, 사고로 죽은 형 안도 히사시(향년 11세) 통칭 큐짱, 청소 중인 엄마 안도 레이코(40세), 사고로 죽은 형… 옷 갈아입는 중인 나 안도 아츠시(15세), 죽은 형…..우리 집은 세 식구! 그리고 개 한 마리” 아다치 미츠루가 돌아왔다. 얼마 전 “크로스 게임”이 전 16권으로 끝났고, 별다른 휴식 없이 곧바로 새로운 작품에 돌입했다. “터치”이전엔 나도 그를 몰랐지만, 1951년 생으로 1970년에 데뷔한 경력 40년 차의 대(大)작가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신작도 청춘을 주제로 한 젊은 감수성을 작품의 주요한 정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더더욱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일본의 “국민만화”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터치”부터, “러프”, “H2”, ”미유키”, “슬로우스텝”, “카츠”, “진배”, “미소라” 등등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은 제목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월드’(世界)다. 몇몇 그를 싫어하는 독자들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차이가 헤어스타일밖에 없다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다치 미츠루는 자신만의 독특한 정서를 만화라는 형태로 확실하게 구축해낸 몇 안 되는 천재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이번 신작은 아다치 특유의 청춘 이야기에 놀랍게도 “유령”이 등장하는 판타지다. 원래부터 “쇼트 프로그램”이나 “모험소년”같은 단편집들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는 유령 이야기를 선보이곤 했지만, 이렇게 장편 연재로 이런 이야기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제목인 “Q & A”는 주인공인 안도 히사시(유령, 통칭 큐짱)와 안도 아츠시의 이름 앞 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어 판으로는 아직 1권밖에 나오질 않았지만, 이야기 말엽에 벌써부터 유령인 히사시가 동생인 아츠시의 몸에 빙의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어떤 식의 스토리로 진행되어갈지 대충 밑그림이 그려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꿉친구 여자 주인공”은 마에자와 유호라는 이름을 가진 여고생으로 탄력 있는 몸매와 쿨한 태도로 전교 남학생들을 육상부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육상선수로 나온다. 특이한 점은 이번 작품의 소재로 삼는 스포츠가 갑자원으로 상징되는 고교야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라는 것인데, 아다치 미츠루의 그간 행보로 볼 때 이번 것은 소품 같은 느낌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든다. (딱히 학술적인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아다치는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에는 권투나 축구, 수영 같은 다른 스포츠를 다루곤 했었다. 그러나 아다치 최고의 힛트작들은 대부분이 다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고 다른 스포츠를 다룬 작품들 중에 대단한 힛트를 기록한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녁이라 다행이다. 저녁이 되기 전에는 그 집에서 나올 수가 없거든, 나는….” 스포츠에 천재적인 재능을 선보이다 사고로 죽은 후 유령이 된 형이 운동도 공부도 그저 그런 평범한 동생에게 빙의된다는 설정은, 너무 빤해서 오히려 실망하게 되는 수준이지만, 이런 뻔한 설정도 아다치가 그린다면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를 주는 것이 이 작가의 위대함이다. 그러니 너무 뻔한 설정이라고 미리부터 실망하진 말자. “6년 만에 돌아온 동네는 모든 것이 여전히 낯익었고…소꿉동무 소녀는 아름답게 성장했고, 옛 친구는 지금도 친구….” 그의 작품을 읽은 후에 언제나 떠오르는 감정은, 아주 오래 전, 아름다웠던 시간 어딘가에 살며시 두고 온 아련함 같은, 조금은 슬픈 기억이다. 혹자는 그것을 청춘이 주는 아쉬운 상실감이라 하고, 혹자는 그것을 첫사랑의 슬픔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리운 기억이라고만 표현하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도 독자들에게 그런 기억을 남겨주길 기대하며 팬의 한 사람으로서 노(老)작가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