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시네마
“그 해 여름,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청춘(靑春)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읽는 이의 가슴을 즐겁게 한다. ‘푸를 청(靑)’ 자에 ‘봄 춘(春)’ 자를 쓴 ‘청춘’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봄날’이란 뜻이다. 만물이 생명의 기운으로 ...
2011-11-30
김진수
“그 해 여름,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청춘(靑春)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읽는 이의 가슴을 즐겁게 한다. ‘푸를 청(靑)’ 자에 ‘봄 춘(春)’ 자를 쓴 ‘청춘’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봄날’이란 뜻이다. 만물이 생명의 기운으로 약동하는 봄이라는 계절은 ‘에너지’의 상징이자 ‘혼돈’의 기운이며, 인생에 있어 청춘을 맞는 이들은 그 자유분방하고 북적대는 느낌에 옆에서 지켜보는 이까지 기운차게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푸르다’라는 뜻을 가진 ‘블루(blue)’ 라는 색깔은 ‘우울함’과 ‘암울함’을 뜻하는 색깔이기도 한데, 그것은 에너지가 넘치는 육체에 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무기력한 어린 정신의 상징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군청시네마”는 영어 제목이 “Last summer cinema” 로 직역한다면‘마지막 여름 영화’란 뜻인데, ‘군청’이란 말 그대로 ‘군청(群靑)’ 색깔을 의미한다. 군청색은 영어로는 navy blue, deep blue 등으로 표현될 수 있고, 한글로는 ‘짙은 남색’ 정도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군청시네마’는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3명이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다니는 토쿠세이도 고등학교는 현 내외의 학생들이 모인, 높은 진학률을 자랑하는 전원 기숙사제 남학교다. 세토우치의 평온한 풍토 속, 넓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도, 허전해서 안정이 되지 않는다. 미즈노 선생님이 없는 학교는 어쩐지 허전해서, 뭔가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3명의 남자 고등학생 아사히, 사토미, 야카타로 작품의 배경은 쇼와 36년(1961년)의 전원 기숙사제 고등학교다. 성적도 우수하고 사교성도 좋아 모두에게 인기가 많지만, 하루라도 사고치지 않으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는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이기도 한 세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마지막 여름방학에 8mm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우연한 계기란, 항상 자신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지금은 곁에 없는 ‘진정한 스승’ 미즈노 선생님에 대한 ‘유쾌한 복수’였고, 자신들의 마지막 여름방학에 셋이서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어찌됐든, 자신들만의 노력과 자신들만의 자본으로 자신들만의 영화를 찍게 된 이들 셋은, 장난으로 시작한 이 일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즐기고, 깨닫게 된다. “좀 더 최선을 다해 ‘현재’를 즐겨 봐.” “순환백마선 차장 하나부사씨”라는 단편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는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일본 순정작가 리츠 미야코의 작품이며, 단행본은 2권으로 끝맺을 예정이라고 한다. 청춘의 이야기로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갖추고 있는 “군청시네마”는 지나간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도, 현재 청춘을 보내고 있는 기운 찬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