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걸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직업이지! 아주아주 곤란한 사람을...아무 대가도 없이 목숨을 걸고 구해주는 사람들이야.” “20세기 소년”, “빌리 배트” 등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들의 원작을 맡았던 나가사키 타카시와 “나가타쵸 1번가 7번지”, “가방 도서관”의 작가 요시...
2011-11-09
김현우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직업이지! 아주아주 곤란한 사람을...아무 대가도 없이 목숨을 걸고 구해주는 사람들이야.” “20세기 소년”, “빌리 배트” 등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들의 원작을 맡았던 나가사키 타카시와 “나가타쵸 1번가 7번지”, “가방 도서관”의 작가 요시자키 세이무가 만들어내는 본격 형사 만화 “폴리스 걸”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원작과 작화를 맡은 작가 둘 다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무엇보다도 흥행에 성공한 ‘실적’이 있는 사람들의 작품은 적어도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장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웰메이드 형사 이야기이었다. 현재 한국어판으로 3권(학산문화사)까지 나와 있는데, 3권쯤 정도 쌓이다보니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특징도 확실히 잡히고, 매 회 해결되어가던,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던 개별적인 사건들 속에서 의문의 살인마 ‘로시니’에 대한 단서들이 마치 교집합처럼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큰 줄기를 타고 흘러가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이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면, 난 네가 형사가 되면 좋겠구나.” “폴리스 걸”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에 있다. 주인공인 여형사 히노를 비롯해 오키나, 혼무라, 야부, 나미키, 오오이와 등 현경본부 수사1과 형사들 각각의 개성이 무척이나 확고하고 강렬해서 이야기의 흐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작화가인 요시자키 세이무의 그림도 수준이 워낙 높아서 흔히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화를 읽을 때 가장 짜증나는 일인 캐릭터들의 얼굴이 헷갈리거나 오랜만에 등장하면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일들은 전혀 없다. 주인공인 히노 마루카는 동네에서 유명한 소바 집의 딸로 성장했고,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가게를 단골로 드나들던 형사들을 동경하여 경찰이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정도가 지나쳐 동물들과 일정 정도의 교감까지 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녀는 특히 냄새를 맡는 코의 능력이 거의 개 수준인데 이 뛰어난 후각 덕분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형사과에 배속되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은 일본 형사 드라마나 만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좀 재미없을 수 있다. ‘일본식 형사 이야기 특유의 분위기와 틀’을 그렇게 많이 벗어나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갈피를 못 잡고 어설프지만 무언가 재능과 감(感)은 있는 신입형사’와 ‘범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오랜 동안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 관록이 붙은 고참형사’가 파트너가 되어 미묘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는 스토리로 의문의 연쇄 살인마 ‘로시니’에 대한 힌트를 살인사건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조금씩 풀어놓아 독자들의 기대치를 높여나간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히노 마루카가 사건을 통해 진정한 형사로 성장해간다는 이야기의 가장 주된 틀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