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리스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근거가 존재한다. 이유 없는 현상 따위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세상의 본질을 오인하는 건, 그 인과관계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3x3 eyes”의 작가 타카다 유조가 여성 파일럿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펙타클한 신작을 들고 ...
2011-10-12
김현우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근거가 존재한다. 이유 없는 현상 따위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세상의 본질을 오인하는 건, 그 인과관계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3x3 eyes”의 작가 타카다 유조가 여성 파일럿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펙타클한 신작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민간항공사에 근무하는 다소 엉뚱한(?) 성격의 천재 여성 파일럿이 괴기한 항공사고에 맞서는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로 현재 한국어판으로는 4권까지(2011.09.02) 출간되어있다. “나 -, 하세가와 아리스 26세, 얼핏 아주 평범한 독신 여성으로 보이지만, 국내 항공 제 3위인 대기업 ASJ(에어십재팬)의 자회사, ASJ화물의 부조종사, 즉, 세상에 아직 드문 여성 파일럿입니다. 엘리트 파일럿이었던 아버지의 영재교육 때문에...비행기술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배웠지만, 아무래도 파일럿의 인격이나 적성 같은 게 모자란 모양이라... 확실히 말해서, 전 파일럿 실격입니다!!” 판타지 만화 장르에 굵고 선명한 한 획을 그은 “3x3 eyes”의 작가가 항공사를 무대로 한 이야기를 신작으로 내세웠을 땐 독자나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무언가 색다른 것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타카다 유조는 아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우선적인 승부를 건다. 주인공인 하세가와 아리스는 비행기 조종 외에는 인간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모든 관계맺음이 서툴고 어디가나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다. 그러나 워낙 천재적인 조종술 탓에 커다란 사고가 날 때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입증하는 기상천외한 캐릭터다. 주인공인 하세가와 아리스 외에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먼저 아리스의 조종 파트너이자 왠지 모르게 핑크빛 분위기로 발전할 것 같은 듬직한 남자 캡틴 카네코 료지가 있다. 이런 류의 캐릭터는 어디가나 등장하는 상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원래 이런 캐릭터가 없으면 이야기에 힘이 빠지기 마련이라서, 작품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무게를 잡아주는 중요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무언가 개인사적인 비밀도 비치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만화의 핵심적인 캐릭터는 “사고당할 비행기를 미리 알 수 있는 예지력”을 갖춘 신비한 소년 케이의 존재다. 사고당할 비행기를 보면 케이는 몸 어딘가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이러한 케이의 예측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으며 양쪽 눈동자의 색깔이 다른 신비한 오드 아이를 가진 이 유약한 소년이 이 작품의 모든 에피소드를 시작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존재이자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팀 가디언”의 결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오랜만에 만난, 관록 있는 작가의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뻔한 소재와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라면 적극 추천한다. ‘항공 판타지’라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