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츠키
“참의사(塹醫士), 라는 존재는 사람에게 들러붙으면 그 눈이 붉어지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병마 ‘아카츠키’를...대 아카츠키용의 무기 ‘크레이브(滅叢刀)’로 물리쳐서 환자를 구하는 자를 일컫는다. 아카츠키는 감염력이나 공격성이 강한 괴물...물리치기에는 상당한 위험...
2011-09-16
김진수
“참의사(塹醫士), 라는 존재는 사람에게 들러붙으면 그 눈이 붉어지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병마 ‘아카츠키’를...대 아카츠키용의 무기 ‘크레이브(滅叢刀)’로 물리쳐서 환자를 구하는 자를 일컫는다. 아카츠키는 감염력이나 공격성이 강한 괴물...물리치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그러나 아카츠키를 벨 수 있는 것은 크레이브를 지닌 참의사들뿐, 환자를 위해 때로는 목숨까지도 거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이다.” 1권 표지만 보면 ‘나루토 아류작’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화에 ‘나루토’에게 최대의 적이자 인기 높은 악역 닌자 집단인 ‘아카츠키’를 제목으로 썼길래, ‘나루토 외전’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 ‘아카츠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루토’ 스핀오프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인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루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이름조차 생소한 Motoki Koide라는 이 작가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자 첫 단행본이라고 한다.) “참의사(塹醫士)”라는, 다소 신선한 느낌의 설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남녀주인공인 히비키와 키리사가 “위지일(位之壹) 참의사”로 등장하여 ‘아카츠키’라 불리는 괴물을 퇴치하는 절묘한 콤비플레이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아카츠키(朱憑)’란, 숙주의 몸에 기생하여 자신의 세력을 서서히 확장하면서 점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감염력이 높은 병원체로 외적으로는 그로테스크한 괴물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두려운 존재다. 한자를 풀이하면 ‘붉은 기생체, 붉은 빙의체(직역하면 붉게 들러붙은)’정도로 풀이될 것인데, 이는 아카츠키에게 감염되면 숙주의 눈이 붉어지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라 하겠다. “카라히토야(殼獄) : 물을 통해 감염되는 아카츠키, 일정시간동안 물에 접촉하면 감염, 감염된 사람은 껍질에 덮인 채로 양분을 흡수당해 죽게 된다. 죽을 때까지의 시간은 24시간” “아카츠키”의 설정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다. 매 에피소드별로 아주 특이한 특성과 모양을 갖춘 괴물 아카츠키가 등장하고, 우리의 주인공인 위지일(참의사의 계급 중 가장 낮은 신입) 참의사 히비키와 키리사가 그 아카츠키를 격퇴하여 ‘바이알’이라 불리는 장비에 아카츠키를 봉인하는 것이다. 참의사의 크레이브에 의해 격퇴된 아카츠키는 정체불명의 액체처럼 변해 시험관모양으로 생긴 바이알이라는 수용장비에 봉인 당한다. 참의사들은 지역별로 설치된 참의사 협회 의뢰창구에서 아카츠키 격퇴의뢰를 받고 출동하여 임무를 완수한 후, 자신이 격퇴한 아카츠키를 봉인한 바이알을 다시 협회에 제출하며, 아카츠키의 위험도나 희귀도에 따라 해당되는 급수에 맞춰진 보수를 지급받고 자신의 계급을 올릴 수 있는 실적랭킹을 상승시킨다. “참의사를 왜 ‘베는’ ‘의(醫)’ ‘사’라고 쓰는 것인가? 그건 아카츠키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병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카츠키는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이나 포자로서 대기 속을 부유하다가...산이나 강...동굴 등에서 증식한다. 증식하게 되면 공기나 물 등을 매개로 하여 다음에는 사람 등에 감염된다. 뭐, 말하자면 감기랑 같은 구조랄 수 있지, 그리고 사람에게 감염되면, 아카츠키가 구현화한다. 숙주에서 양분을 빼앗아 다른 인간을 덮치는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식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난다. 바로 그때가 참의사가 나설 때다. 구현화된 아카츠키는 보통의 칼이나 도끼로는 벨 수 없다. 베어낼 수 있는 것은 크레이브를 가진 참의사뿐. 하지만 참의사도 만능은 아니다. 아카츠키가 구현화하지 않으면 벨 수 없고, 구현화해도 벨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때에 요구되는 것이 의사로서의 냉정한 판단과 그것을 해내는 정신력이다. 무자비한 현실에 직면해도 철저하게 일을 완수해라! 우리들 참의사는 베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의사들이다.” ‘발병-확인-전투-격퇴-봉인’이라는 매우 단순한 판타지액션물 구조의 이야기 설정이 매회 반복되지만, 그것을 상업적인 연재작품으로 구체화 시키는 것은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작업이 요구된다. 실제로 매 회마다 다른 모양, 다른 특징을 가진 아카츠키들이 계속적으로 등장하고,(디자인만으로도 작가가 지칠 정도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들이다), 주인공인 히비키와 키리사를 둘러싼 큰 줄기의 이야기도 있으며, 매 회별로 작은 스토리가 있고, ‘블리치’나 ‘나루토’에서처럼 ‘참의사협회’ 내의 내부적인 조직적 문제도 등장한다. 당연히 라이벌도 등장하고, 스승격인 존재도 등장하고, 싸움 후엔 진정한 동료가 되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매 회 등장한다. 소년만화이자 판타지 만화이자 액션만화인 관계로 ‘공식’들에 맞춰진 모든 흥행 요소가 거의 다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크레이브입니다. 퇴치한 아카츠키를 가공해서 크레이브를 만드는 것은 알고 있겠죠? 보다 강한 아카츠키로부터 보다 강한 크레이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강한 크레이브를 얻기 위해서는 강한 아카츠키가 필요한 거죠.” 연재를 통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의도가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표시나는 디테일한 설정들도 돋보인다. 가령 참의사들의 무기인 크레이브는 격퇴한 아카츠키의 뼈나 근육, 또는 그 외의 것들을 써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나(즉, 계급이 올라가고 격퇴한 아카츠키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참의사는 강력한 무기를 갖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루토’의 나뭇잎마을이나 ‘블리치’의 사신들이 사는 마을처럼 참의사들이 활동하는 영역도 너무나 게임배경처럼 설정되어있다. 작품 전체의 디자인도 매우 고풍스러운 세련됨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종합했을 때, 이 작품이 이 작가의 데뷔작이자 첫 단행본이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작화도 개성적이며 안정되어 있고, 스토리도 다양하고 깊이가 있으며, 자신이 설정한 세계관을 꾸준히, 뚝심 있게 지켜가면서 점차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것이 회를 거듭할수록 읽는 이에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어판으로는 2권까지, 일본에서는 7권까지(2011.6.3) 출간되었다고 한다. 청소년이라 불리는 만화독자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만화이며, 다양한 개성이 표출되어 있고 복잡다단한 세계관을 갖춘 작품이어서 “나루토”나 “블리치” 급으로 성장할 기미도 엿보인다. 전형적인 액션 판타지 만화가 제일 그리기 어렵다는 사실은 전설의 명작 ‘드래곤볼’을 통해 이미 증명되었지만, 성장을 기대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